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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레예프와 폰테인의 백조의 호수, 세기의 커플의 환상적 공연 본문

발 레/고전 발레

누레예프와 폰테인의 백조의 호수, 세기의 커플의 환상적 공연

유쾌한 인문학 2010. 5. 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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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하면 백조, 백조 하면 발레가 떠오를 정도로 상당히 유명한 작품이지만 이 작품에 대해서 무언가 글을 쓴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사실 프티파의 세작품인 백조의 호수와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공주 전부 대단히 글을 쓰기가 어려운데 주된 이유는 안무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이다.  현대 발레에 들어와 패러디 형식으로 개작된 안무들도 많이 존재하고 고전발레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프티파 & 이바노프의 안무를 약간씩 변형하는 형태로 등장하게 된다.  그런데 획기적으로 바뀌는게 아닌지라 정확히 캐치해내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누레예프의 백조의 호수 역시 수많은 백조의 호수 안무와 마찬가지로 변형된 형태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중요한건 그의 안무는 현대에 살아남아 지속적으로 올려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그의 안무를 살아남게 했을까?  흥미로운 부분이다.




누레예프(Nureyev)

구소련시절 엄청난 실력을 보여준 무용수로 특징이라면 유럽으로 망명했다는 사실이다.  누레예프는 마린스키 발레단(구 키로프)에서 활동하던 무용수로 1961년 키로프 발레단의 파리 공연에서 망명을 결정하게 되었다.  실로 놀라운 실력을 가지고 있는 발레리노였으며 니진스키 이후 최고의 발레리노로 명성과 스타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안무가로도 활동하게 된다.  1984년 누레예프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하게 되고 이때 파리 오페라 발레단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어 특A급의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거듭나게 된다. 

누레예프는 다양한 안무를 선보이는바 프로코피예프의 신데렐라 안무와 그가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백조의 호수 안무 등이 유명하며 대부분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의해 공연되고 있다.  누레예프와 관련된 인상깊은 사건은 폰테인과의 파트너쉽이다.  영국 로열 발레단의 마고트 폰테인(1919년생 1991년 사망)이 40세즈음이 되어 은퇴를 결정하려는 순간 누레예프의 등장으로 누레예프와 파트너쉽을 이루며 폰테인은 무려 58세까지 현역으로 활동하게 된다.




마고트 폰테인(Margot Fonteyn)
영국이 낳은 위대한 발레리나 중 한명이다.  생몰은 1919.5.18~1991.2.21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아시다시피 상당한 미인이다.  보통 발레 하면 사실 러시아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고 모든 면에서 러시아를 따라간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서구에서 러시아의 발레리나들 못지 않은 발레리나가 탄생하니 그녀가 바로 마고트 폰테인이다.  40년가까운 꽤나 오랜 시간을 활동하게 되는데 보통 발레리나들이 30대를 넘어서면 모든 면에서 한계를 느껴 은퇴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녀는 58세까지 버티게 된다. 

물론 중간에 위기가 없었던것은 아니다.  40세즈음되어 그녀는 더이상 발전이 없는 제자리걸음을 하는듯한 자신의 모습에 한계를 느껴 은퇴를 결심하게 되는데 바로 그때 20대의 누레예프를 만나게 된다.  둘의 만남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누레예프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은 그녀는 제2의 전성기를 40대에 누리게 되고 실로 놀라운 파트너쉽을 이루어내게 된다.  혹자는 폰테인이 은퇴하지 않은 이유로 남편의 치료비를 들기도 한다.  남편의 치료비라.  무슨 말일까?

폰테인하면 정말 유명한 남편과의 이야기가 존재한다.  폰테인 나이 17세에 그녀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파나마인 남성을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음에 그를 담고는 있지만 큰 관계의 진전이 없던 상황에서 그는 갑작스럽게 파나마로 돌아가게 되고 1년뒤 다시 만나지만 그녀는 그를 기다렸으되 거부하게 된다.  그뒤 17년 후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때 이미 그는 세아이의 아버지인 상태이다.  폰테인은 여전히 미혼이고 말이다.  그러다 그때 그는 이혼을 하게 되고 따라서 두 커플은 결실을 보게 된다.  그때가 1955년이다.  하지만 1964년 그녀에게 비극적인 소식이 전해지니 남편의 피저격소식이다.  하반신 마비가 되어버린 남편을 보살피기 위해 그녀는 58세까지 무대위에 오르게 된다.




누레예프의 비엔나 백조의 호수
누레예프의 백조의 호수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아주 독특한 작품이다.  64년도에 빈 국립 발레단과 함께 처음 개정안무가 올려지게 된다.  64년도 백조의 호수는 당시 26세인 누레예프와 47세인 마고트 폰테인과 함께 오른 무대로 기네스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관객으로 부터 89차례의 커튼콜을 받게 된다.  그 이후 66년 10월 15일에 마고트 폰테인과 빈에서 다시 연기를 하게 되는바 이것이 현재 영상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뒤 다시 이 안무는 수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여주고 많은 변화가 생긴 이후에 현재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의해서 올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미있는건 66년도 당시의 작품과 현재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안무도 엄청난 차이를 보이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엔나 백조의 호수와 파리의 백조의 호수는 별개의 작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먼저 음악과 관련하여 말해보자면 백조의 호수는 처음의 대 실패 이후 프티파가 손을 보면서 급격히 변하게 되는데 그는 제1막에 설정되어 있던 다섯 가지의 2인무를 제3막으로 옮기고, 오딜의 솔로를 위해서는 원곡만으로는 부적당하여 차이코프스키 18개의 피아노 소품(Op.72) 중 12번째인 L'Espiegale(op.72, No.12)을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케 하여 3막 그랑파드되 오딜 바리에이션에 삽입시키고, 11번 곡인 Valse Bluette(op.72, No.11)는 4막 시작과 함께 오딜 등장 전에 백조 군무에서 이 곡이 사용된다.  15번째인 Chopin 소품(op.72, No.15)곡은 제4막에 첨가시켜 프티파가 개정하게 되지만 오늘날에는 1막으로 옮겨지는 경우 또는 아예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  

안무전체의 구성도 다르지만 66년도 작품은 음악도 상당히 다르다.  일단 1막에서 왕비의 등장과 퇴장 이후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삽입되어 사용되는데 곡의 출처는 알 수 없다.  그리고 1막의 가장 마지막 부분 즉 파티의 종류 이후에 차이코프스키의 18개의 피아노 소품 Op.7 중 15번 곡이 등장하면서 왕자의 솔로가 등장하게 된다.  이 역시 누레예프 안무의 독특한 진행이다.   

2막은 그렇게까지 큰 변화가 나타나진 않는다.  오데트 파드되도 그대로이다.  다만 오데트 파드되 이후에 갑작스럽게 지그프리드 솔로가 삽입되게 되는바 아무래도 남성 무용수의 중요성과 독자성이 니진스키와 누레예프에 의해 부각되던 시점이다보니 그런 변화상이 생긴게 아닌가 판단된다.  3막도 전반적인 생략이 눈에 띄지만 특별할건 없을것 같다.  3막은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원전안무는 다양한 공주들의 꽤나 긴 유혹과 민속 음악이 거진 등장한 이후에 오딜(흑조)가 등장하지만 변형 안무는 보통 일찌감치 흑조가 공주 소개씬에서 등장하여 빠르게 퇴장하고 그 이후 민속음악등의 나열 이후 3막 그랑파드되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66년도 안무는 후자를 선택하되 약간의 생략이 눈에 띄인다.  사실 후자가 훨씬 설득력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건 3막의 그랑파드되이다.  누레예프는 그랑파드되 부분의 음악을 블라드미르 불르메이스케르(Vladimir Burmeister)의 것을 사용하게 된다.  하지만 누레예프는 안무를 블라드미르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누레예프식으로 바꿔서 사용하게 된다.  음악도 조금 바꾸는데 첫번째 아다지오 부분은 블라디미르의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지만 두번째 남자 바리에이션은 프티파의 그것을 그대로 이어간다.  세번째 여자 바리에이션에서는 다시 블라디미르의 음악을 사용하게 되며 안무 역시 다르다.  네번째 코다에서는 블라드미르의 음악을 이어가게 된다.  안무 역시 누레예프가 자신 위주로 바꾸게 된다.  즉 블라드미르의 버젼에서는 왕자가 멍하게 서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부분을 고쳐서 과감하게 자신의 안무를 집어넣고 오딜의 32회전 푸에테 이후에 왕자의 32회전 푸에테를 넣기도 한다.  

4막 시작과 함께 역시 인상 깊은건 위에서 언급한 11번 Valse Bluette의 생략이다.  보통 이부분이 생략되면 4막의 군무가 같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군무는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약간 다른 음악이 사용된다.  쉽게 말해 절반은 기존의 것을 사용하고 절반은 새로운것을 넣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백조의 호수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결말이다.  원래 원전은 아주 비극적이다.  둘다 죽음 맞이하여 천상에서 사랑을 이룬다는 식인데 이것이 구소련에서는 혁명정신에 맞지 않다고 하여 왕자와 오데트가 함께 힘을 합쳐 로스발트를 물리친다는 식으로 바꾸게 된다.  뭐 그외에도 다양한 결말이 존재하는데 이 작품은 로스발트가 호수의 둑을 붕괴시켜 지그프리트를 물에 빠져 죽게 만들어버리고 오데트는 그곳에서 탈출하게 된다.



정리해보자면 이 안무는 현대발레 특유의 획기적인 변모 또는 패러디성을 보여주는것은 아니다.  철저하게 고전의 틀안에서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그 변화가 매우 흥미롭다.  보통 다른 백조들은 개정안무가 삽입되더라도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원전 안에서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이 작품은 철저하게 모든 안무를 바꿔버리게 된다.  그렇기에 안무가의 이름에도 누레예프만 올라가있을뿐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이름은 올려져있지 않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일단 안무 전체가 바뀐것도 그렇지만 내용 자체가 아니 주인공 자체가 바뀌어버리는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사실 백조의 호수라는 작품은 고전발레시대에 만들어진 것이기에 왕자 지그프리드의 역할이 그렇게 크다고 보기는 힘들다.  당시 남성 무용수라는것 자체가 여성의 보조적인 역할에 불과하니 말이다.  하지만 니진스키의 등장과 현대발레로의 획기적인 변화과정 그리고 누레예프의 등장으로 인해 남성 무용수의 독자성이 부각되게 되고 그러한 방향성으로서 지그프리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진다.  그렇기에 곳곳에 난데 없는 지그프리드의 솔로가 삽입되는 것이다.  또 다른 특징은 쓸데 없는 마임의 배제 그리고 배경 인물들의 군무속으로의 포함을 들 수 있겠다. 

특히 인상 깊은건 1막 마지막에 등장하는 지그프리드 솔로 삽입부분이다.  이부분은 1막 중간에 존재하던 것을 뒤쪽으로 옮겨온것인데 상당한 설득력을 가져다주게 된다.  생일파티가 끝나고 모든 사람들이 퇴장한 이후 홀로 남은 지그프리드가 텅빈 공간속에서 춤을 추는 이 장면은 마치 망명이후의 누레예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듯한 느낌을 강하게 준다.  군중속의 외로움이라고 해야 할까.  깊은 향수라고 해야 할까.  춤이 진행되면 될수록 조명도 점차 어두워진다.  이는 밤이 깊어간다는 표면적 의미와 함께 지그프리드 개인이 가지는 내면적 외로움을 표현하는데에도 아주 좋은 기법이 된다. 




마무리
원래 계획은 파리 오페라단의 최신 안무까지 소개하는 것이었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나눠야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사실 이 작품은 음악이 대단히 독특해서 정리가 좀 어렵다.  아직도 좀 햇갈린다고 해야 할까?  어쨌든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거 자체가 상당한 행운이 아닌가 생각된다.  누레예프의 영상은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대부분 화질도 상당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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