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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2005),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의 변증법 본문

영 화/한국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의 변증법

유쾌한 인문학 2010. 6. 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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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Welcome To Dongmakgol)
이 영화 너무 유명한 영화인지라 특별한 말을 할 필요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작품이다.  흔히 감독이 장진으로 알려져있지만 박광현이라는 사람이 감독을 맡게 된다.  재미있는건 이사람 이런 영화를 내놓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이 작품 자체도 그의 두번째 영화이고 세번째 영화도 있는것으로 보이는데 보아하니 개봉에 실패한 영화로 판단된다.  사실 이런 영화 대단히 많다.  울마님이 나한테 가져다주는 시나리오중에 1/3 정도가 개봉도 못하고 사라져버리는걸 눈으로 보았으니 그뒤에 얼마나 더있을지 상상도 못하겠다.  뭔가 극장수는 많이 늘어났는데 다양성은 되려 사라져버린 대자본하의 영화가 어떻게 변모할 수 밖에 없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어쨌든 이 작품은 한국 영화사에 있어서 한획을 그을정도로 대단히 유의미한 작품이라 판단된다.  한국전쟁을 토대로한 그 어떤 영화도 감히 이 영화를 따라잡을 순 없을 것이다.  완벽한 시나리오와 연출.  감히 말하건데 이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한국전쟁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동막골이라는 공간 그 자체도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 꽤나 유의미하게 다가온다.  그와 동시에 전쟁하의 인간 주체성의 문제.  자아의 붕괴 문제.  만들어진 경계선과 그것의 붕괴 그리고 새로운 설정도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이 영화적 영상과 치밀하게 얽혀 들어가는 것들이 가히 최고 수준이 아닐련지.  본글에서는 이것들 하나하나를 전부 다 뜯어내보겠다.




양립할 수 없는 존재의 변증법
영화를 보면 참 인상깊은 연출이 많이 보인다.  영상미가 대단히 아름다운건 둘째치고 독특한 시도가 많이 보이는데 특히 인상깊은 부분은 다들 아시는 팝콘비.  이부분은 가히 상상력의 결정체가 아닐까?  위의 스샷을 보시면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국군과 인민군이 동막골이라는 공간에서 만나 서로 대치중이다.  재미있는건 저 대치중인 상황 그 자체인데 서로 양쪽에 선채 마을 사람들을 사이에 두게 된다.  사실 모든 영화가 그렇듯 공간이라는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꼭 물리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캐릭터가 딛고 서있는 무형의 틀 그 자체도 하나의 공간으로서 작용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물리적 공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는 크게 없고 중요한건 각 캐릭터가 캐릭터성을 이루게 되는 형식으로서의 공간.  즉 캐릭터의 내면에 존재하는 표상형식공간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크게 3가지 공간이 존재한다.  국군과 연합군으로 표상되는 세명의 인물과 인민군으로 표상되는 세명의 인물 그리고 아무런 상관도 없는 동막골.  이 세공간은 각각 세가지 표상형식을 보여준다.  사실 이데올로기라는 것은 관념형태가 사회적 기반과 연결시켜 이해하게 되는 하나의 관념틀이다.  인간이라면 어떤 누구도 이 관념틀에서 결단코 벗어날 수 없다.  이 관념틀은 그 사회의 문화와 역사, 법 등으로 인해 만들어지게 되고 그것이 그 사회 구성원에게 주입되는 식이다.

그리고 모든 외부세계의 지각들은 이 관념틀을 반드시 거쳐서 인식되게 된다.  그게 바로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위의 스샷에서 대립하고 있는 두 집단.  즉 국군과 인민군이라는 집단은 두개의 이데올로기이자 두개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대단히 정치적이다.  이들과 동시에 제시되는 제3의 공간은 바로 동막골이다.  이 공간은 정치성을 가지지 않은 공간이다.  물론 이들도 그들 나름의 문화와 삶에서 만들어진 형식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유없는 전쟁을 벌일만큼 맹목적이지도 정치적이지도 않다.  대단히 순수한 양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순수하다는 점이 대단히 중요한데 동막골은 순수하기에 양진영 모두에게 열려있게 된다.  그래서 감독은 저 대치장면에서 동막골 주민들을 사이에 집어 넣은 것이다. 

두번째로 볼 부분은 팝콘비이다.  다들 아시는 아주 유명한 장면인바 옥수수가 무기인 수류탄에 의해 팝콘이 되는데 그 팝콘들이 하나의 꽃이 되어 꽃비가 되어 내린다.  어떤면에서 보면 팝콘이 되는거 자체가 뭐가 대단하냐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옥수수라는 존재와 수류탄이라는 존재의 만남 그 자체가 중요하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존재의 만남을 통해 탄생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꽃비이다.  옥수수 하나하나가 꽃망울을 터트리듯 아름답게 터져 꽃이 되어 슬로우 모션으로 내리는 비는 두진영의 군인들을 천천히 감싸안으면서 그들을 감싸고 있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어간다.  꽃비가 내리는 순간 감독은 인물 한명 한명을 비추면서 팝콘비로 그들을 감싸안게 되는데 이 장면이야 말로 이 영화의 백미이다.




멧돼지 사냥
아마 영화를 보신분들은 멧돼지 사냥을 기억하실 것이다.  실수로 터트린 수류탄으로 겨울 양식을 다 날려버린 그들은 마을 곳간을 채우기 위해 농사일을 돕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작은 충돌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다 어느날 멧돼지가 등장하게 되고 멧돼지 사냥을 다같이 행하게 되는데 이 장면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가장 인상 깊은건 이 장면을 표현하는 연출 방법이다.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장면에서는 배경과 인물이 분리되어 촬영된다.  이러한 촬영기법을 보고 뭐라고 하는진 모르겠지만 이러한 배경과 인물이 분리된듯한 마치 인물이 공중에 붕떠있는듯한 촬영기법이 정말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위에서 언급한 팝콘비가 개개인을 천천히 휘감으면서 그들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들었다면 이 멧돼지 사냥을 통해 그들을 이루고 있는 경계선과 그들 내면의 인식틀이 무너지게 된다.  중요한건 이 부분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 것인가?  또 기존의 영화처럼 말을 구질구질 늘어놓아서 표현할것인가?  여기에 감독은 기존의 방법에서 과감하게 벗어난다.  마치 과거 무성영화를 보는듯 모든 대사를 제거한채 음악만 깔아놓고 배경과 인물의 분리라는 촬영방법을 선택하여, 각 캐릭터들이 이데올로기라는 배경에서 분리되는 것을 정확히 집어내어 표현하게 된다.  정말 나 개인적으로 05년도 당시 영화를 볼때 이 장면에서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로 감동받은 부분중 하나이다. 




벗어던짐과 화해의 가능성
멧돼지 사냥을 통해 양진영의 군인들의 내면에 담겨져 있던 이데올로기라는 형식틀은 완벽하게 사라지게 된다.  팝콘비로 희미해진 경계가 멧돼지를 통해 사라지게 되고 서로 고기를 구워먹으며 기존에 존재하던 형식틀을 거쳐서 상대를 인식하는 것이 아닌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한국 문화에 의해서 형성된 틀을 거쳐서 상대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니 서로의 눈에 보인 것은 군인 아닌 인간이고 새롭게 만난 인간과 아주 쉽게 친구가 된다.  어떻게보면 너무 쉽다고 생각될 정도인데 그게 바로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여러분들 내면에 있는 인식의 틀이라는 것이 이렇게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특정한 정치색을 띈 인식의 틀은 모든 것을 왜곡되게 해버린다.  알고보면 그냥 평범한 사람인데 인식의 틀이 특정인을 특정하게 보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제거되버린 상황에선 더이상 상대방이 왜곡되어 나타날 이유가 없다.  본질이 보이고 인간이 보이니 쉬울수 밖에 없는것 아닐련지.  하지만 그들은 그 틀을 벗어덤짐응로 인해 그들이 기존에 속했던 그 공간속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물론 영화내에선 탈영이니 뭐니 하는 다양한 시나리오 구성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하곤 있지만 그 돌아갈 수 없음의 진의는 그들 스스로 벗어던져버림 그것 자체에 존재한다.

그들이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스미스를 구하러 온 군인들과의 충돌장면이다.  그들은 낙하하여 동막골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주민들을 협박하며 빨갱이를 내놓으라고 한다.  분명 같은 연합군과 군군이 한자리에 존재하지만 그들은 이미 같은 공간에 서있는 자들이 아니다.  이 대목에서 형식틀에 사로잡힌 군인과 벗어던진 군인들이 극명하게 비교된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분노하게 만들었고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다르게 만들어버린것인지?  어처구니 없는 사상이라는 정치적 견해와 각 진영이 꿈꾸었던 더 나은 세상이라는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목표가 과연 인간을 정말로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었던가?  지독히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마무리
위의 스샷은 이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중 하나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 작품은 지독할 정도로 아름답고 의미있는 영상을 던져준다.  마지막 전투로 동막골을 지켜내고 장렬히 전사한 그들의 흔적이 바로 저것인데 단 하룻밤사이에 눈으로 저렇게 덮여버렸다.  아무런 설명 없이 저장면만 보여준다면 어렴풋이 이곳에서 "어떤일이 있었구나"라는 것을 짐작만 할 수 있을 정도로 뒤덮여버렸다.  하루가 더지나면 눈은 저것들을 완벽하게 뒤덮어 다시 새하얗게 만들어버릴 것이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생각을 할 수 있었기에 자신의 삶을 더 안전하고 풍족하게 만들기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더 나은 세상을 설득하기 위해 논리라는 것이 생겨나고 체계라는 것이 성립되고 그렇게 인간이 만들어낸 그 체계들은 하나의 사상이 되어 되려 인간을 지배하기에 이른다.  생각하는 동물인 인간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지독한 아이러니이다.  그리고 이 생각의 끝에는 대전쟁이라는 미친 광기만이 존재하였을뿐이다.

과연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인가?  끊이없이 만들어내는 이론과 사상의 향연들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것인가?  무엇이되었든 현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는 두개의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결코 한반도의 인간을 행복으로 이끌어주진 않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서 한번쯤은 모든것을 벗어던진채 우리 내면을 하얀눈으로 다시 덮어버릴 필요성이 있지 않을련지.  그리고 덮어버린 새하얀 틀위에서 새롭게 모든것을 인식해본다면 우리를 분노케 하고 힘들게 하는 모든것들이 새롭게 인식되지 않을련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하여 이부분에 대해서 다들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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