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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독특한 현상이 하나 보이는데 사회 현상의 영화로의 적극적 차용이다.  대표적인 영화로 도가니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는 일종의 영화와 사회와의 상호관련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과거의 영화들이 이러한 상호관련성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예술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와 연관을 주고 받을 수 받게 없으니 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복적 텍스트나 사회구성원들의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영향에서 벗어나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현상 그 자체를 주제로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도가니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의 왜곡된 성문화 그리고 부러진 화살에서 보여지는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 등은 과거에는 영화내에서 곁들여지는 정도에 불과하였는데 최근에는 정면으로 이 자체를 다루게 되고 흥행에 대단히 성공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영화들을 두고 최근에는 지나치게 선동적이고 실제 현실과 전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일기도 한다.  특히 문제가 된건 부러진 화살인데 충분히 타당한 지적이다.  사실 영화가 사실관계와 완벽하게 일치해야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관람객들이 영화를 실체적 사건으로 인식하게 되고 이것이 실제 당사자에 대한 폭력으로 나아가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비판을 받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영화들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핵심은 현실경험으로서의 현상이 아닌 예술경험으로서의 현상이다.  역사 또는 실제 사건과 픽션의 관계는 사실의 완벽한 묘사에 있다기 보다는 그 사실 또는 현상이 지각되는 방식이다.  즉 지각을 통한 주제의 의미화가 중요한 것이지 픽션이 완벽한 사실을 묘사하느냐 아니냐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없다. 

한국 영화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많이 만들어지는 영화는 조폭영화이다.  이러한 조폭영화의 사회적 관련성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영화들 그 자체의 내재적 텍스트성은 가치가 없기에 별로 언급이 안되지만 이 영화들이 만들어진 시대적 배경과의 관련성과 그 영향력의 상호관계 대해서는 상당한 중요성을 띄게 된다.  조폭영화도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단순한 저급한 조폭 코미디물에서 꽤나 괜찮은 조폭영화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전형적인 범죄 장르적 특성을 반복하지 않는 것도 독특한 현상으로 볼 수 있는데 핵심은 조폭이 아니라 비슷한 서사가 지속적으로 되풀이되면서 재생산되고 소비되는 그 현상 자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당대의 사회적 맥락과 구성원의 생각이다.


조폭영화와 미국 범죄 영화
한국 조폭영화는 대략 2000년대부터 그 전성기를 맞게 된다.  물론 그 이전에도 조폭이 등장하긴 하지만 조폭에 방점이 찍히기 보다는 그냥 액션영화 정도에 불과하고 1980~1990년대 들어 조폭들이 적극적으로 등장하지만 이 역시 장군의 아들 시리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듯 항일에 입각한 깡패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2000년도 들어 조폭은 적극적으로 영화의 중심에 서게 되고 조폭영화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느슨한 형태의 장르적 특성도 가지게 된다.  조폭영화의 대흥행은 급기야 한국영화로 하여금 조폭과 멜로라는 양대 장르의 집중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결국 외적으로는 엄청난 성장을 이루지만 내적으로는 아주 단순화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조폭영화와 직접적으로 비교할만한 대상은 헐리웃의 갱스터와 누아르 장르 영화를 들 수 있다.  수많은 장르영화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발견되었고 이는 헐리웃의 제작시스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간단히 말해서 세트하나 지어놓고 지속적으로 우려먹는 식이다.  이런식의 제작시스템은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쓸데 없는 모험을 감행할 필요성이 없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범죄 장르영화는 몇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갱스터와 필름 느와르 그리고 그 이후의 현대적 범죄영화이다.  갱스터 영화는 1920년경부터 시작되는데 이 시기에 이미 갱스터 영화 장르의 공식이 거의 성립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갱스터는 기본적으로 당시 금주법, 대공황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채 시작되는 장르로서 많은 부분에 있어 실존 갱스터들을 많이 도입하여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배경과 실존 인물들에게서 받는 영향은 범죄 영화가 가지는 근본적 특징인 사회의 거울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40년대 들어 갱스터영화는 그힘을 잃어가게 되는데 주된 이유 역시 사회적 변화에 기인한다.  2차대전당시 남성들의 참전으로 인한 여성들의 사회적 위상의 변화로 인한 젠더계층의 접근이 일어나게 되고 이는 전통적 성과 사회적 젠더의 충돌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지속적으로 영화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로 인해 영화내에서 여성들의 위치가 크게 변화하게 된다. 

아주 간단한 예로 갱스터 영화에서 여성은 수동적이고 소유물 정도에 불과하지만 필름 느와르로 넘어오면서 여성들은 팜므파탈의 매력을 뿜어내며 요부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며 극의 중심에 서게 된다. 필름 느와르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기존의 갱스터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갱스터들의 상승-하락 구조는 물러나게 되고 철저하게 수사위주의 극으로 나아가게 된다.  즉 단순하게 갱스터들의 성공과 몰락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물과 분위기 그 자체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갱스터 영화에서 보여주던 아주 단순한 선악 대립적 구도는 철저하게 무너지게 된다. 

필름 느와르라는 것이 갱스터와 분리되어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된 계기는 기존의 갱스터와 확실히 차별되는 어떤 특징을 유럽인들이 발견하여 이름 붙힌 것이면서 시작된다.  그것은 바로 도식화되지 않은 현실의 제시라고 볼 수 있겠다.  도식화되었다는 것은 쉽게 말해 구도를 아주 단순하게 잡아 대립적 양상으로 드러내어 심플하게 제시하는 방법론이다.  초기 갱스터 영화가 이런 전형을 보여주는데 선한 지상의 세계와 악의 지하 세계의 대립을 통해 결국 선이 승리한다는 도식적 양상이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한가?  단순 이분법은 지상의 권력이 아주 순수한 것으로 그려내지만 현실은 부패하고 썩어빠진 뒤틀림 그 자체이다.  애시당초 지상과 지하라는 단순 도식 자체가 현실 세계에서는 적용이 가능하지가 않다.  그렇기에 양자를 가르는 경계선을 치워버리고 하나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순점들을 드러내버리는 것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조폭영화와 사회적 상호관련성
이러한 미국 헐리웃 범죄영화의 장르적 특성은 한국 조폭영화와 일부 맥락이 비슷한 측면이 많다.  특히 갱스터의 기본 도식에 느와르의 현실적 측면은 한국 조폭영화와 많은 부분에 있어 비슷한 측면이 많다.  한국 조폭 영화 역시 기본적인 텍스트의 도식은 대립위에 존재한다.  이러한 도식성은 조금씩 발전하며 상당히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첫째로는 초기 조폭영화에서 드러나듯 철저하게 개인적 측면에 입각하여 한 개인의 상승과 하락을 조직 내에서 그리는 식이다.  즉 한개인의 상승과 하락을 조직의 배신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식으로 그려진다.   두번째로는 후기 조폭 영화에서 흔히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사업체 자체를 부각시키는 특징을 보여준다.  예컨대 범죄와의 전쟁에서 빠찡꼬 운영을 둘러싼 사업경영 등을 들 수 있다.  주로 조폭영화에서 치중되는 사업체는 건설, 도박, 나이트클럽 이런쪽으로 치중되는데 이는 한국적 환경과 일치하는 측면이다. 

이런식의 도식화는 헐리웃의 범죄영화가 주안점으로 삼았던 아메리칸 드림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과 일맥 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즉 한국적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모순이 조폭들의 사업체를 통해 여실히 드러나는 식이다.  한국사회 전체가 가지고 있는 조직적 전체주의적 성향이 만들어낸 자본주의 문화가 조폭들을 통해서 비판되는 식이다.  간단히 말해 조폭의 세계나 합법의 세계나 뭐가 다른가?  이런 질문이 그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조폭 자체를 전복시키는 시도도 눈에 띄인다.  대표적인 예가 공공의 적이다.  이 작품에선 대놓고 조폭이 등장하진 않는다.  다만 조폭같은 경찰이 등장하고 조폭같은 사업가가 등장할뿐이다.  결론적으로는 설경구가 악을 처단한다는 식으로 흘러가긴 하지만 설경구 자체가 가지는 경찰로서의 모습은 조폭이 경찰로 치환된 것에 다름아니다.  극중 이성재 역시 성공한 사업가로 등장하지만 하는 행동을 보면 역시 조폭이 합법적 사업가로 치환된 것이다. 

이는 범죄와의 전쟁에서도 비슷하게 확인이 되는 부분이다.  부패한 세관원이었던 최민식은 세관 내의 갖은 부패로 인해 총대를 매고 해고당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그때 우연히 마약을 발견하게 되고 그를 통해 조폭의 세계와 연관을 맺게 된다.  그 과정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경주 최씨라는 가문을 이용해서 조폭과 관계를 맺는 과정과 사업체를 유치하기 위해서 가문이나 그외 인맥을 활용하여 이리저리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은 앞선 다른 조폭 영화들과 크게 다를것이 없다.  이러한 전복적 텍스트 역시 조폭 영화의 한 아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의 도식성은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그리고 한국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존 체계에 대한 분노와 의심에 대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가 가지고 있는 집단성 조직성은 조폭조직, 공무원조직 심지어 가문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조폭 영화가 가지는 공간적 측면을 바라보면 이러한 특징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범죄 영화의 공간은 음침한 외부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외부란 단순히 음침한 곳을 지칭한다기 보다는 그 사회가 정상으로 지정한 바깥의 공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순히 음침한 곳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모여사는 그런 공간 역시 외부로 상정될 수 있다.  특히 인상 깊은 공간은 공사판 그리고 재개발 현장이다.  헐리웃의 범죄 영화를 보면 공사판이나 재개발 현장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공간 설정은 역시 한국적 상황에 맞게 그려진 것이고 재개발이라고 하는 욕망이 뒤범벆이 되버리는 공간을 통해서 사회적 관련성을 확보하게 된다.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특별히 재개발이나 공사판이 드러나진 않지만 부산의 역사에서 만들어진 독특한 공간문화를 활용하여 외부를 기가막히게 그려내게 된다.  그리고 뚜렷한 상승 하락의 구조도 가지고 있는바 이 또한 최민식이 가지는 공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단순히 거주하고 있는 집의 상승도 인상 깊지만 최민식이 위기에 빠지는 순간의 공간 그리고 어떤 인맥 등을 활용하여 작당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대립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결국 조폭영화에서 공간은 단순한 영화적 배경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두사부일체라는 영화를 통해서 학교라는 공간을 전복적으로 활용하는 측면도 눈에 띄인다.  즉 외부로 설정된 공간을 주류인 학교를 선택함으로써 전복적으로 제시하는 형태인데 조폭 문화를 깡패 같은 선생님 왜곡된 사학, 학교 내 조직문화 등으로 치환하여 드러내는 방식이다.  가장 엄숙하고 신성해야할 공간에서 벌어지는 수만가지 폭력.  여기는 학부모도 자유롭지 못하다.  결국 되려 두사부일체에서는 조폭이 더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양상을 보여주기에 이른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조폭도 대학나와야 한다.  바로 이부분이 아닐련지.  아주 독특한 작품중 하나라고 볼 수 있겠다. 


마무리
최근에는 사회고발적인 영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의외로 흥행에 성공하는 형국이며 멜로 액션 등 다양한 형태가 드러나면서 조폭영화 일변도의 흐름에서는 많이 벗어난 형태이다.  물론 대자본 하에서의 다양화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사실 범죄 영화라는 것은 그 맥이 끊길 수가 없는 장르의 한 유형이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조폭영화는 만들어지고 소비될 것이다.  사실 이 범죄 영화만큼 현실을 잘 녹여내여 희극으로 승화하기도 하고 비웃기도 하고 비판할 수 있는 장르는 흔치 않다.  헐리웃의 범죄 영화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고 말이다.  따라서 폭력적이기에 청소년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고방식으로 탄압하려기 보다는 좀 더 작품성 있는 영화의 탄생과 그것을 향한 높은 비평문화를 통해 문화적 역량을 좀 더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옳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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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ipp

    | 2012.02.29 21:31 | PERMALINK | EDIT | REPLY |

    오랜만에 댓글을 다네요.
    용짱님도 많이 바쁘신지 예전에 비해서 글이 뜸하죠?
    아, 물론 제가 게으름을 피우느라 자주 못찾아온 이유도 있죠. ^^
    사회현상을 대변하는 조폭영화의 흐름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역시 강의제의를 받을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에요. ^^
    참석해 한번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리 ..

  2.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2.03.01 05:11 신고 | PERMALINK | EDIT |

    이거.. 강의할대 쓸려고 후다닥 해봤어요.
    첨엔 68혁명 얘기할려다가.. 조폭으로 확 틀어버렸어요.ㅋㅋㅋㅋ

  3. Valentamin02

    | 2012.03.01 00:36 | PERMALINK | EDIT | REPLY |

    영화 전문 블로거이신 분께서 앞으로 한국에서 제작되는 모든 범죄조직 영화들은 -할리우드의 '대부'처럼- 이 영화를 오마주로 삼아서 제작되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극찬하시더라고요.^^. 저도 극장에서 보고 싶은데 시간이.ㅠㅠ.

  4.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2.03.01 05:15 신고 | PERMALINK | EDIT |

    저도 영화 거의 못봐요. 마님이 영화일 함에도 불구하고 한달에 한번도 못가는듯해요. 심지어 매달 영화표가 10장 공짜로 나오는데 그것도 다 버리는 형국..ㅠㅠ

    오마주. 그건 한 20년은 지나야 할 수 있는 말 같은데 말이죠. 전 갠적으로 이 영화 잘만들었고 능력 좋은 감독이긴 하지만 그정도까진.. 아닌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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