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관리 메뉴

★ image or real

클레르의 무릎(1970), 욕망의 중간지점 본문

영 화/프랑스 영화

클레르의 무릎(1970), 욕망의 중간지점

유쾌한 인문학 2010. 2. 5. 01:33
반응형





에릭 로메르(Eric Rohmer)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중 한명으로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관찰하여 묘사하여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에릭 로메르는 아주 엄청난 다작을 행한 감독인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이는 부분은 연작을 좋아했다는 점이다.  그는 도덕이야기 6부작, 계절이야기 4부작, 희극과 격언 6부작이라는 각 시리즈물을 기획하여 연작하게 된다.  각시리즈가 담고 있는 영화들의 특징은 기본 구성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상황에 적용시키는 방식이다.

이 작품은 에릭 로메르의 14번째 작품으로 1970년에 공개되었다.  단편중편장편을 다 포함한 갯수이다.  중간에 옴니버스영화가 한개 있는데 그것까지 치면 15번째 작품이 될 것이고 장편만으로 계산한다면 5번째 작품이며 두번째 컬러영화이다.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건 도덕이야기 시리즈 중 5번째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간 도덕이야기 시리즈에 속해있는 영화를 총 세가지를 소개하였는데 이게 마지막이 될 것같다.  결국 여성수집가(1967)와 오후의 사랑(1972)은 빠진다는 건데 왜냐고 묻는다면 자막이 없어서라고 밖에 할말이 없을 것 같다. 

내용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제롬이라는 남자가 있다.  북구에서 조만간 결혼을 하게될 입장인데 잠시 휴가차 프랑스에 돌아오게 된다.  잠시 머물다 우연히 친구인 오로라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소설가인데 소설을 쓰는 도중 영감을 얻기 위해 제롬을 이상한쪽으로 끌고가게 된다.  즉 제롬에게 로라라고 하는 어린 여자 아이를 소개시켜 주고 제롬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다.  로라는 제롬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고 제롬도 로라에게 흥미를 느끼게 된다.   로라에게는 이복언니인 클레라가 있는데 어느날 그녀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관계기 시작되는바 제롬은 로라와는 달리 클레라에게서는 여성으로서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클레라의 무릎에 관심이 가게 된다.  결국 묘한 사각관계가 형성되지만 결국 핵심은 제롬과 로라 그리고 클레라 이 세명이 보여주는 관계와 그 내면이다. 


도덕 이야기와 moral
작품속으로 들어가기전에 먼저 살펴봐야할 부분은 도덕이야기라는 부분에서 도덕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관해서이다.  프랑스어로 moral이라는 말은 흔히 생각하는 도덕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불어에서 모럴이란 인간 내부에서 벌어지는 내면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바 도덕이야기라는 시리즈를 바라볼때는 흔히 생각하는 도덕관념으로 작품을 바라보면 안되고 주요인물이 보여주는 내면의 사고흐름에 중점을 둬야 한다.  즉 도덕이야기 시리즈의 영화에서는 무언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것 같은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나타나는 선택과 그 선택속에서 나타나는 인물의 내면이 핵심이 된다.  결국 도덕이야기라는 시리즈의 제목은 중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클레르의 무릎(Le Genou De Claire, Claire's Knee)
영화의 기본구조는 여러가지 시퀀스를 딱딱 끊어서 날짜별로 제시하는 식이다.  몇월 몇일 하고 날짜를 먼저 제시한 이후 하나의 시퀀스를 보여주고 급작스럽게 끊어버린 후 다시 그다음 날짜를 제시하고 다른 시퀀스를 제시하는 식의 방법론을 사용하게 된다.  결국 하나의 날짜에 한개 또는 두개의 시퀀스가 등장하게 된다.  상당히 실험적이고 재미있는 시도인 것 같다.  그리고 또 한가지 초기 작품과 달리 나레이터의 나레이션이 단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데 에릭 로메르의 작품 세계가 뒤로 가면 갈수록 더욱 정교해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위에서 4각관계라고는 했지만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를 보면 사각관계라고 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다.  역시 상황만 제시되고 그 상황속에서 제롬의 내면이 중요해진다.  제롬의 시점과 전체의 시점을 왔다 갔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확실한 정보는 제롬의 태도이다.  즉 제롬의 내면만이 제롬의 대사를 통해 끊임없이 제시되고 그외의 인물은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을뿐이다.  결국 관객은 플룻이 제시하는 스토리 정보를 제롬과 동일한 수준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 작품은 철저하게 오로라의 실험에서 모든 상황이 제시되게 된다.  오로라가 의도적으로 제롬에게 어린 여자아이들을 소개해주고 그속에서 나타나는 제롬의 태도를 살펴보는 것이다.  제롬에게 처음 로라를 소개해줬을때는 제롬은 나름 약간의 유혹을 받긴 하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로라와 아주 급격하게 친하지게 된다.  하지만 클레르가 등장하자 그는 묘하게 달라지게 된다.  클레르에게는 쉽게 다가서지도 못하고 그녀 근처에서 머뭇거리며 빙빙도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내면에는 그녀를 가지고자하는 욕망과 스스로 도덕적 위기에 몰아넣지 않으려고 하는 두개의 마음이 공존하게 된다. 

이러한 마음의 공존은 클레르의 남친을 향한 질투로 나타나게 된다.  대놓고 질투하는건 아니고 은근한 질투라고나 할까.  이러한 질투는 지속적으로 클레르로 하여금 그 남친과 헤어지게 하려하고 그 남친을 은근히 감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그의 말들이 상당히 재미있으며 그가 지속적으로 클레르의 무릎을 훔쳐보는 것 역시 상당히 흥미롭다.  파스칼 보니처는 무릎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는데 무릎은 성기와 발끝의 중심에 위치한 곳으로서 완벽한 중립지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이는 욕망과 도덕이라는 양자 선택의 상황에서 그가 도망갈 수 있는 중립지역이라는 말이된다.  결국 그는 이러한 클레르를 향한 욕망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그녀의 무릎을 만짐으로써 해결하게 된다. 




마무리
이런 상황은 사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흔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된다.  저런 선택의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결정을 내리게 될까?  이때 중요한건 도덕적인 선택을 하느냐 안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핵심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주인공 내면의 흐름이다.  그리고 에릭로메르의 이 도덕이야기라는 시리즈가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저러한 선택의 상황을 다양한 인물상들에게 제시하면서 그들이 보여주는 내면의 흐름이 각자마다 크게 다를바가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을 제시하기 위하여 그렇게 상황만 제시한채 사건을 진행시키지는 않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 한국에서 이런 스토리의 극이 형성된다면 아마 성적관계는 관계대로 다 맺고 아이를 가진후 도망갔다가 복수하고 뭐 그런식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인물의 내면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그게 바로 한국식 드라마의 특징인 것이다.  아무튼 이 작품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니 기회가 되신다면 꼭 보시길 권하는바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