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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에드버킷(1997), 창출된 욕망과 구성된 주체성 본문

영 화/90's 영화

데블스 에드버킷(1997), 창출된 욕망과 구성된 주체성

유쾌한 인문학 2010. 6. 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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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블스 에드버킷(The Devil's Advocate)
테일러 핵포드 감독의 8번째 장편영화이다.  알 파치노와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꽤나 재미있는 영화이다.  기본적으로 법정 드라마인데 법정 영화치고 별로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법정이라는 것은 하나의 부가적 요소일뿐 이 영화가 보여주는 핵심은 전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법정 영화가 주는 지겨움의 주요 원인인 법논리적 요소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오직 인물과 인물이 보여주는 갈등적 요소만이 드러날뿐이다.  데블스 에드버킷이라는 제목이 흥미롭다.  두가지 의미를 가지게 되는데 첫째는 악마의 변호사라는 의미를 가지게 됨과 동시에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제목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제목의 중의성은 첫번째 제목을 전면에 내세운채 두번째 의미를 내포하는 방법론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플로리다에서 단 한번의 패소도 허용하지 않은 능력있는 변호사(키아누 리브스)는 강간범을 풀어지는 재판을 하게 되고 그 이후에 뉴욕으로 스카웃 되게 된다.  유명한 초거대 로펌으로 스카웃된 그는 로펌 사장(알 파치노)의 각별한 애정을 받게 된다.  그는 뉴욕에서 점차 일에 빠져들게 되지만 그와 동시에 그의 부인은 뉴욕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 정신병에 걸려 환각을 보는 등의 고통에 빠지게 되고 그런 그녀를 키아누 리브스는 철저하게 무시한채 점차 일에 빠져든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에게 아주 큰 사건이 떨어지게 되지만 그 사건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맡은 변호인의 유죄를 알게 되고 그와 동시에 관련된 인물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일의 성공과 회장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물질적 부에 대한 욕망으로 진행시켜 나가면서 회사의 매력적인 동료 변호사에게 빠져들게 된다.  그러다 그의 부인은 자살하게 되고 이에 그는 이상함을 느껴 회장을 찾아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회장은 악마였다는 사실이다.




진실의 본질
흔히들 법이라는 학문을 놓고 빵을 위한 학문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닌 것이 모든 학은 진리의 추구와 그것의 실천을 목적으로 하지만 법은 꼭 그렇지 않다.  겉으로는 진리를 추구하는척 하고 진리라고 보이는 것을 본떠서 법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상대성.  즉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담론의 변화와 그 변화에서 만들어지는 정상과 비정상의 나눔 그리고 그것들의 개인에게의 체화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진리이며 그것을 그때 그때마다 적절히 변화시켜 적용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다 법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논리의 문제이다.  절대적 가치의 추구와 실천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양 대립 당사자 사이에 나타난 증거와 그 증거를 활용한 논리의 싸움.  그 논리의 완결성에 따라서 비슷한 사건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그 사회가 규정한 정의라는 것을 변호사가 스스로 부정할 수도 있다.  어차피 자신은 승소해서 돈을 벌면 그뿐이니 말이다.  이는 타 학문에서 문제되는 실천의 문제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렇기에 법은 빵을 위한 학문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측면은 영미법에서는 더욱 심화된다.  영미법이 가지고 있는 배심제도 즉 배심원이 유죄를 확정하면 판사가 형을 확정하는 시스템에서 배심원의 설득이 아주 중요해진 말이다.

물론 변호사에게도 진실의무가 있긴 하지만 사실 그런 의무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패소하는 변호사에게 누가 사건을 맡기겠는가?  결국 이는 공허한 의무가 될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거짓을 고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필요한 것만 말하고 필요한 정보만 취사선택할 뿐이다.  물론 이것도 우리의 법실정보단 영미의 그것에 더 가깝다.  우리나라는 특히 형사의 경우는 유죄가 확실하지 않으면 소송을 걸지 않으니 말이다.


창출된 욕망과 구성된 주체성
아무튼 뭐가 되었든 법정 싸움의 핵심은 진실의 가려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진실이라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다.  분명 하나의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 사건을 둘러싼 하나의 실체가 존재할텐데 그 실체는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된다.  무슨 말인가?  그 실체는 분명 존재하지만 어느 누구에게서도 정확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당사자마저도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결국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실체를 놓고 벌이는 싸움이다보니 그곳엔 자연스럽게 욕망의 문제가 끼어들어가게 된다.  즉 법정싸움이라는 것은 그 내면에 사회가 구축한 옳음과 그름의 문제를 넘어 자신이 스스로에게 부여한 가치관과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쾌락적 욕망과의 싸움을 내포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법정싸움은 욕망과의 싸움이라고도 볼 수 있다.  결국 법의 수행이라는 것도 불안한 인간이 행하는 것이니 말이다.

극중 주인공인 키아누 리브스는 이러한 욕망과의 싸움을 잘보여주는 케릭터이다.  지고 싶지 않은 욕망에 그는 강간범을 풀어주고 피해자를 부도덕한 여성으로 몰아붙여 정신적으로 강간해버린다.  그 이후 그는 뉴욕으로 스카웃받아 가게 되면서 자신의 부인을 내팽겨친채 오직 일에만 집중하게 된다.  성공을 향한 욕망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성공은 피묻은 욕망에서 비롯된 성공에 불과하다.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강간하고 정신적으로 살해하면서 얻어내는 성공이니 말이다.

중요한건 이러한 욕망이 자유의지에 의한 욕망인가?  아니면 무엇인가에 의해 창출된 욕망인가? 하는 점이다.  바로 여기에서 이 영화의 핵심적 주제가 드러나게 된다.  즉 개인이 보여주는 성공을 향한 욕망이라는 것이 이 사회가 요구하는 욕망 즉 타인의 욕망을 내재화시킨 욕망인가? 아니면 스스로 자발적으로 구성한 욕망인가? 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인간이 가지는 욕망은 그 사회가 요구하고 타인들이 가지는 욕망을 자신에게 내재화시킨 욕망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타자에 의해 구성된 주체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키아누 리브스는 회장이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그 악마에게서 지독한 진실을 듣게 된다.  결국 선택은 네가 했고 너의 내면에서 너에게 속삭이던 그 욕망의 외침을 니가 스스로 받아들이지 않았냐고 말이다.  즉 네가 스스로 니 욕망의 속삭임을 대변한 악마의 대변인이 아니었냐고 말이다.  그리고 그를 유혹한다.  그 욕망에 더욱 충실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의 선택은 자유의지에 의한 자살이다.  그 자살로 인해 창출된 욕망에서 벗어나 자유의지에 의한 욕망으로 나아가게 된다.  즉 진정한 주체성의 구축이다.  바로 그때 그는 이 모든 것이 환상임을 깨닫게 되고 제일 처음 사건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스스로 구축한 주체성에 의거하여 제일 처음 사건에서 자신이 맡은 고객이 강간범임을 밝혀버린채 변호를 거부하게 된다.  이에 악마인 알파치노가 기자의 모습을 한채 그에게 다시 접근하게 되는바 이는 최고의 특종이라며 넌 최고의 스타가 되었다고 유혹하게 되고 이에 키아누 리브스는 다시금 이에 넘어가게 된다.  이부분이 참 재미있는 지점이라 생각된다.  즉 진정한 주체성이란 찰나적이고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며 키아누 리브스에게 요구되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 극복의 초월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서 속삭이는 수많은 욕망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자발적 주체성의 구축에 대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마무리
확실히 재미는 꽤 좋은 작품이다.  법정영화치고 이정도의 재미를 보여주는 영화도 흔하진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테일러 핵포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치고 그렇게까지 강렬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괜찮긴 하지만 압도적이진 않다고나 할까?  아무튼 한번쯤 보라고 권할만한 영화이긴 하다.  알 파치노의 강렬한 연기도 인상적이고 키아노 리브스의 연기 역시 아주 볼만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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