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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맨(2005), 파토스와 서사구조, 언어문자의 한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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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맨(2005), 파토스와 서사구조, 언어문자의 한계

유쾌한 인문학 2010. 6. 1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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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맨(Cinderella Man)
론 하워드 감독의 17번째 작품이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모든 면에서 대 성공을 거둔 이후 다시금 러셀 크로우와 손을 잡고 만든 작품이다.  항상 느끼는거지만 이 감독은 작품 편차가 너무 심하다.  우와 싶은 작품이 있다가도 또 한편으론 별볼일 없는 작품들이 나오기도 하니 애매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뭐가됐든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는 있으니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는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 하나 만큼은 정말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나는 헐리웃에서 만든 소위 말하는 동화적 감동코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영화들 곳곳에 숨겨놓은 정치적 장치들도 아주 눈에 거슬리고 이를 통해 사람을 교묘하게 조작해 들어가는 것이 아주 불쾌하다.  더 안타까운건 이런 얘기 해줘보야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거.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쉬운게 사람 낚는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내놓는 서사구조는 정말 훌륭하다.  너무나도 훌륭한 서사구조위에 감동이 얹어지게 되고 그 속에서 곳곳에 다양한 정치적 장치를 이미지속에 숨겨놓는 방법론이다.  다른건 몰라도 서사구조 하나만큼은 정말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사구조
신데렐라맨도 서사구조가 아주 뛰어나다.  가정형편이 거의 최악의 상황으로 몰려나간 어느 권투선수의 삶을 보여주는데 그는 과거에는 아주 잘나갔던 선수이다.  이런부분은 굳이 보여주기보다는 생략하고 지속적인 대화속에서 드러나게 된다.  대공황이 시작되고 일자리는 없어지고 자신은 지속적으로 부상을 입은채 권투를 하다보니 급기야 쫓겨나게 된다.  인물을 최악의 상황을 몰아 붙이는 것이다.  이때부터 그의 어마어마한 성공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상승 - 하락 - 상승구조이다.  영화에서는 처음의 상승은 생략하고 하락과 뒤이은 상승만을 제시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건 어떻게 파토스를 이끌어내느냐 인데 가장 흔한 방법은 급전과 발견을 통해서 이를 이끌어낸다.  좀더 말해보자면 흔히 비극의 플롯에서 가장 중요한 3가지를 얘기한다면 급전과 발견 그리고 파토스를 들 수 있다.  급전이란 예상치도 못하게 사태가 180도 반대방향으로 돌아서는 것을 말하고 발견이란 급전을 통하여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깨닫게 되는 것을 말하며 파토스란 거기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흥분을 의미하게 된다.  한국드라마에서 자주쓰는 수법으로 예컨데 사랑하는 사람이 알고보니 숨겨진 남매였다는 급전을 통해 주인공들은 자신의 비극적 운명을 이해하게 되고 거기에서 엄청난 감정의 고통 즉 파토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데렐라맨은 어떠한가.  이 작품에서는 급전과 발견을 제시하기보다는 동일시라는 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뭐 간단하다.  파토스라는 것도 다양한 측면이 있지 않겠는가?  절망, 분노, 환희 등 여러가지 측면으로 발현될 수 있는데 극중 주인공이 느끼는 절망과 분노를 통한 동일시와 그것의 해결속에서 느껴지는 환희 그 안에서 파토스가 이끌어내진다.  재미있는건 이는 영화속에서도 똑같이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극중 주인공은 당시 빈민층들의 희망과 같은 위치에 매김하게 된다.  일종의 영웅이라고 볼 수 있겠으며, 우리로 치면 IMF 당시의 박찬호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극중 모든 사람들은 그를 통해 희망을 보려하고 그 희망을 자신 내면으로 가져오려고 한다.  이러한 감정을 영화를 보는 관객도 그대로 느끼게 된다.  즉 영화를 보는 관객과 극중 권투를 보는 관객들 사이에 일치감이 생겨난다.  여기서 발생하는 두번째 동일시에서 또다른 파토스가 제시된다.  이게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죽을것 같은 감동의 근원인 것이다.  난 뭐 사실 아는게 별로 없어서 이정도 밖에 설명을 못하겠는데 정말 헐리웃 영화들의 서사기법은 연구를 많이 해볼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쨋든 뭐 어려울거 하나 없는 간단한 내용이다.
 




대공황과 언어문자
이 작품 배경은 대공황 당시의 1930년대 즈음이다.  당시 대통령은 허버트 후버인데 영화에 보면 후버촌이라는 판자집 같은 빈민 집단 주거지가 나오게 된다.  후버촌이라는 이름은 당시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의 이름에서 따오게 된다.  일종의 조롱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는 이들에 대해 아주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가버리자면 그곳은 당시 쓰레기 더미위에서 급조하여 만든 판자촌 같은 곳으로 대공황 당시 뉴욕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집단 거주지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상황을 잘 표현하는 신문기사를 하나 올려보자면 1932년 초의 뉴욕타임스 기사이다.

지붕을 올리는 도급일을 하다 실직하고 무일푼이 된 48세의 용모씨는 브루클린 핸콕가 46번지에 있는 아파트에 대해 거주권을 얻으려 애쓰다 부인의 품에서 사망한다.  의사는 심장질환이라고 진단했지만 경찰은 거리로 쫓겨나는걸 막기 위해 애쓰다 느낀 좌절감이 부분적 이유일꺼라고 말했다.  집세가 5달라 밀린상황에서 선불로 39달라를 내지 못해 퇴거명령서를 받은 그는 가정구호국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게 된다.

간단한 기사같지만 이 기사 내용이야 말로 이 영화 내용과 정확히 일치하는 부분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저 기사의 주인공은 사망하였지만 영화속 주인공은 대성공을 통해 가족을 지켜낸다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겠다.  아무튼 왜 갑자기 이런 기사를 제시하느냐?  라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은 대공황이라는 것이 생겨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텍스트를 통해서 말이다.  중요한건 우리가 흔히 접하는 텍스트라는 것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함에 있어서 명백한 한계점이 있다는 것이다. 

언어문자는 실제를 담아내지도 못할뿐더러 툭하면 왜곡되기 일쑤이다.  예컨대 한쪽에선 전쟁으로 수천명이 사지가 찢겨나가면서 비참하게 죽어나가지만 그것을 담아내는 언어문자는 "천명 사망" 정도로 처리된다.  또다른 예로 1차대전 당시를 보자면 60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어나감에도 불구하고 언어문자는 이말 한마디를 전했을뿐이다.  "서부전선 이상 없다"

이는 언어문자과 권력이 결합되었을때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오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이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였을때 그것을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느냐.  즉 어떠한 안경을 쓰고 바라보느냐가 핵심이다.  쉽게 말해 빨간안경쓰고 세사을 바라보면 빨갛게 보이는 것이고 파란안경 쓰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파랗게 보인다.  여기서 안경은 이데올로기가 된다.  뭐 미국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대부분 이런 사건을 바라볼때는 철저하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방법론이 사용된다.  그러면 아주 무미건조해진다.  이러이러한 경제적 원인에 의해서 실업자 몇백만명이 생겼지만 이러이러한 경제적 방법론을 통해 해결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반대로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방법론을 사용하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무미건조해질수가 없는 것이다.  이게 바로 아날적인 시각에서의 역사 방법론이다.  하지만 이건 대단히 불편한데다 이런 사실의 제시가 권력의 유지라는 측면에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않기에 이런 시각은 항상 폐기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측면이 가장 잘나타나는 것이 바로 교과서이다.  교과서에 실린 언어문자들은 그 국가의 권력상황과 직결되기 마련이니 말이다.  어려울거 하나 없는 내용이다.

재미있는건 이러한 측면이 영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극리얼리즘적인 영상은 불편하다고 어렵다고 관객들이 외면하기 일쑤이고 지나친 리얼리즘은 권력에 의해 차단당하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도 너무 온화하게 그려낸게 아닌가 판단된다.  뭐 그럭저럭 살만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니 말이다.  하긴 뭐 영화 말해서 뭐하겠는가.  오늘날 한국의 수많은 영상들을 보더라도 그냥 그럭저럭 살만한 것처럼 보이니 그것에서 비롯되는 착시현상으로 자신들이 마치 그것인 마냥 착각하여 헛짓들 하게 되는걸 보자면 다시금 느끼게 되는 한가지 사실이 떠오르게 된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게 사람 낚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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