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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세번째 날에(2000), 이스라엘 내부의 평범한 삶과 벗어날 수 없는 국가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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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리고 세번째 날에(2000), 이스라엘 내부의 평범한 삶과 벗어날 수 없는 국가성

유쾌한 인문학 2010. 10. 1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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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세번째 날에(And on the Third Day)
1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이스라엘 영화이고 감독은 모쉐 이브기이다.  특별한 수상이력은 없는 작품이다.  감독이 흥미로운데 이스라엘에서 대단히 유명한 배우이고 그의 첫번째 데뷔작이라고 한다.  일단 시놉시스가 사당히 흥미롭게 적혀있어 빠르게 매진을 이루어냈지만 조금 지겹게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이다.  일단 이스라엘의 어느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초반에는 도대체가 인물들이 분간도 안갈정도로 난잡하게 등장해서 도대체가 정리가 안되는 느낌?  물론 중반에 이르면 점차 캐릭터들의 관계와 특징들이 뚜렷하게 보이게 된다.

크게 봐서는 4명의 여인이 등장한다.  첫번째는 아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주부이다.  두명의 딸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여성인데 뭐라고 해야 할까?  자존감이 상당히 많이 무너진 상태이다.  남편이 성관계를 하자고 몸에 손만대도 우울해질정도이며 그렇다보니 남편과의 관계도 그다지 좋지 않다.  두번째 여성은 창녀인데 컨셉 창녀라고 해야 할까?  간단히 말해서 손님이 어떤 상황극을 요구하면 그 상황극을 그대로 행해지는 창녀이다.  그리고 거식증을 알고 있는 여성이다.  거식증에 빠진 이유는 간단한데 지속적인 삽입 과정에서 신체의 정화로서의 내보냄의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세번째는 남자친구를 만나려고 문제의 도시로 잠시 방문한 여성인데 도착하자말자 남자친구가 연락이 두절되어버린다.  유태인의 문화를 잘 모르겠지만 대충봐서는 결혼을 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한 상태이다.  네번째 여성은 국세청 직원으로 보이는데 이스라엘 주요 기업인이 총리로 나가는 과정에서 벌어진 회계비리를 추적하다가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남자들도 여러명 나오지만 사실상 영화는 이 여자 4명을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재미있는건 이 네명의 여자들이 완전 남남으로 그 어떤 확실한 인과성은 드러나지 않는다.  다만 우연찮게 묘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형태이다.  사실 이런 영화 형태는 국내에서도 여러번 등장한 스타일이다.  즉 각기 다른 여러 커플을 제시한채 그들이 우연찮게 묘하게 얽혀들어가는 하지만 각기 다른 커플들의 이야기 같은 것 말이다.  딱 그런 스타일의 영화로 보시면 되겠다. 

또 한가지 특징을 잡아보자면 노출 수위가 상당하다.  성기노출은 기본이고 다양한 변태적 성행위들도 상당수 등장한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영화속에서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이 등장하는 씬이다.  이 장면은 창녀 여성에게 손님이 감각의 제국에 등장하는 한 장면을 그대로 연출하기를 원하게 되어 영화를 보고 연습하는 장면이고 실제로 그 장면과 동일하게 성관계를 이루게 된다.  이 장면에서 느낀 충격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힘들지 않을까.  영화 시놉시스에서는 소돔과 고모라의 현대판이라고 말하지만 그정도까진 아니다.  그냥 상당한 수준의 노출이라고 정리가 가능하겠다.




이스라엘 내부의 평범한 삶과 벗어날 수 없는 국가성
나는 보통 신문을 볼때 제일 처음 보는 면이 국제란이다.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15년째 국제란만 1등으로 보는 중이다.  국제란을 자주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국제란의 단골손님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이 없었다면 국제란을 뭘로 채울까 싶을 정도로 상당한 단골 손님이다.  즉 나는 15년동안 국제란을 통해 이스라엘의 온갖 이야기들을 보았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그렇다고해서 내가 이스라엘에 대해서 뭔가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건 무리다.  나의 관념속에 이스라엘과 연겨로디는 이미지들은 그 지역의 독특한 정치적 역학관계 그리고 이스라엘 군인들이 보여주는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대부분이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라 판단된다.  이스라엘하면 떠오르는 부정적인 이미지와 유태인하면 떠오르게 되는 또 다른 부정적인 이미지.  21세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스라엘과 유태인은 이러한 이미지로서만 다가오는 대단히 불확실하고 모호한 성격을 가지게 된다.  단 한번도 만나본적도 가본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이러한 이미지의 모호성은 이스라엘 자체를 일련의 경향성을 가진 소비성으로 대체하게 된다.  이런 상황하에서 과연 이스라엘 사람들은 실존한다고 볼 수 있을까?  사실 그들은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일방향으로 흐르는 소비성으로 그들을 대체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인간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범주의 집단성에서 쉽게 드러나는 현상이다. 

이런 시점에서 이런 영화의 등장은 대단히 유의미하다.  실존하는 그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특정한 인종의 범주로 묶인 집단성을 배제하고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로 묶어낸 집단성을 배제한채 인간이 보여주는 가장 순수한 측면.  즉 단순한 욕망이라는 측면을 파고들어간 이 작품은 성담론을 강조하면서 그 땅에 살아가는 인간들을 규정짓는 범주를 제거해나간다.  모든 것이 제거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스라엘이라는 영화적 배경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성격을 드러내게 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단순하게 담담히 이야기만을 풀어내진 않는다.  그것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가장 마지막 폭격장면이다.  갑자기 등장하는 전쟁상황.  적이 누군지 나오진 않지만 어느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중동전쟁의 상황.  이 상황하에선 급작스럽게 모든 것이 무의미해진다.  삶이 무의미하다며 떠나려고 하던 두 딸아이의 엄마는 급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되고 정치비리를 파헤치던 일련의 과정도 무의미해진다.  자신을 버린 남자친구의 충격에서 해매던 그녀 역시 생존이라는 절대적 명제 앞에서 앞선 충격과 고통은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이러한 영화적 표현은 인간 특유의 보편적 성향의 제시와 이러한 성향이 급작스럽게 전개되는 국가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개인적 불안들이 한번에 붕괴되는 현상을 통해 그 땅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이 어떠한 소비성으로 규정될 수 밖에 없는 필연성을 제시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비단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전세계 어디에 가던 흔히볼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한 보편적 인간이 어떤것에 의해 어떻게 바뀌고 어떻게 규정되고 그렇게 규정된 그것이 어떻게 소비되는가를 은연중에 내포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을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대한 것이 아니겠는가?


마무리
영화제 같은 것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접하기 힘든 제3세계 영화를 자주 골라서 보곤 하는데 뭐랄까.  뭔가 그냥 그저 그런 영화인듯하면서 묘한 사유를 전개해나가는 기막힌 매력이 존재한다.  이것이 3세계 영화의 특징이다.  서구화된 사유의 틀을 깨주는 어떤 힘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투박한 매력이라고나 할까?  이 작품은 10월 10일, 10월 14일에 상영이 잡혀있는 상태이고 14일 방영분에서는 감독을 만날 수 있다.  관심있으신분들은 챙겨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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