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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 팔라스 아테네를 통해보는 분리주의 본문
아테네의 상징
팔라스 아테나는 1898년도 작품으로 다들 예상하시다시피 그리스 여신인 아테네를 그린 그림이다. 아네테하면 여러가지가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역시 그녀의 대표적 상징은 전쟁이다. 이러한 전쟁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신화가 하나 존재하는데 파리스의 심판이다. 파리스는 트로이전쟁의 원흉이 된 왕자의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트로이 영화를 보신분은 헥토르의 동생을 생각하시면 된다. 아래의 그림은 루벤스의 파리스의 심판이다.
파리스의 심판의 내용은 이러하다.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데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 화가나 헤라와 아테네와 아프로디테 앞에 가장 아름다운 이를 위한 상으로 황금 사과를 하나 던진다. 이에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파리스에게 여신들을 데려가 심판을 받게 한다. 여신들은 저마다 파리스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약속하는데 헤라는 만인을 다스리는 왕권을, 아테네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헬레네와의 결혼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다. 이에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게 되고 이게바로 트로이 전쟁의 서막이다. (참조 원전으로 읽는 그리스 신화, 천병희 313p)
파리스의 심판은 회화의 주제로도 많이 선택되는바 여자 세명이 서있고 앞에 남자 한명이 고민하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면 무조건 파리스의 심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 한가지 짚어볼 부분은 아테네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아테네는 로마초기로 돌입하면서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초창기에는 지혜와 공예의 여신이었지만 후에 전쟁의 여신 자리도 겸하게 되면서 이때부터 아테네는 기예, 전쟁, 지혜를 관장하는 통합적 여신으로 거듭나게 된다.
분리파운동
위에서 아테네의 상징성을 말한 이유는 아테네의 상징성과 팔라스 아테네 그리고 분리주의 운동이 꽤나 깊은 연관성을 보이기때문이다. 분리파는 보수적인 미술가에 대한 반발심에서 시작한 일종의 예술 개혁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이 협회는 미술가와 대중 사이의 매개자로 역할을 하게 되는데 당시 현대미술작품을 협회를 통하여 판매하거나 전시 하는 등 젊은 예술가들에게 다양한 후원을 하게 된다.
분리파 이후 뛰어난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함으로 상대적으로 낙후된 오스트리아 미술을 일정 궤도위에 올려놓게 된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다민족 국가의 형태를 보이는데 다양한 민족을 통합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리파를 지원하게 된다. 즉 이러한 새로운 운동은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여 단일한 오스트리아 문화로서 발전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을 착안한 것이다. 1898년에 이러한 분리주의 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전시회가 열리게 된다.
이때 만들어진 포스터가 아주 인상적이다. 오른쪽에 서있는 무장을 한 여성은 아테네이고 포스터 상단을 보면 미노타우르스가 보인다. 그렇다면 서있는 남자는 테세우스일테고. 이 포스터의 상징은 결국 구세대를 타파하자는 개혁운동을 잘 표현하고 있다. 즉 자신들을 테세우스에 비유한 것이다.
팔라스 아테네
저러한 포스터의 상징성과 마찬가지로 팔라스 아테네도 같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팔라스아테네는 제1회 분리주의 전시회와 같은 해에 제작되지만 출품은 제2회 분리주의 전시회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실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오게 되는 그림이다. 그림을 자세히보면 일단 아테네여신이 서있고 그녀의 가슴에 혓바닥을 내밀고 있는 황금색 고르고가 보인다. 오른손엔 나체의 여자가 서있으며 뒷쪽 검은 부분에 얼핏 보이는 그림은 전투장면인데 헤라클레스와 트리톤이 싸우고 있는 모습이다.
팜므파탈
여기서 나타난 아테네 여신은 역시 전형적인 팜므파탈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뇌세적인 눈빛. 남성으로 하여금 겁탈하고 싶게 하는 욕망이 생기게 하면서도 한편으론 거세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묘한 느낌. 정말 기가막힌 이미지라고 생각된다. 눈빛하나로 이런 느낌을 자아낼 수 있는 화가가 클림트 말고 또 있을까? 뒤에 나타나있는 헤라클레스의 전투장면의 상징성은 위에서 본 테세우스의 전투장면과 마찬가지의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고 인상 깊은 부분은 고르고이다.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 따르면 고르고는 폰토스와 가이아의 자식들인 포르코스와 케토.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자매들인데 각기 이름은 스텐노, 에우뤼알레, 메두사라 칭한다. 이 세명중 스텐노와 에우뤼알레는 불사의 운명이지만 메두사만이 죽을 운명을 타고나게 된다. 흔히 단수로 고르고라고 하면 메두사를 칭하게 된다. 페르세우스 신화는 생략하겠다. 팔라스 아테네에서 그려진 저러한 혓바닥을 내민 고르고의 모습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구세력에 대한 조롱의 상징을 가지게 된다. 사실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차용한 강력한 아테네여신의 모습에서 저런 형태의 메두사를 차용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강력한 거세공포를 일으키게하기위해선 좀 더 무섭고 강렬한 메두사의 이미지를 차용하는게 옳을테니 말이다.
니케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오른손위에 있는 나체의 여성이다. 저 여성은 니케(Nike)를 의미한다. 아폴로도로스의 그리스신화에 따르면 거인 팔라스와 암흑의 강 스튁스는 승리(Nike), 힘(Kratos), 열성(Zelos), 완력(Bia)의 자녀들을 낳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제우스가 크로노스 및 티탄신족과 전쟁을 시작할때 스튁스와 스튁스의 저 4명의 자녀들이 제우스의 편을 들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즉 승리, 힘, 열성, 완력은 제우스가 티탄신족을 제압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승리를 상징하는 니케는 동시에 아테네와 제우스의 상징이므로 특별히 니케가 따로 신으로서 숭배됐기보다는 제우스와 아테네가 니케를 들고 있는 형태로 자주 등장하게 된다. 주로 팔에 올려놓는 형태이다. 그렇기에 클림트의 팔라스 아테네에 나오는 저 여성이 니케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니케는 단독으로 그려질 경우 날개가 달리고 종려나누 잎을 들고 있는것이 특징이다. 왜 그 흔히 배의 선상에 세우는 날개달린 여신상을 생각하면 된다.
위의 사진이 루브르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니케 석상이다. 사모트라케의 니케석상이라 부르며 사모트라케는 섬의 이름이다. 목이 날아간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훗날 기독교인들이 우상숭배라는 명목하게 파괴해버린 것이 주된 이유가 아닐까 라고 추정되고 있다.
클림트의 니케는 독특한게 옷을 다 벗겨놨다. 이는 승리의 여신으로서의 이미지보단 어떤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남성들은 클림트의 팜므파탈 그림을 보면서 대부분 저 여성을 겁탈하고 싶다는 야릇한 느낌을 가지게 되고 또 한편으론 저 여성이 날 원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가지게 된다. 전형적인 나르시즘이다. 이는 팜므파탈 여성이 가지는 특징중 하나이다. 결국 저 나체의 니케는 이러한 생각을 거울로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즉 당신의 머리속에 있는 생각이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