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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니즈 부키의 죽음(1976), 당신이 속인 당신의 삶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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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사베츠(John Cassavetes)
1929년에 태어나 총 9개의 작품을 남긴채 1989년에 사망하게 되는 인물로써 미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독립영화감독이자 배우이며 닉 카사베츠 감독의 아버지이다. 미국인 감독이지만 헐리우드 시스템에 타협하지 않고 작품활동을 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처음엔 티비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였고 나중에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찍어본 첫작품인 그림자들(1959)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미국판 누벨바그라는 엄청난 환호와 더불어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이후 헐리웃과 손잡고 두개의 작품을 내놓게 되지만 헐리웃 시스템과 그는 적잖이 맞지 않았는지 최악의 졸작을 만들어내고 만다.
결국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헐리웃을 떠나 독립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는데 주로 제작비는 대단히 인기있는 연기자로서의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나오는 그의 작품들은 가히 걸작들의 향연이 이루어지게 되는바 유럽에서는 거의 대가에 반열에 오르게 되고 그의 마지막 두 작품인 글로리아와 사랑의 행로는 베니스와 베를린 양쪽에서 모두 대상을 수여하는 기염을 토해내게 된다.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The Killing Of A Chinese Bookie)
내용을 먼저 간단히 언급하자면 스트립 클럽의 주인인 주인공은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작지만 수입도 괜찮고 여종업원과의 관계도 원만해보인다. 하지만 어느날 그는 여직원들을 전부 대동한채 도박장에 나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는 돈을 다 잃고 빚까지 지게 된다. 결국 도박 빚을 갚기 위해 거물 중국인 마권업자를 죽이라는 협박을 당하게 되고 그는 그를 죽이게 된다.
기본적으로 범죄영화인데 갱스터는 아니고 영화소개에서는 필름 느와르라고 하지만 그 범주에 넣기도 좀 힘들다. 카사베츠식의 느와르라고 보면 될려나? 간단하게 언급한 내용을 보면 엄청난 액션과 총격신이 남무할것 같지만 그런것도 아니다. 화려한 액션 전혀 없고 총을 쏘며 총알을 피하는 주인공의 영웅적 모습은 더더욱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화는 상당히 지겹게 흘러간다. 더 재미있는건 문제의 거물 중국인 마권업자가 정말 별볼일 없는 노인네 정도로 그려진다는 점이다. 거기다 스트립 클럽이 나온다고 하여 대단히 야한 무언가를 기대하면 안된다. 정말 볼것 없는 스트립쇼이니깐.
결국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보아온 범죄영화의 다양한 하위장르에서 그려지는 전형적 요소들 예컨대 카리스마 있고 화려한 의상의 두목과 화려한 총기 액션, 섹스 등이 싹 걷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존 카사베츠 감독의 전 작품에서 보여지는 특징중 하나이다. 가식적이고 허구적이며 지극히 영화적인 모습들은 철저하게 배재한채 삶 그 자체를 보여주려는 노력. 바로 그것이 카사베츠 감독 작품의 핵심인 것이다.
극의 초반에는 주인공이 하얀 양복을 입은채 리무진을 끌고 정말 화려하고 폼나게 나온다. 초반에는 무슨 대단한 조직 두목이라도 되는줄 알았었다. 그런데 어째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주인공 남성은 대단한 조직의 두목은 커녕 그냥 스트립 클럽 사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그가 하는 것은 쇼를 진행하고 그 쇼를 통해 적당한 돈을 버는 그저 그런 뒷골목 술집 사장 정도인 것이다. 그런 그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큰 도박장에 거드름을 잔뜩 피우며 자신들의 여종업원을 대동한채 가게 되고 돈을 전부 잃고 빚까지 지게 된다.
뭐 혹자는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웃기는 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저 모습을 보고 비웃기에는 우리 스스로가 너무 부끄럽지 않은가 생각된다. 우리네 삶을 반추해보더라도 저런 허상과 허기에 가득찬 삶을 꿈꾸고 실제로 그런것처럼 위장하려고 하는 행동. 자주 행하니 말이다. 특히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자신이 무슨 대단한 깡패 뭐쯤이라도 되는마냥 거드름을 잔뜩 피우고 다니는 친구들이 기억날 것이다. 그 학생들의 심리나 극중 주인공의 심리나 딱히 뭐가 다르겠는가?
결국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스트립 술집에서 매일 같이 벌어지는 쇼와 자신의 삶을 하나로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하지만 그런 그의 소망은 지독한 현실 앞에서 무너져내린다. 자신은 결코 잘나가는 거물이 될 수도 없었고 거물도 아니었기에 빚만지게 되고 그로 인한 엄청난 협박에 직면하게 된다. 그 결과는 살인의 교사를 받게 되는 것.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중국인 부키를 죽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총상을 입게 되고 그 총상을 쥐여 안은채 클럽으로 돌아가 쇼를 다시 진행한다. 검은색 양복위로 흐르는 피는 그 실체가 정확히 보이지도 않는다. 클럽안에서 쇼는 다시 시작되고 그는 흐르는 양복위로 흐르는 피와 함께 거리로 나와 도로를 바라보게 된다.
마무리
난 사실 이 영화가 조금 지겨웠다. 어쩔 수 없이 두번을 본 영화이다. 돌아서니 극초반에 주인공의 모습이 딱히 떠오르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한번 더 보니 하얀 양복에 스타일 운운하며 자신이 세상을 움켜쥐었다고 하는 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극의 중반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면 그의 모습은 초췌하기 그지 없다. 이 엄청난 대비를 통해 초반에 나타나는 그의 모습은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속인 것이라고 볼 수있겠고 다른 한편으론 거대한 쇼로 생각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주인공의 삶의 모습과 태도가 어째 낯설지가 않다. 왜 그런말이 있지 않은가? 스타트선에 선 모든 선수들은 전부 우승자라고 말이다. 하지만 총소리가 울리게 되면 자신의 위치가 정확히 드러나게 되지만 그런 자신을 속이고 스스로 속인 삶속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모순이 드러나게 된다. 카사베츠 감독은 바로 이지점을 말하고 싶었던게 아닐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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