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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 디오니소스적 충동과 억압된 욕망 본문

영 화/한국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 디오니소스적 충동과 억압된 욕망

유쾌한 인문학 2010. 12. 3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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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 디오니소스적 충동과 억압된 욕망


  차안에서 살려달라는 여자를 바라본다.  창문 버튼을 누르는 작은 움직임에 그녀와 나 사이엔 벽이 세워진다.  그녀의 단말마에 길거리의 수많은 시선이 향하지만 이내 거두어져 다른 곳을 향한다.  이렇게 시작된 해원의 시선은 직장에서 화장실, 경찰서에서 집으로 이르기까지 점차 변해가는 공간과 함께 수많은 회피와 경멸을 경험한다.  자신을 보고 싶다는 복남의 수많은 편지와 전화를 애써 무시하던 해원은 자신이 감당해야할 시선의 몫이 극한으로 다가올 때 섬으로 떠난다.

  15년이 지나 돌아가는 섬에는 떠날 때 서울로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던 복남이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오직 육욕의 노리개로만 바라보는 만종과 철종.  이런 그들의 행동을 섬의 노인들은 여자는 원래 그런 존재라며 철저하게 묵인한다.  그것은 해원과 마찬가지로 경멸과 회피의 시선이며 그들을 정당화 시켜주는 것은 오직 공간이 부여하는 폐쇄성이다.  이렇듯 외적으로 바라본 서울과 무도는 다른 듯 닮은 공간이다.


  서사의 불완전성과 생략으로 인해 그녀들의 관계가 명확하게 들어나지는 않지만 내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의외의 관계가 도출된다.  해원과 복남은 도시와 섬의 아이로서 각자 다른 운명을 타고난듯하지만 동전의 양면과 같은 동질감이 그들을 감싸고 있다.  30년간 폐쇄적 공간인 섬에서 이루어진 복남의 고통스러운 인생은 동전이 가지고 있는 갈망으로서의 시선이다.  이것은 섬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향한 희망이며, 자신은 결코 직시 할 수 없는 동전의 반대편에 대한 염원이다.  하지만 해원이 보여주는 차가운 경멸과 회피의 시선은 복남의 고통에서 비롯된 간절함을 철저히 외면한다.  이때 드러나는 고통과 외면의 시선은 동전이 가지는 능동과 수동의 측면으로 하나의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복남은 해원이 섬을 떠날 때 남긴 잔여이며 그녀가 섬으로 돌아오면서 하나로서 화하게 된다.


  섬이라는 공간은 외적으로는 한국 사회 전체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내적으로는 인간이 가지는 의식과 무의식의 갈등을 표현하게 된다.  즉 사회가 허용하는 한계선으로서의 의식적 작용이 해원이 가지는 수동적 측면이라면 금기시하는 억압된 무의식적 측면은 지속적으로 의식으로 솟아나오길 원하기에 복남이 가지는 능동적 측면이 된다.  그렇기에 다시 만난 동전은 하나이되 결코 반대 면을 직시할 수 없는 갈등 구조를 불러오게 되며 이것이 정점에 이르게 되는 부분이 바로 아이의 죽음이다. 


  아이의 죽음 앞에서 다시금 다가온 회피와 경멸의 시선은 복남의 분노를 극한으로 몰아가게 되고 이에 뜨거운 여름날 자신을 향해 한 치의 자비도 없이 내려쬐는 태양을 향해 두 눈을 부릅뜬 채 정면으로 맞선다.  억압된 욕망은 조금의 공간마저 완벽하게 빼앗긴 채 숨 쉴 틈이 전혀 없기에 스스로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거대한 향연을 벌인다.  겉보기엔 잔인한 피의 복수처럼 보이지만 잔인함 속에 드러나는 카타르시스는 맹목적이고 혼란스러운 본능적 충동으로서의 디오니소스를 떠올린다.


  섬 안의 사람들을 철저하게 학살하여 충분히 숨 쉴 공간을 만들어냈지만 그녀의 분노는 자신을 끝까지 외면한 동전의 반대편 해원에게 향한다. 도망간 해원을 쫓아 뭍으로 나온 복남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친절을 경험한다. 이것은 해원이 자신에게 얼마나 불친절했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요인이 된다.  사실 둘은 함께 있고 서로를 직시 할 수 있는 시선을 가질 때 상실이 없는 완전한 주체를 이룰 수 있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실은 서로에게서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고 시선이 서로에게 향할 때 부러진 리코더는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해원이 보여준 철저한 외면은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배운 것처럼 시선의 직시를 회피하게 되고 섬 안에서 평생을 살아온 복남은 그것을 알 수 없기에 해원을 죽이려한다. 두 여인이 보여주는 각각의 욕망은 마지막 순간까지 철저히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고 결국 복남은 죽게 된다.  이것은 마치 서울로 상징되는 사회 구조의 승리이자 아폴론 승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 들어나는 복남이 만든 무덤과 해원이 집으로 돌아와 거실에 누울 때 오버랩되는 섬의 형상은 억압된 욕망의 순수성을 보여주며 도리어 해원을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ps. 도움주신 세실님, 사라뽀님, 리나옹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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