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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니의 뜨거운 빵집, 기억의 저쪽 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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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엄니의 뜨거운 빵집, 기억의 저쪽 끝

유쾌한 인문학 2011. 2. 5.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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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쪽 끝을 가끔 거슬러 올라가보곤 한다.  조금씩 거슬러 올라갈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것들에서 많은 애잔함을 느낀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수없이 많은 기억을 쌓아올리고 그 과정에서 그것을 잃어버리고 다시 채워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일부러 버린 기억도 존재할테고 고통에 겨워 스스로 잊어버린 기억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기억은 언제나 과거의 화석처럼 그 자리에 선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화석처럼 굳어진 기억들을 손대는 순간 그것은 순간 부풀어 오르며 휘감아 돈다.  좋았던 기억은 그 자체로 행복하고 슬펐던 기억은 그 자체로 또 다시 행복하다.  현재에 선 난 단지 뒤를 바라본채 손잡아줄 뿐이니깐. 

내 기억의 저쪽 끝을 올라가다보면 항상 만나게 되는 무언가가 있다.  빵집이다.  나에게 있어 환상과 같은 공간이다.  도대체 범접할 수 없는 결코 넘을 수 없는 경계선과 같은 저곳에 있는 저것을 향한 환상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즘은 너무 흔해져 버린 것이지만 없었던 그 시절엔 간절한 소망과 비슷한 무엇이다.  결국 얻지 못했던 그것은 도시로 이사온 이후 친구네 생일집에 초대받아가서 처음 이루게 된다.  그렇다.  너무 흔해져버린 너무 간절했던 그것은 바로 케익이다.  그런데 참 우스운 것이 그렇게 원했던 그 케익을 먹은 그 순간에 대해선 자세한 기억이 없다. 

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바로 빵집 문에 매달려 케익을 바라보던 바로 그곳이다.  너무나도 간절했기에 그곳을 향하는 것이 아닐련지. 
나는 수많은 기억들의 조합체이고 그 기억들은 때론 슬프로 때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기억들 위에 시간이 스쳐지나가면 무채색으로 변하게 된다.  무채색으로 변한 기억들은 지금 나의 감정에 따라 색깔이 입혀진다.  지금 이글을 쓰는 현재 나에게 있어 케익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으니 말이다.  세부적인 형태는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그건 분명 나에게 빛나는 무엇이다.  이 빛만으로 나에겐 가장 소중한 것이 된다. 

사실 이 기억을 다시 깨우치게 된 연유는 빵만드는 사람들을 만나고부터이다.  엄니와 피비님을 만나면서 "아 빵을 집에서 만드는 사람이 있구나"  빵..   매일 같이 빵을 보다보니 어느 순간 번뜩하고 그것이 떠올랐다.  매일 같이 빵을 보고 그것이 만들어지면서 담기는 생각, 소망이 담긴 글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그것이 돌아왔나보다.  그것은 마치 순간과 같다.  자성을 깨친다는게 이런 느낌일까?  왠지 모르게 좋았던 따뜻했던 감정은 바로 이 기억에서 비롯했었나보다.

빵은 사실 우리의 주식도 아니고 서양의 음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음식에 깃들여진 마음.  세상에 가장 맛있는 음식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수만큼 있듯이 그 속에 담겨진 생각, 소망, 기억이 아닐련지.  이건 단순히 물질적 총합을 넘어서는 무엇이다.  넘어에 있는 그 무엇을 확인할때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러한 감정의 연속이 사라져버렸다.  우리 사회는 너무 많은걸 잃어버렸는데 그중 하나가 저것이다.  내가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사라져버린 저것을 붙잡을 수 있는 힘.  그것을 확인하길 바란다.  이건 요리책이 아니며 이걸 보고 빵을 만들 필요는 더더욱 없다.  다만 당신이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길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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