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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샤의 추억(2005), 게이샤와 기생, 오리엔탈리즘 본문
게이샤의 추억(Memoirs of a Geisha)
2002년 첫 영화 데뷔작인 시카고로 엄청난 성공과 뛰어난 작품성을 선보인 롭 마샬 감독의 두번째 작품은 2005년도에 공개된 게이샤의 추억이다. 이 영화와 관련해선 개봉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바 장쯔이가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으면서 게이샤역을 소화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중국내의 여론이 상당히 안좋았었다. 뭐 비단 중국뿐이겠는가? 한국배우가 맡았다고 한들 과연 좋았을까 싶고 이 비난의 주된 원인은 게이샤 역 그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많다고 판단된다. 좋은 작품이라면 게이샤냐 아니냐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을테니 말이다.
결국 문제는 배경에서 출발하는 것인바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차대전 당시의 일제이다. 중기부터 태평양전쟁을 거쳐 패전에 이르는 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하에서 게이샤 역을 맡는다는건 사실 한중 어느 나라라도 불쾌할 수 밖에 없을듯하다. 그런데 실제로 영화를 보면 일제당시의 귀족이나 군인들이 등장은 하되 일제의 느낌을 심각하게 풍기지는 않는다. 그냥 시대적 배경이 이러하다는것 정도의 의미라고 볼 수 있다.
Copyright (c) Son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오리엔탈리즘
이 작품과 관련해서는 오리엔탈리즘적 시선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생겨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이란 에드워드 사이드의 책인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제국주의시대 당시 동양의 국가들을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서구 국가들이 가졌던 동양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나 태도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의 핵심은 동양 비하적 태도에 있다기 보다는 동양에 대한 서양의 잘못된 인식 그 자체에 존재하므로 비하적 태도가 오리엔탈리즘의 주를 이루면서 그와 동시에 지나친 미화 역시 그 주를 이루게 된다.
서구자본에서 비롯되는 동양을 대상으로한 대부분의 영화는 비하적인 요소가 많이 등장하는바 예컨대 과거 택시라는 작품에서 한국인에 대한 비하적 요소같은걸 들 수 있겠다. 그렇다면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작품은 어떠한가? 이 작품은 비하적인 요소는 없고 지나치게 미화적인 요소로 가득차있는게 사실이며 그렇기에 오리엔탈리즘적 요소가 강하다는 비판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화적인 요소라는 것은 어떤것을 말하는 것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이 작품은 게이샤를 그리되 일본은 없다는 것이다. 게이샤라는 것은 일본의 전통 상류계층이 누리던 유희의 핵심적 요소를 차지하는 대단히 중요한 직업군이다. 그러면서 게이샤라는 직업은 일본내에서도 그 실체가 잘 들어나지 않은 애매한 직업군이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을 잘 살리지 못한채 마치 동양의 신비라는 식의 접근태도와 더욱이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중국인 배우를 쓰고 거기에 영어와 일본어를 혼용하게 만드는 이상한 태도가 더해지면서 이러한 비판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가지 더 덧붙여보자면 게이샤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 측면을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 흔히 하는 말로 게이샤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기생 등 동북아에 존재하는 상류계층을 위한 전문여성들을 일컬어 종합엔터테이너라는 말을 쓰곤 한다. 춤이면 춤, 음악이면 음악, 시면 시 말그대로 못하는게 없는 당대 상류문화의 총합체라고 할수있으니 말이다. 사실 어느나라를 가던 이런 존재가 없었을까? 최소한의 고단위 문명국가를 이룬 나라라면 계층구분이 생겨나고 이에서 상류계층을 대상으로 하기 위한 고급 전문여성이 필요한건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중요한건 이러한 여성들에 대한 천박한 인상이 생겨난 계기가 무엇이냐? 라는 점이다. 이 또한 역시 제국주의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제국의 침탈로 인해 식민국가의 상류계층과 그 문화 자체가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식민상태에 빠져들었으니 자연스럽게 식민국가 상류층은 지배국가의 상류문화를 받아들일테니 말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식민국가의 문화가 아래에 서게 되니 자연스럽게 그 문화를 받들던 직업여성 또한 창녀로 전락하고 마는 뭐 그런현상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그 인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이상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입장에서 기생 = 창녀라는 공식은 일제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이와 관련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 않은가 판단된다.
그와 동시에 또 한가지 생각해볼부분은 우리안에 있는 오리엔탈리즘 성향 또는 옥시덴탈리즘적 성향이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바 일제와 서구에 의해 왜곡된 인식상을 가지게 된것까지는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를 바로 잡고 교정하는 작업이 필요한바 이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고 되려 동양인이 오리엔탈리즘적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대한 반동으로 나타나는 옥시덴탈리즘적 성향이다. 이른바 동양이 우수하고 그중에서도 한국이 최고라는 식의 사고방식이고 실제로 그런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수 있는바 이 또한 그 궁극적 원인은 오리엔탈리즘적 인식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기에 생겨나는 반동적 현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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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영상미와 내용없는 게이샤
영상미는 대단히 뛰어난 작품이다. 롭 마샬 작품을 보고있자면 장면 장면이 대단히 인상깊고 아름답다는 느낌은 분명 가지게 된다. 더욱이 전작이 시카고이다보니 이 작품내에서도 위의 스샷에서 보여지는 그 공연이 실로 눈부시다고나 할까? 이러한 뛰어난 영상미와 더불어 의상 또한 대단히 볼만하다. 기가막히게 아름다운 기모노들과 그외 분장들. 거기에 음악을 유심히 들은분이 계실련지 모르겠지만 음악 또한 기가막히게 배치되어있다. 이 작품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한 사람이 이작 펄만인바 연주력 역시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작품이 볼만한건 딱 여기까지인것 같다. 영상, 의상, 음악. 그외에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제목때문에 이작품에서 게이샤의 무언가를 기대한다는것은 대단히 무리가 아닐련지. 게이샤라는 특수직업을 헐리웃이 표현하겠다는거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되며 게이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면 그냥 관련 책이나 논문을 참조하라고 말하고 싶다.
결국 이 영화는 그냥 게이샤의 탈을 쓴 연예이야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 자체가 잔잔하게 흘러가며 호흡이 느리고 영상미가 대단히 화려하기에 얼핏보면 뭔가 대단한걸 내포한듯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알맹이가 없다. 그렇다고 영화 자체가 재미가 없다? 그런건 아니고 이야기의 유희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다만 외연에 너무 치중한 아쉬움 정도로 정리가 될듯하다.
[영 화/롭 마샬] - 게이샤의 추억(2005), 게이샤와 기생, 오리엔탈리즘
[영 화/롭 마샬] - 영화 시카고(2002), 사회라는 거대한 쇼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