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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북(2006), 전쟁이 내포한 욕망의 방정식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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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북(2006), 전쟁이 내포한 욕망의 방정식

유쾌한 인문학 2010. 2. 1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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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북(Black Book)
폴 버호벤 감독의 14번째 작품으로 현재로선 그의 마지막 작품이며 그가 네덜란드로 다시 돌아간 이후 내놓는 작품이다.  2006년도에 이작품을 공개하고선 그는 다시 작품활동을 안하고 있는 상태이다.  폴 버호벤 감독의 작품세계  즉 원초적본능에서 쇼걸, 로보캅, 토탈리콜, 스타쉽 트루퍼스 등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묻어나오는 단하나의 공통된 요소는 다양하게 표출되는 욕망이라는 부분이다.  이러한 욕망은 다양하게 표현되는바 작게는 개인적 욕망에서 멀리는 국가적 욕망에 이르기까지 그가 뿜어내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 작품을 보고있자면 폴 버호벤이 그간 보여줬던 작품들의 총합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든 욕망들의 총합으로서 온갖 종류의 욕망들이 넘쳐나고 있으며 그러면서 폴 버호벤 감독의 고향인 네덜란드가 배경이 된다.  폴버호벤 개인적으로는 아마 나름 뜻깊은 작품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자국의 슬픈 역사를 그려내면서 그속에 담겨진 다양한 욕망들을 풀어내게 되고 그와 동시에 2차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여자 스파이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실로 최고라고 할 수 밖에.




국가의 욕망과 개인의 욕망
이 영화의 배경은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지배하에 있는 네덜란드이다.  이러한 배경을 사용한 이유는 감독 자신의 조국이 과거 처했었던 상황을 풀어보고 싶은 이유도 있을테고 또 한편으로는 국가의 욕망을 표현하기에 파시즘만큼 좋은 것도 없으니 사실상 1석 2조의 효과가 아닌가 판단된다.  국가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하나의 초거대 법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 자체로서 살아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로 볼 수 있다.  국가를 이루고 있는 개개의 구성원은 그 자체로서 국가의 세포가 되고 그 개개의 구성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자기-조직화 과정을 통해 국가라는 생명체가 탄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국가 그 자체도 욕망을 가지는게 가능할터 국가의 주된 욕망은 팽창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팽창과정이 간단하지는 않게 되는바 많은 내부의 논란이 생겨나게 된다.  이는 인간과 매우 유사한 형태인데 인간은 무언가를 하려고 할때 마음속에서 다양한 대립상이 생겨나게 되고 그러다 어느순간이 되면 마음속에서 다양한 대립상이 사라지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갈등 양상을 내포하게 되는바 이러한 양상과 국가적 양상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국가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내부의 다양한 대립상을 없애고 국가의 욕망인 팽창을 이루기 위한 순수한 욕망의 결정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게 되고 그과정에서 다양한 프로파간다들이 나타나게 되며, 그것의 주된 매체는 언론과 방송이 된다.  그 과정이 완성이 되면 바로 목적성이 사라진 오직 전쟁 그 자체가 목적성을 띄게 되고 존재 그 자체가 자기목적성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되면 그 존재는 자기목적성으로 인해 그 자체로서 아주 순수하게 된다.  

결국 국가의 팽창목적과 그 수단으로서의 전쟁이 순수한 자기 목적성을 가지게 되고 이를 완전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국가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욕망이 보여주는 양태가 파시즘의 핵심적 요소를 이루게 되는바 그 욕망은 바로 유태인 학살이라는 부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극중의 주인공은 유태인이고 도피생활을 하다 가족 전체가 몰살당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  결국 운좋게 살아남은 그녀는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다 스파이직을 제안받게 되고 그 직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면 그녀는 모함에 빠져들어 배신을 했다는 누명을 쓰게 된다.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신중하게 생각해볼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유태이이기에 별 무리 없이 배신을 했다고 다들 간단히 결론 내리게 된다.



유태인의 차별이라는 현상은 크게 두가지 측면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단순한 인종차별주의와 작정하고 시도되는 반유대주의 말살정책이다.  단순한 인종차별주의로서의 유태인 차별은 실상 그 실체가 아주 모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시도가 나타나게 된것은 유럽의 국민국가주의가 발달한 그 시점부터 시작되고 국민국가주의의 발달과 궤를 같이하는 인종차별은 비단 유대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타성으로 나타나게 되기때문에 유대인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힘들다.

두번째로 말살적 반유대주의 성향은 그럼 무엇일까?  이는 국가의 욕망과 그 실현을 위한 개인의 욕망의 조작이라고 볼 수 있다.  뭐 쉽게 말해 이런식이다.  유대인은 기본적으로 아주 천박하고 무식하고 인간으로서의 가치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와동시에 그들은 우리의 위대한 아리안 국가를 이루는데 큰 위협이 된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엄청나며 그 영향력으로 인해 우리의 삶에 큰 위협을 끼치게 된다.  뭐 이런식이다.  

이런식으로 유대인을 설정하는 것은 대단히 모순적이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대단히 영향력있는 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식이니 모순적일 수밖에.  결국 이러한 모순이 가능한 이유는 국가의 욕망이 꿈꾸는 팽창과 유토피아적 세계관과 이를 이루기 위해 그 속에 살아가는 수천만개의 개인적 욕망을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이다.  이른바 외부의 적을 억지로 상정하여 내부의 결속을 이루는 방법론이 된다.  블랙북이라는 영화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파시즘적 배경은 바로 이러한 국가적 욕망을 잘 표현하는 부분이라 판단된다.

저러한 국가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나타나는 그 속에서의 개인의 욕망이 실로 다채롭고 재미있다.  망해가는 독일에 충성을 다하기보다는 유태인을 구해준다는 식으로 속여 그들을 죽인 후 그들의 부를 갈취하는 독일 장교에서 레지스탕스에서 독일군의 끄나플로 변해버린 사람.  처음엔 복수심으로 접근하였다가 그만 독일군 장교와 사랑에 빠져버린 주인공 스파이.  그런 스파이를 질투하는 변절 레지스탕스까지.  이 영화의 이야기는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낸 욕망들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결국 전쟁이라는 것과 파시즘이라는 것은 국가적 욕망의 주된 목표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진정한 이유는 그 속에 살아숨쉬고 있는 수천만이 개인이 만들어낸 욕망들의 집합체라고 볼 수 있다.  전쟁이라는 상황을 이용하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고 있는지를 보고 있자면 실로 대단히 흥미롭다고나 할까? 




폭력성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이런저런 욕망이 내포하고 있느니 폭력성이다.  주인공 스파이 여성은 분명 그들을 위해 일을 하였고 그들을 위해 독일군장교에게 몸을 주었지만 전쟁이 끝나게 되고 변절했다는 오인을 받게 되자 위의 스샷과 같이 똥을 뒤짚어쓰는꼴을 당하고 만다.  이른바 종전후에 나타나게 되는 또다른 폭력양상이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독일의 지배하에서 그들이 지속적으로 당해온 폭력에 무감각해지다보니 그들도 나치와 똑같은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이다.  니체의 '자신이 심연을 바라보면 그 심연도 나를 바라본다'는 말처럼 결국 나치라는 악마성을 지속적으로 바라보고 이에 저항하다보니 그만 그 나치와 닮아버리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네덜란드인들이 갑작스럽게 보여주는 저런 폭력성이 단순히 니체의 말처럼 그들의 시선에 압도당했기 때문인걸까?  그건 아니고..   사실 저러한 공격성은 인간이 가지는 본연적 파편화된 자신에 대한 공격성에서 비롯되는 것이 많다.  간단히 말해 인간이 태어나는 순간 가지게 되는 파편화된 신체에 대한 분노와 그것을 벗어나 완전한 이미지를 가지기 위한 욕망.  그안에서 싹트는 오이디푸스까지.  결국 인간이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 그 자체가 다양한 욕망과 그 욕망이 내포하는 공격성의 발현이라는 결론이 내려지며, 블랙북이라는 영화에서 나타나는 저러한 폭력양상은 독일인이 보여준 폭력도 한가지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근원적 원인은 스스로 내포하고 있는 욕망과 그 욕망에서 비롯되는 폭력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폭력성은 위에서 언급한 말살적 반유대주의의 성향과 매우 흡사한 모습을 보여준다.  극중에서 네덜란드인이 보여주는 폭력성의 주된 이유로 제시되는 것은 매국노라는 것이다.  매국노라는 적을 만들어내고 그를 통해 네덜란드 국민의 단결과 국가의 존립을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매국노의 구성원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로 다가오진 않는다.  매국노의 존재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고 그렇다보니 국가를 위해 스파이노릇을 한 주인공 여성마저도 매국노 취급을 받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것 아니겠는가?  결국 극중의 네덜란드 사람들이 보여주는 저러한 폭력성은 나치의 그것과 다를게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마무리
이상으로 이 영화의 이런 저런 측면을 다양하게 살펴보았다.  영화의 결론은 결국 모든 오해를 풀고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하게 된다.  뭐 사실 해피엔딩이라고 보기도 뭣한 것이 이미 다 죽고 없어진 마당에 뭐가 해피엔딩이겠는가?   정정해서 그냥 무난한 끝맺음이라고 결론을 내려야겠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쟁이라는 배경과 그 배경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게 된다.  그리고 각 죽음들은 각 캐릭터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고 그들의 죽음은 대부분 욕망의 방정식 사이에서 벌어지게 되는 일련이 사건들에 불과하다.  국가를 위한 위대한 희생?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전쟁속에서 살아숨쉬는건 욕망의 방정식과 그 방정식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은채 이렇게 저렇게 떠다니는 그러한 불쌍한 존재들만이 있을뿐.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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