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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갱들(1971), 혁명과 아이러니 본문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이탈리아 사람으로 1929년에 태어나 1989년 4월 30일에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황야의 무법자가 그의 출세작으로서 무법자 삼부작중 첫번째 작품이며 세작품 모두 클린튼 이스트우드가 연기하게 된다. 그가 선보이는 웨스턴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이탈리아 사람이 만든 미국 서부극이라는 점이다. 미국인의 시각이 아닌 외부의 시각에서 바라본 미국 근대에 대한 시각이 독특하며 이러한 시각은 미국의 입장과 그들의 사고관 그리고 가치관을 철저하게 배제한채 상황을 바라볼 수 있게함으로써 미국인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잘 포착해내게 된다.
이러한 측면은 수정주의 서부극이 좀 더 진일보한 형태인 스파게티 웨스턴을 탄생하게 한 원동력이 된다. 촬영 기법 면에서는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극대화하여 사용하게 되는데 이러한 촬영기법은 웨스턴 특유의 강인한 남성미를 뿜어내는데 아주 적합한 기법으로 보여진다. 한가지 안타까운것은 세르지오에서 극점을 향해 달려간 웨스턴은 세르지오 이후로 그 명맥이 사실상 끊겼다는 것이다. 실로 정말 아쉬운 부분이라 하겠다.
A Fistful of Dynamite
일단 이영화가 우리나라에 소개 될때 발표된 제목이 '석양의 갱들'인 것 같은데 사실 제목이 대단히 잘못된게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세르지오의 앞선 작품들도 제목의 번역에 있어서 좀 많은 문제점을 보이긴 하는데 이건 도를 넘어섰다. 왜냐면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해 서부극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장르영화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의미론적 구성요소를 기반으로 하여 구문론적 일관성 즉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이작품은 분위기만 서부의 느낌을 물씬 풍겨낼뿐 그 내용은 그간 선보였던 것들고 판이하게 틀린 것을 들고 나오게 되고 이는 이 작품 이후 나오는 세르지오의 마지막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로 이어지게 된다. 이 두 작품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웨스트와 시리즈로 묶이는 작품으로 이른바 옛날 옛적 3부작이다.
일단 이 영화를 보고 또 왠 듣보잡이냐 라고 하실분이 계실것 같아 미리 언급해보자면 영화는 모를지언정 이 영화의 음악은 아마 대부분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음악은 여전히 엔니오 모리꼬네가 맡게 되며 그가 이 영화에서 만들어낸 위대한 테마곡의 주 멜로디는 이것이다. '숑 숑 숑' 뒤로 갈수록 음을 한음씩 올리면 된다. 숑 숑 숑.. 아시리라 믿는다.
그럼 간단하게 내용을 언급해보자면 배경은 멕시코이며 그속에서 벌어지는 혁명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멕시코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좀도둑인 후안(로드 스타이거)은 어느날 숀(제임스 코번)을 만나게 된다. 숀은 다이너마이트 전문가인데 그런 그를 보고 후안은 메사 베르데 국립은행을 털자고 하게 되고 결국 이를 실행에 옮기게 된다. 막상 그 은행앞에 도착해보니 분위기가 예전같이 않다. 더욱이 무언가 무슨 혁명 단체 같은것과 숀이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후안은 알게 되지만 자신은 은행만 털면 그뿐이라는 생각에 동참하게 된다. 막상 메사 베르데 은행을 털고보니 그안에 돈은 없고 왠 사람들만 한가득이다. 알고보니 그곳은 혁명가담자들을 모아놓은 정치범 수용소였다.
졸지에 후안은 위대한 혁명 영웅으로 탈바꿈되게 되고 본인은 당황스러울뿐이다. 이들을 이끌고 도주하던 도중 정부군의 추격이 목전까지 오게 되자 후안과 숀은 단둘이 남아 이들을 저지하게 되고 전부 몰살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군의 보복으로 후안은 전가족을 잃게 되고 그렇게 잡히게 된다. 한편 탈출에 성공한 숀은 우연히 자신의 혁명동지가 배신을 하여 혁명가담자들을 전부 밀고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그모습을 지켜보다 후에 후안을 탈출시키는 것에 성공한다. 실망한 둘은 미국으로 건너가 은행이나 털자고 하며 정부군 기차에 몰래 숨어 미국으로 떠나는데 그 기차가 혁명군에 의해 점령되고 그때 그 기차에 타고 있는 문제의 독재자를 만나게 되어 사살하게 된다. 이에 정부군은 엄청난 화력의 군을 다시 보내게 되고 그 전투에서도 혁명군은 승리하게 된다.
혁명과 아이러니
이 작품은 상당히 유쾌한 작품이다. 혁명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담고는 있지만 그 혁명 주체인 후안은 그냥 좀도둑일뿐이니 말이다. 우연히 자신이 원하지도 않았고 뭔가 대단한 목적을 가진것도 아닌데 졸지에 혁명영웅이 되어버린 후안은 혁명이 담고 있는 아이러니를 잘 표현하고 있다. 후안은 혁명의 본질이라는 것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게 된다. 지식인들이 가난한 자를 부추겨 혁명을 일으키지만, 지식인들은 테이블에서 말만 늘어놓게 되고 그 사이에 진짜 행동하던 가난한 자들은 다 죽는다.
실제 극중에서도 혁명이 담고 있는 이런 아이러니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극중 혁명 가담자 중 한사람인 의사선생이다. 메사 베르데 은행에서 정치범들을 탈출시킨후 도망갈때 정부군에 쫓기게 되자 그가 내뱉는 한마디는 이것이다. 농민들로 하여금 이곳을 막게 하고 우리는 도망가자. 어차피 지도자는 필요하니깐. 그랬던 그는 결국 잡히게 되자 배신에 앞장서 모든 동지들을 폭로하여 다 죽이게 되고 그렇게 살아난 그는 다시금 혁명의 품으로 돌아가 자신은 여전히 대의를 믿는다면서 고문앞에 어쩌게냐고 반문하며 혁명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이 얼마나 웃기는 넌센스인가. 혁명을 하고자 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에 존재할까? 그건 고민할 것도 없이 고통받는 농민과 노동자를 위함이다. 그런데 정작 그 혁명의 과정에서 죽어나가는건 그 위함의 대상인 농민들일뿐이고 더 웃긴건 그들 대부분은 후안과 같이 대단한 혁명 정신을 내포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죽어나간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결국 지식인의 혁명 부추김은 그들의 삶과 그 고통에 대한 어떤 공감대 형성과 그들의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지식인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지식. 즉 이데올로기 그 자체에 존재하지 않은가? 결국 지식인의 혁명론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운 이데올로기를 위한 혁명 그 자체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렇기에 20세기를 가로질렀던 그 수많은 혁명 놀음들이 어떤 실천력을 가지기 어려웠던 것이며 그로인한 변절도 많았던 것이다.
결국 이 작품은 세르지오 감독이 이러한 혁명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 한계점같은 것을 포착하여 극중에 수많은 아이러니를 삽입하여 이를 표현한 작품이 된다. 거기에 한가지 더 얹어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음악이다. 배신의 순간 수많은 동지들을 팔아넘기는 의사를 앞에 놓고 과거의 회상에 잠기는 숀과 울려퍼지는 혁명동지들을 사형시키는 총소리 그리고 울려퍼지는 음악.. 숑숑숑 나름 비장감 넘치는 저 장면을 저렇게 해학적인 음악을 삽입시켜 아이러니를 극대화시키는 모리꼬네의 감각에 찬사를 보낸다.
마무리
세르지오의 작품들은 후기로 가면 갈수록 가히 걸작들의 향연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무엇하나 버릴영화가 없다. 전부다 최고의 작품성을 보여주니 말이다.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은바이며 이영화의 오프닝에 등장하는 모택동의 유명한 말로 마무리 하겠다.
The Revolution is not a social dinner, a literary event, a drawing or an embroidery;
It cannot be done with... elegance and courtesy.
The Revolution is an act of violence. - Mao Tse-T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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