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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사베츠의 얼굴들(1968), 가정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들 본문

영 화/60's 영화

존 카사베츠의 얼굴들(1968), 가정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들

유쾌한 인문학 2010. 4. 1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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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사베츠(John Cassavetes)
1929년에 태어나 총 9개의 작품을 남긴채 1989년에 사망하게 되는 인물로써 미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독립영화감독이자 배우이며 닉 카사베츠 감독의 아버지이다.  미국인 감독이지만 헐리우드 시스템에 타협하지 않고 작품활동을 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처음엔 티비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였고 나중에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찍어본 첫작품인 그림자들(1959)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미국판 누벨바그라는 엄청난 환호와 더불어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이후 헐리웃과 손잡고 두개의 작품을 내놓게 되지만 헐리웃 시스템과 그는 적잖이 맞지 않았는지 최악의 졸작을 만들어내고 만다. 

결국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헐리웃을 떠나 독립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는데 주로 제작비는 대단히 인기있는 연기자로서의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나오는 그의 작품들은 가히 걸작들의 향연이 이루어지게 되는바 유럽에서는 거의 대가에 반열에 오르게 되고 그의 마지막 두 작품인 글로리아와 사랑의 행로는 베니스와 베를린 양쪽에서 모두 대상을 수여하는 기염을 토해내게 된다. 




얼굴들(Faces)
1968년에 공개된 작품으로 존 카사베츠 감독이 그림자들 이후로 내놓는 두번째 독립영화이다.  제작비는 20만달라 16mm 흑백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이 작품은 촬영시간은 6개월에 불과하지만 편집시간은 거의 4년이 걸리게 된다.  이 작품은 1968년 베니스에서 5개부문에서 수상을 하게 되고 아카데미상에서는 3개 부문의 후보에 오르게 된다. 

영화라는 매체는 크게 세가지 형태의 어떠한 세계성을 가지게 되고 흔히 관객들이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원하는 것은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영화적 욕망은 상상계적 세계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머물고 싶어하는 단순한 개인적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이러한 욕망이 영화속에서 이루어질때 관객의 만족은 극대화되게 된다.  이러한 영화는 상업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자본과도 어느정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을 가지게 된다.  결국 미국의 헐리웃 시스템이라는 것은 이러한 상상적 세계로의 회귀를 원하는 욕망을 대단히 잘 충족시켜주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존 카사베츠 감독은 이에 대해 정면으로 반기를 들어대고 영화에 상상계적 회귀 욕망을 투영시키기보다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상징계적 세계관을 그대로 드러내어 표현하게 된다.  무슨 대단한 카메라 기법이 들어나는 것도 아니고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얼굴들이라는 이 작품은 조금 지겨울 수도 있는 그런 작품이다.   내용을 간단히 언급해보자면 미국의 중산층 부부가 겪게 되는 어떤 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는데 이야기가 아주 단순하다.  남편과 부인이 서로서로 일탈을 하려는 그러면서 왠지 모를 죄책감도 느끼게 되는 그런 묘한 감정을 그려내는 영화이다.

얼굴들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은 철저하게 배우들의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주로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 하는 카메라기법을 선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기법은 세르지오 감독의 그것과 유사하지 않은가 생각된다.  표정이라는 부분도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 별거 없는 것이 미친듯이 웃다가 갑자기 정색하고 다시 또 웃다가 정색하고 그런식의 반복만이 존재할 뿐이며 얼굴과 표정외에는 그 어떤 것에도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기복이 대단히 현실적이다.  이런측면에서 리얼리즘적 요소를 아주 훌륭하게 만족시키는데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찰나적이면서 광폭하며 그리고 비이성적인지를 아주 잘 표현하게 된다.  결국 이 작품은 감정의 순간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내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잘 표현하게 된다.  그렇기에 작품 자체가 아주 즉흥적인듯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게 되지만 실제로 영화 촬영 자체가 즉흥성을 가진채 이루어지진 않았다고 한다. 




미국 중산층 가정의 위기와 그 안에서의 갈등
이 영화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미국판 누벨바그라는 말의 의미가 정확하게 이해가 된다.  중산층 가정의 위기라고 하면 마치 뭔가 대단한 일탈과 섹스 스캔들이 일어날것 같지만 영화는 그런 것을 보여줄려고 노력하진 않는다.  핵심은 딱히 부족할 것도 없고 삶에 있어서 큰 무리도 없는 그런 가정내에서 가족구성원이 보여주는 마찰, 일탈, 갈등, 싸움 등등이 아닐련지.  

우리가 흔히 가정내에서 이루어지는 소소한 마찰이나 싸움등의 갈등을 한발짝 떨어져 유심히 살펴보면 그 감정의 기복이라는 것이 실로 놀랍고 대단하다.  뭐 당사자는 잘 모르겠지만 옆에서 바라보는 입장이라면 아마 유치하기 그지 없을 것 같다.  감정이 너무 변화무쌍하니 말이다.  웃다가 막 화를 내고 싸우다가 갑자기 복도 계단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이러한 가정내에서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 존 카사베츠가 이 영화에서 의도한바이다.  즉 가장 잘 알 것 같은 가정내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욕망과 그에 대한 몰이해 그리고 각자의 욕망들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트러블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감정의 변화무쌍함에 대한 표현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인 계단 씬에서 잘 들어난다.  지독한 싸움을 한 후 그들은 계단에 앉은채 서로 담배를 핀다.  심지어 서로서로 라이터를 건네주기도 하면서 담배를 피운 이후 다시 마음을 가라앉힌채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우리나라 드라마처럼 이혼하자는 둥 어쩐둥 그런 것도 없다.  싸움이 끝나고 어색함이 나의 마음을 휩싸고 돌지만 그냥 그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일상으로의 회귀.  그렇게 영화는 끝이난다.  마치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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