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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2(2004), 동화가 가지는 보수적 이데올로기성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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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2(Shrek)
슈렉 1편의 대성공에 이어 3년뒤 2편까지 내놓게 되는 드림웍스. 슈렉 1편의 성공은 가히 눈부실 정도였다. 애니메이션 사상 25년만에 칸느에 초청되고 이 작품은 몬스터 주식회사를 재쳐버린채 아카데미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물론 이 영화를 향한 평가 역시 최고임은 말할 것도 없다. 어느곳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패러디와 비판정신 그리고 해학을 보여주기때문이다.
영화의 기본적인 구성은 전편과 동일하다. 기존에 존재하는 동화적 플롯을 그대로 차용한채 패러디를 하는 방법론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1편에서는 디즈니를 향한 직접적인 비틀기가 인상 깊은 반면 2편에서는 패러디의 비틀기가 향하는 방향을 더욱 확장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2편에서 나타나는 패러디의 지향점은 어디에 존재할까? 그건 바로 동화가 가지고 있는 보수적 이데올로기성에 존재한다.
Copyright (c) Dream Works. All rights reserved.
동화
서양이던 동양이던 동화라고 하는 것은 어린시절 아이들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 모델을 하게 된다. 동화가 가지는 핵심적인 기능은 간단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나름의 교훈을 주고 그 교훈을 통해서 아이들로 하여금 사회가 요구하는 적합한 인물상으로 구성시켜 나가는 것에 존재한다. 이게 무슨말일까? 즉 간단히 말해 동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교훈을 주고 올바른 삶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지배적 담론 또는 이데올로기를 아이들에게 빠르게 주입시켜 나가는 것이 주된 핵심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네 과거 고전 동화를 생각해보더라도 흔히 효를 강조하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가 상당수 존재한다. 이러한 동화의 존재를 통해서 알 수 있는건 막연하게 효를 행하자 식의 사고관이 아니라 그 동화가 만들어진 당시 사회를 지배하는 지배적 이데올로기의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지배적 이데올로기의 특징은 간단히는 어른을 향한 공경에서 멀리는 역성혁명의 금지로 요약할 수 있는바 이것이 의미하는 핵심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길목의 차단이다. 이는 철저한 신분사회의 유지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 할 수 있고 그것을 동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주입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여성억압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도드라지게 되는데 수동적 여성성을 강조하는 다양한 서양의 공주이야기들 역시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이러한 수동적 여성의 모습은 극중 피오나가 슈렉1편에서 한번 선보인바있기도 하다. 성에 갇혀있는 자신을 슈렉이 구하러 왔을때 그녀가 제일 처음 보여주는 행동양상은 전형적인 공주. 키스를 해서 일어나야 하고 백마를 타고 가야 하고. 이런 것들이니 말이다. 결국 슈렉1에서 피오나 공주를 통해 저러한 양상을 먼저 제시한 이후 적극적인 여성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은 현대가 보여주고 있는 여성상의 변화와 고전적 동화와의 불일치를 제기하는 것이다.
슈렉에서 주된 플롯으로 삼고 있는 동화적 스토리는 어떠한가? 먼저 슈렉의 핵심적 내용을 생각해보자. 슈렉은 온갖 패러디로 이루어진 작품이라고 하지만 그안에 존재하는 핵심적 스토리라인은 기존의 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즉 기사가 나타나고 그 기사가 공주를 구하러 용과 싸움을 하고 결국 공주를 구해내어 사랑에 빠진다는 뻔한 스토리라는 것이다. 이 뻔한 동화적 스토리에 패러디를 가미하여 비틀어버리는 것이 바로 슈렉 1편의 핵심이다. 즉 기존의 스토리라인을 이용하고 거기에 패러디를 가미하여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데 일조하는 디즈니를 향한 직접적인 비판의식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슈렉2에서 나타나는 주된 갈등양상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바 그것은 슈렉과 피오나의 아버지의 관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피오나의 아버지는 피오나가 멋진 왕자와 결혼하여 공주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를 원하는데 왠 괴물과 혼인을 하였으니 못마땅할 것이기에 나타나게 되는 갈등 양상이다. 이것은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또는 지배적 담론이 요구하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정확히 보여주는 측면이다. 흔히 어떤 시대적 이데올로기던 그 경계를 나눔과 동시에 비정상이라고 칭해지는 것들은 더럽고 치졸하고 악하게 나타내는 성향들이 나타나게 된다.
결국 슈렉은 그 자체로서 회피되고 문제시되는 억압된 성향의 총체성이라는 것이다. 재미있는건 피오나 아버지인데 그 역시 인간의 탈을 쓴 개구리이다. 이부분에서 묘한 관계가 형성되는데 인간왕과 슈렉의 관계는 철저히 배척되는 관계이지만 슈렉과 개구리왕으로서의 관계는 동질적 관계라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가적 모습. 즉 구성된 외면과 억압된 내면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된다.
아무튼 슈렉은 괴물이기에 피오나 아버지 반대에 부딪혀 길을 떠나게 되는바 이러한 양상을 가장 잘보여주는 장면은 슈렉와 챠밍 왕자의 엄마가 만났을때 일이다. 피오나가 행복하지 않는다며 고민을 털어놓는 그에게 챠밍왕자 엄마는 다양한 동화책들을 보여주며 동화속 공주들은 잘생긴 왕자와 맺어지지 오거와 맺어지지 않는다면서 오거는 항상 불행하다고 말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곳에서 슈렉은 핸섬해지는 약을 먹게 되고 그둘은 인간과 종마로 변하기에 이르는바 이 영화 결말에서는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는 그 순간 다시금 괴물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비틀기는 동화가 가지고 있는 보수적 이데올로기성의 혁파를 의미하게 된다. 즉 슈렉이라는 동화는 반드시 공주처럼 말 잘듣고 전형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만이 꼭 옳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진정한 내면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준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슈렉이 가지고 있는 외면의 추악함은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편견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즉 구성된 외면의 중요성보다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억압된 본질에 대한 집중을 보여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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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이런 글을 적어 올리면 디즈니는 무슨 악의 성지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건 아니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그렇게 비판 받을만한 성향의 것들도 아니고 말이다. 더욱이 슈렉의 애니메이터들도 사실상 디즈니에서 공부를 했을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고 말이다. 결국 슈렉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디즈니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혁신적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으로서의 제시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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