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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2007), 태양 그 근원으로의 회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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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샤인(Sunshine)
대니 보일 감독의 10번째 영화이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로 볼 수도 있겠는데 상당한 수작이다. 사실 이 작품을 처음 보았을때 아 드디어 대니 보일이 부활의 신호탄을 올리는구나 생각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슬럼독 밀리어네어에서 그는 다시 돌아선다. 물론 슬럼독이 상을 받는데 성공하기는 하지만 아카데미 취향이야 뻔한 것이고 슬럼독 자체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이다. 슬럼독이 나쁘다기 보다는 대니 보일 감독의 텍스트성을 생각해보았을때 아쉽다는 것이 정확한 답이라 할 수 있겠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태양이 죽어가고 있어 지구가 얼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을 살리기 위해서 우주인들이 길을 떠나게 되는바 태양 안에서 핵폭탄을 터트려서 태양을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앞서 이카루스 1호를 출발시켰지만 그들은 실패하였기에 이카루스 2호가 출발하게 된 상황이다. 하지만 일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고 선장이 죽는 등 사고가 발생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이카루스 1호와 접촉하게 된다. 그런데 알고보니 이카루스 1호는 실패한것이 아니라 스스로 임무를 포기한 것이었다. 이유는 선장이 미쳤기 때문인데 그는 홀로 1호에서 살아남아 있었고 이카루스 2호로 넘어와 그들의 임무를 방해하게 된다.
태양 그 근원으로의 회귀
인간이 사유라는 것을 시작하고부터 그 사유의 끝에 항상 상정되는 어떤 것이 존재한다. 이것은 사물을 사유하든 인간을 사유하든 반드시 상정되는 어떠한 것이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그것이 존재함을 어렴풋이 느끼기도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말할 수 없는 그 어떤 것. 물자체라고 불리기도 하고 본질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근원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신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그것. 무엇이 되었건 그것은 우리 안에 항상 속삭이듯 존재하며 느낄 수 있으되 알수는 없는 하지만 존재의 핵을 이루는 그런 것이다.
영화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는 태양은 참으로 독특한 존재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된다. 태양은 없어서는 안되는 너무나도 소중한 것이고 인류 생존의 핵심적 존재이기에 죽어가는 태양을 살리기 위해 길을 떠나게 되지만 가까이 가면 갈 수록 그 끝을 알 수 없는 심연과도 같은 이해할 수 없는 근원성 앞에서 다치기도 한다. 이카루스라는 비행선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양의 존재는 인간 존재의 핵심이되 가까이 다가갈수록 날개가 타버려 떨어져 죽을 수 밖에 없는 어떤 근원적 존재로서 위치하게 된다.
이러한 태양으로 점점 돌아가는 설정은 회귀적 성향을 가지게 된다. 회귀 즉 돌아간다는 말은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핵심은 근원적 본질에서부터 전개되어 오는 만물이 그곳으로 돌아감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다. 뭐 극중에서는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하지 않는가? 대사 자체는 대단히 허무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늬앙스는 대략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겟다. 결국 이카루스는 모든 것이 불타버릴 것을 알면서 그곳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회귀적 욕망 그 자체를 보여주게 된다.
이때 흥미로운건 이카루스 1호에서 미쳐버린 선장이다. 가히 광신교도 같은 태도를 보여주며 태양을 신과 같은 존재로 숭배하기에 이르게 되는 인물이며 결국 그 숭배에 빠져들어 지구를 살린다는 임무를 스스로 포기해버리게 된다. 혹자는 이 선장을 두고 좀비같은게 영화를 망쳤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중요한건 회귀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광기어린 모습이다. 인간이 근원성으로 회귀한다는 것은 주체 형성 이전의 단계로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이때의 인간은 파편화된 신체의 경험과 아주 단순화된 인간 진화적 산물로서의 본능만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욕망은 아주 순수한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어떤 것도 섞이지 않는 순수 그자체의 열망. 이른바 목적성을 상실한 욕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주체의 형성이라는 것은 결국 타자의 욕망의 내재화이며 자신의주변을 이루고 있는 사회적 구조가 가지고 있는 욕망의 내면화이다. 그렇기에 주체가 된 인간의 욕망은 그 구조가 요구하는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이 되고 그것으로 인해 달성되는 목적성이 실로 어마어마하기에 여기에 집중되는 것이다. 그런데 근원에서 만나게 되는 욕망은 그러한 목적성을 상실한 욕망. 여기에서 아주 순수한 욕망의 결정체가 나오게 된다.
결국 이카루스 1호의 선장은 태양으로 다가가면 갈수록 자신의 근원에 대한 무언가를 느끼게 되었고 그 끝에서 자신이 만나게 된 순수한 욕망의 결정체에서 자신이 신이 되고자 하는 단순한 욕구가 표출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극중 좀비 같은 미치광이 1호 선장의 광기인 것이다. 사실 굳이 1호의 선장뿐만 아니라 2호의 대부분 승무원들도 이러한 모습을 꽤나 많이 보여주게 된다. 태양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갈 수록 그들의 심리는 아주 본능적으로 바뀌게 되고, 임무를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는 단순한 명제가 만나게 되면서 지구에서 형성된 인간 주체의 상식적인 양상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부분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적 주제라고 할 수 있겠다.
마무리
대니 보일 감독은 영국에서 영화를 만들면 상당한 수작이 나오는데 미국에서 무언가를 하면 꼭 망작이 나오는 경향이 있다. 이 말은 자본에 심각하게 휘둘린다는 의미가 되겠다. 꼭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작품 활동을 해야 할까? 솔직히 대니 보일 감독은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그다지 환영받기는 힘든 스타일이다. 대중과의 괴리감이 상당하다는 말이고 최소한 한국에서는 이는 확실시 되는 부분이다.
주체에 대한 좀 더 진지한 탐구가 전개되는 작품들을 많이 내놓았으면 좋겠는데 이게 참 아쉬운 부분이다. 트레인스포팅이 왜 그렇게 극찬을 받았을까? 그것은 주체에 대한 성찰이 기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주 독특한 이미지의 실험과 영국 문화가 만나게 되면서 아주 희안한 경향성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여러분들이 트레인스포팅을 볼때 느끼는 그 감정의 핵심이다. 이런 영화를 만들어냈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낼 능력이 있는 사람이 헐리웃 동화의 아류같은 것을 만들고 있으니 심히 안타깝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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