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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2(1986), 현재와 과거의 주체성과 그 단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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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2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세번째 작품으로 1984년 터미네이터의 대성공 이후 2년뒤인 1986년에 공개된 작품이다. 아시다시피 에이리언이라는 작품은 1979년 리틀리 스콧에 의해 탄생한 작품으로 제임스 카메론이 맡은 에이리언은 그 후속작이다. 에이리언 시리즈는 맡는 감독들마다 최고의 감독이 되는 경향이 있는데 에이리언3는 파이트 클럽의 데이빗 핀처 감독이 맡았었고 에이리언4는 아멜리에의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이 맡게 된다.
이 작품도 제임스카메론 감독의 작품이라 저비용 고효율의 측면이 돋보인다. 가장 인상 깊은건 장갑차 부분인데 트랙터를 개조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외에도 마지막에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조정하면서 싸우는 파워로더라는 기계가 인상깊고 우주선 디자인이나 에이리언 퀸의 디자인도 상당히 인상깊다.
이 작품이 전작과 비교해서 진일보한점은 에이리언 퀸이라는 설정을 도입한 것이다. 알낳는 여왕 에이리언이라는 설정은 에이리언 자체를 집단화시킬 수 있고 그로인해 후속작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매개가 된다. 더욱이 에이리언이 가지는 독특한 특징. 즉 전갈같이 생긴 어린시절에서 사람의 몸을 숙주로 삼아서 성인 에이리언으로 성장한다는 설정과 퀸이라는 설정이 만나게 되면서 에이리언3의 주된 골자를 이루게 된다.
존재하느냐? 존재 당하느냐?
리플리는 에이리언 1탄에서 다 죽고 홀로 살아남은채 우연히 구조되길 기도하며 냉동 수면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러한 리플리를 발견한 것으로 에이리언2가 시작된다. 다시금 눈을 뜨게 된 리플리에게 들려오는 소식은 57년이나 지났다는 얘기이다. 자신의 딸은 이미 노인이 되어 수명을 다해 죽은 상태이고 자신과 함께 했던 수많은 사람들 역시 대부분 사라지고 없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눈떠보니 홀로남은 상황이라. 졸지에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해 매일 밤 꿈에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뭐 혹자는 이런 그녀에게 새로 사람을 만나면 되지 않느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리플리가 처한 상황은 자신의 존재 그자체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제기되는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존재하느냐? 존재 당하느냐? " 이러한 질문과 관련된 영화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메멘토가 떠오른다. 다크나이트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 어처구니 없을 정도의 획기성이 돋보인 영화이다.
아무튼 인간이 최초로 자아라는 것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타자가 전제되어야 하고 그 타자의 모방을 통해서 최초의 자아가 형성되게 된다. 즉 하나의 주체가 정으로서 서기 위해서는 그 반대편에 반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이러한 변증법적 과정의 연속이 인간 주체성을 유지하는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의 삶 전체를 통틀어 이러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그런데 리플리는 그것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는 동물은 참 재미있는 것이라 스스로 홀로 주체성을 확립할 수는 없다. 타자에 의해서 존재하게 되고 그 관계의 그물망속에서 주체성과 자아를 확립하게 된다. 결국 리플리는 살아는 있으되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것은 오직 하나. 에이리언이다. 그렇게 그녀는 다시 그 지옥같은 행성으로 떠나게 된다.
새로운 주체의 확립
귀신잡는 해병들과 함께 그 문제의 행성으로 다시 돌아간 그녀는 거기에서 우연히 한 아이를 구조하게 된다. 그 아이의 이름은 뉴트. 뉴트는 어느순간 왠 괴물에 의해서 가족을 비롯해 자신의 삶을 이루고 있던 곳의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리게 된채 홀로 그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이다. 아무튼 뉴트를 구조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에이리언의 급습을 받아 수많은 해병들을 잃게 되고 몇사람만이 생존한채 살아남을 방법을 궁리하게 되고 여기에서 에이리언2의 주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 이야기의 전개속에서 리플리(시고니 위버)는 자신의 주체를 새롭게 확립하게 된다. 살아남은 해병들을 타인으로 설정하여 새로운 주체의 형성. 그리고 가장 근본적으로 뉴트라는 아이를 통해 자신이 잃어버렸던 모성애를 확인함과 동시에 그 아이와 새로운 이자구조를 형성하여 자아를 새롭게 발생시키게 된다. 물론 이는 뉴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리플리와 뉴트는 닮은꼴이라는 것이다. 마치 뉴트의 거울에 비친 모습은 리플리이고 리플리의 거울에 비친모습은 뉴트인 것처럼. 그리고 이 둘은 똑같은 하나의 것을 공유하고 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기에 자신을 확인시켜줄 수 있는것은 오직 에이리언 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니 이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리플리는 자신의 자아를 새롭게 형성시켜준 이 아이를 위해 목숨걸고 싸우게 된다. 물론 뉴트의 입장에서도 그런 그녀를 통해 새롭게 자신의 주체성을 확립하게 되었으므로 마지막엔 리플리를 '엄마'라고 부르며 안기게 된다.
과거와 현재의 주체성의 단절
이 영화의 백미는 제일 마지막에 나타나는 리플리와 에이리언 퀸의 대결이다. 우리는 여기서 그 전 장면을 확인해봐야 하는데 리플리가 뉴트를 구하러 가다가 우연히 에이리언 퀸의 둥지를 발견하게 되고 거기에서 알을 낳고 있는 퀸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때 리플리는 알을 파괴하며서 에이리언 퀸을 자극하는바 이때 에이리언 퀸은 고통스럽게 절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실 에이리언이 나쁜 괴물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인간중심적 사고관에 불과한 것이고 에이리언의 입장에서는 인간이 어떻게 보일지 또 알 수 없는거 아니겠는가? 결국 양자는 지극히 단순하게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고 그 생존의 핵심적 요소는 바로 번식에 존재한다. 결국 마지막에 벌어지는 이 대 혈투는 두 종족의 모성애가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리플리의 입장에서 자신의 주체성을 사라지게 함과 동시에 자신이 주체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인 에이리언을 파괴함으로써 과거의 주체성과 현재의 주체성에 단절을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가졌던 트라우마의 억압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과거와 현재의 양주체성의 단절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녀는 심각한 분열증세에 더이상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를테니 말이다. 결국 리플리의 승리는 단순한 에이리언의 죽음을 넘어 부적절한 것의 무의식에의 억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마무리
이상으로 에이리언2에서 눈여겨볼만한 부분을 이것저것 짚어보았다. 많은 사람들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보고 단순한 흥행위주의 영화만 찍는 감독이라 생각하고 그의 작품은 아무것도 볼것이 없다는 식으로 재단하기도 하지만 내생각은 다르다. 그의 작품들은 잘뜯어보면 꽤나 눈여겨볼 부분이 많은 작품들이고 그와 동시에 재미라는 측면을 크게 만족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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