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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섬들(2010), 심연과 본질적 단절 본문

영 화/10's 영화

영화 섬들(2010), 심연과 본질적 단절

유쾌한 인문학 2010. 10. 19.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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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들(Archipelago)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다.  감독은 조안나 호그.  영국 감독이다.  특별한 이력은 없고 국제영화제 내에서도 그다지 성공한 영화는 아니다.  총 세타임이 잡혀있는데 GV 한타임 말고는 정말 비참할 정도로 텅비어버리게 된다.  더 안타까운건 하필 상영관이 CGV 스타리움이었다는 점이다.  그 넓은 상영관이 텅비어있는 그 공허함이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화 내용을 간단히 언급해보자면 한가족이 있는데 아들이 아프리카로 봉사를 떠나려고 하자 가족들이 마지막 여행을 오게 된다.  장소는 어느 섬이다.  아버지는 참여하지 않고 어머니와 누나 이렇게 총 세명이 여행을 오게 되고 요리사를 한명 고용하여 대동하고 섬에 있는 동안 화가를 만나면서 어머니와 누나는 그림을 배우게 된다.  처음에는 큰 무리 없어보였던 여행이 같이 지내는 동안에 점점 비틀어지게 되고 급기야 서로간의 갈등만 극도로 부각되게 된다.  더욱이 아버지는 전화통화상으로만 등장할뿐 끝내는 얼굴이 비치지 않는다.  이게 내용의 전부이다. 

내용이 이러하다보니 솔직히 지겹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적으로 특이한점은 차경을 많이 활용한 측면이다.  네모난 창과 같은 프레임을 일부로 부각시킨채 그 너머에 있는 공간과 단절면을 만들게 된다.  그 너머는 선명하면서 깨끗하지만 이쪽의 공간은 흐릿하면서 어둡다.  특히 전화통에서 아버지와 통화를 하거나 갈등이 부각될때 프레임이 등장하게 되면 그 앞에 인물이 서게 되고 그 인물은 새카맣게 표현되곤 한다.  또 한가지 특이점이라면 지독할 정도의 롱 테이크이다.  편집 자체도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그런 것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어떤면에서 보면 그냥 가족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  한가족의 적나라한 일상을 살짝 거리르 둔채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찍어내버린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심연과 본질적 단절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중 하나는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에 집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아주 맞는 말도 아닌 지극히 한국적 상황에 아구 맞춰놓은 논리라고나 할까?  한쪽 측면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해괴한 논리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인간적 관점에서 바라보았을때 존재하는 자는 자신의 개체성과 외연을 이루고 있는 집단성 사이에서 묘한 긴장감을 이루게 된다.  양극단을 놓고 왔다 갔다 묘한 줄타기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줄타기의 정도는 그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따라서 적당히 결정된다.

이때 중요한건 양자를 융합될 수 있거나 이미 융합 되어 있는 퍼센테이지 같은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개체성은 독립적으로 절대로 침범될 수 없는 하나의 섬과 같이 존재하게 되고 그 섬을 기반으로 하여 외부 기표를 이루고 있는 타자의 욕망을 어디까지 받아들여 자신의 외연으로 만들 것인가? 라는 정도의 문제이다.  결국 타자의 욕망과 나의 외연의 일체화 정도가 줄타기의 핵심이 되고, 그 안에 존재하는 섬 그 자체는 그것과는 별개로 존재하게 된다.  존재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섬이라고 하는 요소는 각각의 존재사이에 해결 할 수 없는 심연을 상정하게 되고 이렇게 상정된 심연속에서 각 섬사이에 결코 만날 수 없는 단절을 불러오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단절로서의 개체성으로부터 인간은 근본적인 고독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흔히 나를 가장 잘 아는 누구, 너를 가장 잘 아는 나.  이런식의 표현을 자주 사용하곤 하는데 사실 이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아무리 현재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하고 잘 묘사한다 하더라도 언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반드시 남게 되는 어떤 것이 존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당신의 어떤 고통 슬픔 따위를 언어로 의미화 하여 타인에게 이야기 한다고 하였을때 그 감정은 절대로 타인에게 그대로 전달 될 수가 없다.  아무리 묘사를 잘하고 잘 설명한다 해도 타인은 당신의 마음을 100프로 이해할 수 없고 반드시 남겨진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은 너무나도 가까운 사이에서는 이러한 남겨지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려고 하지도 않고 관심을 그다지 두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집단이다.  항상 같은 생활권을 유지하고 유전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심한 경우는 동일시 하려는 현상까지 생겨나게 된다.  즉 개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상황하에서 특정인의 철저한 희생으로 동일시를 억지로 유지하는듯한 모습을 연출하여 잡음을 거둘수도 있겠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긴 힘들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행복이라는 이름하에 당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에게 가해지는 억압과 고통같은 것 말이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가정내에서 완벽하게 햄볶고 있다고 생각된다면 정신차리라고 말해드리고 싶다.  당신의 눈에만 보이는 그 완전해 보이는 햄볶음을 위해서 누군가는 참고 또 참고 또 참고 있을 테니깐.  당신의 폭력으로 형성된 집단성과 개체성의 죽임 그리고 과장된 행복에 대해서 똑바로 두눈 뜨고 바라보라는 말이다.  언제까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가정내의 매트릭스에서 살아갈 것인지.  당신에게 내려줄 처방은 하나뿐이다.  빨간 알약.


마무리
이 영화에 대해서 딱 한줄로 정리를 해보자면 영국에서 만들어진 햄볶아요 가정에서 사실 나도 많이 참았다고!! 로 나아가다 마지막엔 뻑뻑거리다 끝나게 되는 그런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뭐 사실 흔한 주제이다.  영화라는게 그렇다.  대동소이하다.  비슷한 것들을 조금씩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는 정도라고나 할까?  하긴 뭐 다른 예술들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대단히 사실적이라는 점일 것이다.  과장도 없고 축소도 없다.  정말로 있는 그대로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가히 가정 다큐멘터리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특이한건 한발짝 떨어져서 보는 다큐같은 영화이지만 상당히 몰입할 수 있는데 이는 어떤 면에서 보면 마치 역할극을 하는듯한 기분도 든다.  왜 그 문제있는 가정이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면 하게 되는 역할 바꾸기 연극 같은거 말이다.  마치 그걸 하는듯한 느낌?  나의 모습을 가족내의 다른사람의 시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그런 느낌이라고 보면 정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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