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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썸니아(2002), 기억의 모호함과 주체의 문제 본문

영 화/00's 영화

인썸니아(2002), 기억의 모호함과 주체의 문제

유쾌한 인문학 2010. 2. 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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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썸니아(Insomnia)
메멘토 그다음에 나온 작품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3번째 장편 영화이다.  전형적인 범죄스릴러 영화이고 인썸니아는 불명증이라는 뜻이다.  일반의 평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 아마 전작인 메멘토만큼의 충격적 무언가를 기대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인 것 같다.  마치 샤말란 감독이 식스 센스 이후로 모든 작품들이 일반의 악평에 시달리듯이 말이다.  아무튼 제목이 불면증이라 그런지 실제로 극중 주인공인 알 파치노는 6일가까이 잠을 못잔채 수사를 하게 된다.  6일동안 잠을 안자면 어떤 상태에 이르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3일 정도 잠을 못잔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을 생각해보자면 참 애매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난 분명 3일동안 잠을 안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잔 것 같기도 하고 뭐랄까 기억이 모호해진다고 해야 할까?  깨어 있으되 깨어있는것 같지 않고 뭔가 얼핏 얼핏 이미지들이 지나가지만 그것이 꿈인 것인지 현실인 것인지.  분명 지금 내가 서있는 위치적 공간에서 보일 수 없는 이미지들이 스치고 지나가게 되면서 이건 나의 상상인 것인지 실제인것인지 상당히 모호해지는 그런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 



Copyright (c)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기억의 모호성
사실 이 작품은 메멘토와의 연장선에서 생각해야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 역시 마찬가지이다.  즉 세 작품이 사실상 하나의 시리즈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게 된다.  그것은 바로 기억과 주체성이라는 부분인데 기억의 훼손이라는 부분을 세작품이 각각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여 존재에 대해서 언급을 하게 되는 형식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제시하는 기억은 어떠한 형태로 다가오게 될까?  그건 위에서 이미 언급한바와 같이 불면의 상태에서 다가오는 기억의 모호함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극중 주인공인 알 파치노는 아주 유능한 LA의 형사로서 그가 해결한 사건들은 경찰대학에서 강의로 이루어질 정도로 대단한 형사이다.  그런데 현재 그에게는 내사가 진행중이고 그 내사의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면 그 이유가 밝혀지는데 알파치노는 증거 조작을 한적이 있었고 그것을 내사과에서 포착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동료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내사과에 협조하겠다고 알 파치노에게 대놓고 말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아무튼 그런 그에게 알래스카에서 수사 협조가 들어오게 되고 그는 알래스카에 가게 된다.  알래스카에 도착해보니 일단 밤이 없이 낮만 계속되는 백야현상으로 접어든 상태이고 안개가 많이 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사는 진행이 되고 유능한 형사인 만큼 순식간에 범인을 좁혀내고 검거 직전까지 가게되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 그를 놓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동료를 사고로 살해하게 된다.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바로 이시점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때부터 알 파치노는 대단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일단 사고는 생겼지만 자신이 행하지 않은 것처럼 조작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 현장을 살인범인 로빈 윌리엄스가 목격을 하게 되었고 윌리엄스는 알 파치노에게 서로 돕자고 접근을 하게 된다.  이에 둘은 실제로 만나게 되고 이에 상황은 점점더 묘하게 흘러가게 된다.  왜냐하면 알 파치노가 죽인 자신의 동료는 내사과에 협조하기로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고는 과연 사고인 것인지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게 흘러가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냥 전형적인 사고로 보인다.  안개가 자욱했고 거리서 상당히 먼 상태에서 언듯 사람이 나타났기에 총을 쏘았는데 알고보니 자신의 동료인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건 극이 진행되면 될 수록 알 파치노 스스로가 행동을 이상하게 취한다는 것이다.  마치 자기가 일부로 죽인 것처럼 말이다. 

그의 불면이 하루하루 지속될수록 그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로빈 윌리엄스와 만나게 되면서 알 파치노 스스로도 햇갈리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바 자신이 정말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사고였던 것인지 스스로도 결론을 못내리게 된다.  한마디로 불면이 기억을 뒤섞어 버린 것이다.  바로 이지점에서 알 파치노의 주체성에 경계가 세워진다.  자신의 과거의 흔적들.  능력있고 어려운 사건을 척척 처리해던 기억들로 이루어진 과거의 알파치노는 불면으로 인해 현재의 기억들이 모호해지면서 현재의 알파치노와 단절이 생겨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의 자신이 행했었던 증거조작의 기억과 압박해들어오는 내사로 인해 불면은 더욱 심해지고 그로인해 기억은 더욱 흐릿해지고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분간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머리속에 끊임없이 동료가 죽어가던 순간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시간이 진행되면 될 수록 그 이미지에 대한 확신 즉 사고에 대한 우연성과 고의성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이것이 꿈인 것인지 현실인 것인지 모호해지는 그런 경험처럼 말이다. 

이러한 그의 기억의 모호성은 극중에서 나타나는 안개라는 것으로 잘 표현된다.  아주 심한 안개속에서는 모든 사물들이 흐릿해지고 그 정체가 모호해진다.  즉 눈앞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의 외적 경계가 흐릿해지면 저것이 정말 저곳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외적 경계의 흐릿함이 바로 기억의 모호함과 연결되는 지점이 된다.  이러한 모호함은 로빈 윌리엄스와의 만남 그 자체로 또 다시 상징되는데 아주 뛰어난 형사인 그가 자신이 체포해야 하는 범인과 만나게 되고 심지어 작당까지 하게 되면서 두 주인공의 경계가 흐려지게 된다.  이지점이 재미있는 부분인데 형사와 범인은 쫓고 쫓기는 자로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자들이다.  그런 그들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은 마치 알파치노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흐려져 사고냐? 의도된 것이냐? 처럼 뚜렷하게 경계 지어질 수 밖에 없는 그것이 흐려지는것고 일치하게 된다.


Copyright (c) Warner Bros. All rights reserved.


마무리
결국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어떠한 상황에 의해 기억이 모호해질때 그 주체의 본질이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되는지.  그리고 그 바뀐 주체의 본질은 과연 과거의 주체의 본질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라는 지점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선 작품인 메멘토에서는 기억이 생겨나지 않는 자의 주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고 이 영화는 기억의 모호성에서 나타나는 주체성의 문제 그리고 다음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는 억압된 기억의 해결과 관련된 문제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니 어찌 놀란 감독을 천재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억을 이렇게까지 해부하여 제시하되 메멘토 이외의 영화들은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도 좋게 만들어져있으니 말이다.  올해 개봉한다고 예정된 인셉션의 경우도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당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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