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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미행(1998), 미행과 관계의 문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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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Following)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이다. 우리나라에 정식 개봉은 안했고 98년도 부산 국제 영화제에 출품된 영화이다. DVD도 나와있지 않은 작품이라 딱히 관람할 방법이 없는 그런 작품이다. 러닝 타임은 70분 정도로 짧은 편이고 흑백 필름으로 촬영했다.
내용은 대단히 단순한데 작가지망생인 빌은 무작위로 사람들을 미행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뭔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하는 것도 아니고 여성만 미행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아무나 붙잡아 미행하고 그의 뒤를 쫓으며 그가 어떤 사람일까 하면서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이 미행도 계속 반복되다보니 급기야 나름의 원칙이 생기기에 이른다.
그러던 그가 어느날 콥이라는 사람을 미행하게 되고 호기심에 그를 두번 연속으로 미행하게 된다. 이에 콥은 빌을 눈치채게 되고 둘의 관계기 시작된다. 알고보니 콥은 도둑이었다. 따라서 둘은 함께 다니며 도둑질을 하게 된다. 그러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면 뭔가 놀라운 비밀이 나타나게 된다. 나름의 반전이라고나 할까.
Copyright (c) Son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작품상 특유의 기법
이 작품은 6000달러 정도의 초 저예산 영화라고 하는데 정말 대단한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일단 프랑스 누벨바그가 살짝 떠오르는 간결한 화면들과 주인공들이 인상깊게 다가온다. 아무래도 제작비 자체가 한계가 있으니 이미 존재하는 사물들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해질테니 말이다. 배우는 간결하게 총 세명이 등장한다. 빌과 콥 그리고 어느 여인이다. 세명의 배우와 주변사물을 이용한 촬영 그리고 기가막힌 편집 이것들이 어우러져 높은 수준의 작품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편집 기법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이 작품은 사실상 메멘토의 전신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메멘토만큼 복잡하진 않지만 시간을 파편화시켜 섞어서 제시하게 된다. 현재와 과거가 지속적으로 번갈아가며 나타나는데 이게 구분이 잘 안간다. 사실 나는 외국배우들은 얼굴을 잘 구분 못하는데 빌과 콥은 더더욱이 구분이 안되서 극을 보는데 정말 힘들었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시간이 번갈아 제시되는데 그 번갈아 제시되는 그 시점에서 지속적으로 나름의 반전이 던져진다는 점이다. 뭐 엄청 놀랍고 대단한 반전은 아니지만 꼬여있는 시간속에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제일 마지막엔 최고의 반전을 또 남겨놓게 된다. 물런 저예산 영화이기에 그것이 엄청 충격적이고 대단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건 하나의 완전한 이야기 구조를 어떻게 편집하여 배치하느냐에 따라서 이야기 구조속에서 별거 아닌 하나의 사실이 꽤나 크고 중요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식으로 시퀀스를 배치할 수 있는 능력과 영화에 담아놓는 주체성에 대한 고민들에서 놀란 감독의 천재성이 드러나는게 아닐련지.
Copyright (c) Sony Pictures. All rights reserved.
미행과 관계의 문제
미행이라는 측면에 집중해서 바라보자면 미행과 관계의 측면이 상당히 흥미롭다. 미행을 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몰래 관찰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관찰의 측면은 은밀한 관계맺기의 실현이라고 볼 수 있다. 관계 맺기라고 하는 것은 뭐라고 할까. 뭔가 좀 불확실한 측면을 내포하게 된다. 거부 당할 수도 있고 관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하지만 은밀한 관계맺기 즉 일방향적 관계맺기는 이러한 문제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행이란건 바로 이러한 편향적 관계맺기를 잘보여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와 동시에 또 한가지 짚어볼 부분은 미행을 당하고자 하는 욕망이다. 넓게 봐선 자신이 관찰당하고자 하는 욕망이라 볼 수도 있고 자신을 봐주길 원하는 욕망이라고 할 수도 있다. 피관찰욕망이라고 하면 될려나? 뭔가 수집을 한다거나 뭔가 소중하게 여긴다거나 숨겨놓는다는 일련의 행위 이면에 숨겨져있는 생각은 남에게 보여주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 한편으론 들키기를 원하는 마음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상반된 것의 공존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극중 여성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여줄듯 말듯 하면서 빌을 조정하여 콥이 원하는대로 모든 상황을 이끌어가게 되니 말이다.
마무리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아직 초기작이라 그런지 실험적인 요소가 아주 돋보인다. 이러한 실험성과 예술성의 추구는 메멘터의 그것으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고 말이다. 사실 본다는거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기에 상당한 영화팬이 아니고서야 꼭 보라는 말을 하긴 힘들지만 그래도 언젠가 영화제따위에 출품되게 된다면 그때 이름을 기억해놓았다가 한번 보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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