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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배달부 키키(1989), 마녀의 상징과 현대의 통과의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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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배달부 키키
하야오 작품중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재미있고 날아다니고 음악도 좋고 고양이도 귀엽고 장면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아름답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가 아닌가? 라고 생각되네요. 이렇게 특별한 키키는 저에게 큰 난관을 주었어요. 이번 하야오 전작 비평을 시도하면서 정말 최고의 난이도를 보여준 작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야오의 다른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뚜렷한 색깔에 비해 마녀배달부 키키는 그냥 전형적인 교양소설처럼 보이거든요.
참 많은 생각을 했고 처음엔 괴테를 이용해서 글을 썼어요. 역시 낭만주의 교양소설하면 괴테니깐요. 그렇게 써나가다 한가지 생각으로 귀결되더군요.용짱하야오 정도의 대가 그리고 하나의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내비치는 사람을 갑자기 그것과 벗어나는 방향으로 쓰는게 과연 옳은것인가?
하야오가 던지는 단 하나의 문제의식은 도구적이성비판이죠. 자연보호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 이면에 숨어있는 것은 도구적이성비판이에요. 이 시각을 유지한채 다시금 살펴보니 보이더군요. 지속적으로 보신분들은 나우시카와 원령공주의 관계에 대해서 기억나실거에요. 키키 역시 묶어낼 수 있는 작품이 있는데 토토로에요. 둘은 약간 다른 비슷한 작품이죠.
그럼 진정한 마녀가 되기 위해 독립한 키키의 세계로 들어가봅시다.
마녀의 상징
키키는 다들 아시다시피 마녀입니다. 그녀는 진정한 마녀가 되기 위해 고향마을에서 떠나게 되지요. 이유인즉슨 마녀는 13세가 되면 자립해야 한다는군요. 13살이라 너무 이른거 아닌가요? 마녀배달부 키키의 배경세계는 근대문명과 마녀가 혼재하는 환상의 세계입니다. 마녀가 정말 존재할까요? 모르죠 뭐.. 어디선가 호그와트가 정말 있을지 누가 알겠습니까? 한가지 확실한건 우리의 이성은 마녀의 존재를 완벽하게 부정하고 있죠. 합리적이지 않고 비이성적이라는 이유때문이지요. 사람이 빗자루타고 날아다니는건 말이 안되니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야오는 이런식의 마법사를 여러 작품에서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붉은돼지에서 포르코 룻소는 스스로 마법을 걸어 설정하였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마법사가 등장하고 있지요. 토토로에서는 자연의 상징적 매개체로서의 신적 동물이 등장하고 원령공주에서는 사람이 동물과 대화도 하고 다닙니다. 그렇다면 마녀를 비롯해 저 모든 환상적 표현 장치의 상징성은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근대 합리적 이성의 지배 이전을 그려내는 것입니다.
근대 합리적 이성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데카르트는 인간을 중심에 세우게 됩니다. 생각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명증성에서 시작된 그의 세계의 재구축 작업의 핵심은 중심에 선 인간. 중심에 선 인간의 생각은 결국 합리적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고, 합리적 이성으로 모든 것을 재구축하는 사고 방식은 결국 이세상 모든 것을 도구화시키는 일을 벌이고 말죠.
이러한 근대 합리적 이성의 지배 그 이전의 세상은 어땠을까요? 무엇이 되었든 최소한 자연을 도구화시키진 않았을겁니다.용짱그럼 그 이전의 기독교 문명은 어떠할까요? 기독교 문명에서도 역시 저런 마녀이니 뭐니 하는걸 인정하진 않았죠. 어떤 사람이 '내가 천사다'라고 다니면 진짜 천사라도 아마 불태워죽였을껄요? 즉 기독교 문명 역시 자연을 도구화시키는건 매한가지입니다. 사실 서구문명의 도구적 이성관이 싹틀 수 있는 근간은 기독교 문명에 이미 내포되어 있는거지요.
결국 우리는 하야오의 다양한 작품에서 드러나는 환상적 표현장치의 상징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의 소통이죠.
키키의 통과의례
우리는 이미 확인했듯 키키는 자신의 고향마을을 13살에 독립하여 떠나게 됩니다. 진정한 마녀로 거듭나기 위해서이죠. 그럼 키키를 진정한 마녀가 되기 위해 13살에 내보내버리는 마녀세계의 저 관습은 무엇일까요? 간단합니다. 성인식이죠. 이는 통과의례를 뜻합니다. 통과의례는 일종의 성(聖)과 속(俗)의 구분입니다. 즉 과거의 속에서 성으로의 나아감이죠. 이러한 모습은 다양한 신화에서도 구현되고 있죠. 대멸망후 재창조 작업같은거 말입니다. 현대사회의 기술문명이 아무리 발전하고 인간의 지성이 진리에 가까워진다고 하더라도 聖俗의 구분은 여전히 현존하고 있고 이러한 통과의례 역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죠.
예를 들어 한 인간이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통과할때는 어떤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죠. 현대사회에서는 뭐 여권이 요구한다는등의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또 다른 예로 결혼을 생각해봅시다. 결혼식이라는 행위를 통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구분시키는 겁니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일종의 의식(儀式)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가지만 더 들어볼까요? 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거나 입사를 하게 될때 어떤 유형의 형식을 취하게 되죠? 이것 역시 통과의례로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결국 키키가 떠난 이유 역시 과거의 자신을 속의 영역으로 흘러보내고 새로운 성의 영역으로의 나아감을 뜻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키키의 통과의례는 이작품에서 하야오가 던지는 질문의 상징적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게 뭘까요??
날지 못하는 키키와 거대 비행선
정말 인상깊은 장면이 하나있죠. 키키가 어느순간 자신의 고양이인 지지의 말도 못알아듣고 날지도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어머니가 주신 마법빗자루를 부러지고 말지요. 거참 정말 안타까운 장면입니다. 13살 어린나이에 부모님의 곁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도 힘들텐데 마법도 잃어버리고 키키의 괴로움이 실로 어떠할지 상상도 못하겠군요.
사실 통과의례라는게 쉬운게 아니죠. 동거를 하다 결혼한 친구에게 언젠가 이런 질문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동거와 결혼이 큰차이점이 있느냐? 사실 같이사는건 똑같지 않느냐?" 라는 질문에 엄청난 차이점이 있다고 하더군요. 전 사실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뭐가 다를까? 해본 당사자만이 알겠죠. 결국 그 친구와 저는 통과의례의 경험유무에서 엄청난 차이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키키의 통과의례 역시 쉽지는 않습니다. 자신은 마녀로 거듭나기 위해 독립을 했지만 근대기술문명의 지배를 받고 있는 도시 즉 통과의례의 중간영역에서 자신을 잃어버린거죠. 이러한 키키의 모습은 비행선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입니다. 근대 이성의 상징인 비행선과 근대 이성과 기독교 문명 이전의 상징인 키키 즉 마녀의 비행. 이둘은 결국 우리 사회의 전반의 통과의례를 상징하는 매개체입니다.
현대 사회의 통과의례
그럼인제 키키의 통과의례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에 대한 질문의 답을 해볼까요? 결국 마녀배달부 키키는 키키의 통과의례라는 상징을 통해 현대사회의 통과의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멀리 볼거 없이 우리나라를 생각해봅시다. 조선말 우리는 우리나름의 전통을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서구 근대문명이 밀려들어오게 됩니다. 이때 우리사회는 거대한 통과의례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과연 저 거대한 통과의례를 제대로 수행해냈습니까? 우리는 우리 스스로 수행하지 못했지요.용짱이유는 바로 일제. 일제에 의해 식민지배를 당하면서 통과의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가치관의 확립을 이루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이도 저도 아닌 가치관부재의 엄청난 혼란상을 보여주고 있는거지요. 그럼 우리 사회를 넘어 근대라고 하는 거대한 세계를 생각해봅시다. 역시 통과의례를 제대로 수행했을까요? 아니죠. 통과의례는 단순한 단절이 아닙니다. 과거를 포함하는 재창조이죠. 하지만 근대는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채 인간 이외 모든 것을 수단화시켜버립니다.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을 수단화 시킴으로써 대학살도 감행하고 이러한 잘못설정된 가치관은 결국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영향을 미쳐 여전히 인간을 수단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우리 사회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하실겁니다. 우리사회에서 상위 몇프로가 아닌 인간들은 철저하게 그들을 위한 수단 및 도구일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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