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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넌트(1976), 아파트와 정신분열증 본문

영 화/70's 영화

테넌트(1976), 아파트와 정신분열증

유쾌한 인문학 2010. 9. 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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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넌트(Tenant)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9번째 영화이다.  이 영화는 모르긴 몰라도 아주 저예산 영화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일단 주인공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맡게 된다.  가만보면 폴란스키 감독은 자기 영화에 자기가 주인공 맡는 경우가 꽤나 많은듯하다.  로만 감독의 영화중에는 아파트 3부작이라는 것이 있다.  뭐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아파트가 배경으로 사용되는 작품이 총 3가지가 있어서 이런 별칭이 붙은 것인데 첫째가 혐오 둘째가 악마의 씨 그리고 세번째가 바로 이작품인 테넌트이다.  

이 작품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인데 정신분열 영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류라고 할 수 있겠다.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러시아인으로 판단되는 주인공은 프랑스 시민권을 가진 사람으로써 어느날 어느 아파트로 이사가게 된다.  그런데 막상 이사가보니 그 전세입자는 자살을 하여 방이 비어진 상태이다.  아파트 주민들도 지독하게 까탈스럽다.  조금의 소음도 용납을 못해 지속적으로 주인공을 괴롭히게 된다.  그러다 그는 점점 미쳐가게 되고 정신분열 증상을 보이다 자살을 하게 된다. 




아파트와 정신분열증
뭐 이것 저것 고민할 거 없이 소외로 인한 정신분열증을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일단 극중 주인공에게 크게 봐서 두번의 소외가 발생하게 된다.  프랑스 시민이지만 결국 외국인이기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첫번째 소외와 아파트라는 내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두번째 소외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아파트 내에서의 소외라고 볼 수 있겠다.  즉 아파트 내에서 인간이 어떠한 느낌을 받고 어떠한 소외를 통해서 정신분열증에 빠지는가 라는 점이다.

아파트라는 건물은 오직 대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건축형태이다.  높은 인구밀도를 해결하기 위해 하늘로 솟아올려 지은 건물이며 그 내부는 또다시 세부 공간으로 철저하게 차단되어 판매된다.  대도시라는 것이 수많은 인간들이 모여사는 형태의 것이라면 그 속의 아파트라는 건축물은 그러한 대도시성을 하나의 건물로 축소시킨 압축판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유대감을 찾아보기는 힘들고 소통불가능성에서 비롯되는 철저한 파편화된 개인의 양상만 보일뿐이다. 

다수의 사람이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드는 것은 소통 불가능성이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영화속에 아파트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해보려는 생각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할말만하고 해야할 일만 행한채 문을 닫아버리고 철저하게 갇혀 들어가고 양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조금의 소음도 인정하지 못한채 서로가 서로를 향해 철저하게 배타적인 양상을 보여준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파트라는 공간처럼 웃기는 공간도 없는것이 인간도 기본적으론 동물인지라 고유의 영역 확보를 향한 욕망을 가질 수 밖에 없는데 좁은 공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넣어버리니 충돌이 어찌 안생길 수 있을까? 

결국 애시당초에 아파트라는 공간속에서 소통가능성을 논한다는거 자체가 넌센스 아닐련지.  그렇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적대적 양상을 표출하게 된다.  이는 비단 아파트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가 그런 양상을 보이게 되고 극중 주인공은 외국인이기에 넓은 의미에서의 적대적 양상과 소외는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외부의 적대성은 나 혼자라는 외로움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이루면서 분열적 양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에서 분열적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뷰티풀 마인드 같은 영화에서는 자신안의 욕망의 해결을 위해 또 다른 나와의 대화가 주안점으로 등장하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뷰티풀 마인드와는 정반대로 외부의 적대성을 내면화하여 자기파괴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한 자기 파괴는 앞서 자살한 전 세입자인 여성과의 동일시로 시작되는데 자기도 모르게 지속적으로 그 여자와 동일시를 이루어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채 여장을 하고 자기가 피해자인 것처럼 꾸며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신이 돌아왔을때는 자신이 왜 여장을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을 죽이려든다고 생각할뿐이다. 

과대망상은 더욱 더 심해져 자신이 살고 있던 아파트 내에서만 헛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자신을 죽이려 든다는 망상에 빠져들게 되고 결국 창문에서 뛰어내리게 된다.  자살을 행하기 직전에 그가 본 환상은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환영하는 것이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무대와 같은 환상을 보게 되고 그 무대의 주연은 바로 자신이다.  환상속에서 타인이 행하는 박수는 조롱의 박수라기 보다는 환희의 박수에 가깝다.  이러한 환상은 소외에서의 벗어남의 욕망이라고 할 수 있겠고 여기까지 환상이 진행된 그는 무대의 주인공으로서 거대한 박수와 함께 과감하게 뛰어내리게 된다.

하지만 그는 죽는데 실패하고 자신을 보러온 수많은 주민들에게 둘러 쌓이게 되는데 이때 다시 엄청난 환상에 직면하게 된다.  주민들은 구급차를 부르고 그를 도우려하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악마들의 모습으로 비칠뿐이다.  온갖 올가미와 독사와 같은 혓바닥을 내비치는 환상을 본 그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기어 올라간후 다시 뛰어내리게 된다.  결국 그의 정신분열의 주된 원인은 소통불가능성에서 비롯된 소외와 자신에게 강요되는 수많은 올가미와 같은 억압적 양상들로 인함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마무리 
보신분들 거의 없을 것이다.  정식 개봉도 안했고 정식으로 DVD도 출시 안했다.  아무튼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정신병자가 나오는 영화라서 아주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자고로 영화는 좀비가 최고이지만 좀비 그다음으로 흥미가 가는건 정신병자 아니겠는가?  세번째로 좋아하는 스타일은 폭력이다.  폭력과 법치가 만나게 되면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가 도출된다.  언젠가 폭력 시리즈를 쫙 이야기할 시점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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