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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2010), 거대한 연극과 유령 그리고 권력관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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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작가(Ghost Writer)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18번째 장편 영화이다. 옴니버스와 단편영화는 제외한 수치이다.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하여 만든 작품인데 이는 폴란스키 감독의 주된 특징중 하나이다. 그의 왠만한 작품들은 전부 원작 소설을 토대로 하게 되니 말이다. 일단 상당히 재미있는 영화이다. 2시간 남짓되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만큼 엄청난 흡입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스릴러 영화인데 아주 느린 스릴러이다. 정말 전형적인 히치콕 스타일. 어떤면에서 보면 요즘같은 세태에는 맞지 않다고 볼수도 있겠다. 21세기 현대는 자극적이고 빠른것에 너무 익숙해져있다보니 지겨움을 느끼는 분들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
영화 내용은 익히 알려진바대로 영국의 블래어 총리를 빗대어 만든 작품이다. 그들이 행한 전쟁에 대한 비판이 주안점을 이루게 된다. 즉 간단히 말해 정치 풍자 영화라고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아주 어두운 영화이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도록 햇볕을 단한번도 본적없다. 흐린 날씨 아니면 비오는 날씨 이 두가지 날씨로 모든 것이 정리된다. 공간도 상당히 흥미롭다. 도심은 런던시가지만 등장하며 그외에는 주로 극중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하는 전직 총리가 머무는 왼딴섬의 고립된 집안이 주된 배경이 된다. 이야기 구성도 아주 좋다. 쓸데 없는 잔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이야기 구성하나만으로 승부를 보는 아주 고전적인 스릴러물이다.
제목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흔히 이런걸 보고 제목이 스포일러라고 말하곤 한다. 이 작품의 시나리오가 상당히 괜찮은 주된 이유중 하나는 자잘한 것들이 의미론적으로 연결되는 양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유령 작가라는 직업과 극중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연극 동아리라는 측면 그리고 놀라운 결말까지. 전체적인 주제의식이 이런 장치를 통해 하나로 이어지는 양상을 보여준다. 즉 세부적인 장치들이 전체 주제의식과 하나하나 세세하게 연결된다는 점이다. 그와 동시에 그 세부적인 장치들은 풍자로 이용되기도 하고 스릴러의 조각을 끼워맞추는 각각의 조각으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거대한 연극과 유령 그리고 권력관계
제목이 비슷해서인지 갑자기 예전 한국 영화인 유령이 생각났다. 잠수함과 유령. 바다를 무채색의 세계로 본다면 잠수함은 그 속에 존재하는 이데올로기적 섬으로 볼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 섬이 속삭이는 것에 따라서 행동하는 하나의 유령과 같은 존재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이데올로기가 가지는 본질적 힘중 하나인데 하나의 형식으로서 그 형식에 의해서 인지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이는 칸트의 주관적의 형식과 매우 비슷하다. 즉 직관에는 감각된 내용 이외에 그것을 정리하는 형식이 요구되는바 이 형식은 대상의 경험이 가능하기 위해서 전제되어야 하는 주관의 형식이다.
무엇이 되었던 핵심은 형식을 통해서 대상을 경험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형식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우리에게 주어질 수 있게 된다. 이 형식이 한국영화 유령에서는 이데올로기라는 것으로 나타나게 되고 본 영화인 유령작가에서는 뒤에 숨겨진 고스트로 나타나게 된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가 완벽한 자유의지에 의하여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것은 가능하지가 않다. 크게 보아서는 우리는 자유시장경제주의라는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한계지어진 시공간속에서 의지를 가질뿐이며 더 좁게는 나를 둘러싼 학교나 회사 더 좁게는 가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타인들의 욕망에 의해서 살아가기 마련인 것이다. 결국 완벽한 자유의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수많은 유령들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안그런가? 극중 이완 맥그리거는 전에 죽임을 당한 전 대필자의 유령에 의해서 거대한 음모속에 빠져들게 되고 피어스 브로스넌이 연기하는 전 총리 역시 뒤에 존재하는 어떤 유령에 의해서 행동할뿐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드러나는 대음모 역시 따지고 보면 그 뒤에 또 다른 유령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령들의 연속 그 끝점에 막강한 권력자가 존재하여 모든걸 좌지우지하는 그런 것일까? 결단코 그렇지 않다. 극일점에 집중된 슈퍼파워 권력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의 핵심은 내가 권력의 억압을 받는 자이자 권력의 억압을 행하는 자라는 것이다. 이는 대단히 순환적이고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 같은 형태이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일련의 양상이 바로 그런것이다. 수많은 유령들의 연속체 말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개별적 유령들은 결코 전체를 볼 수 없다. 우리는 권력의 전체를 결코 직시할 수 없는 근본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어떤이는 권력 자체가 하나의 극일점에 의해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되려 권력은 수많은 권력관계들의 연속체로서 하나의 오토포이에시스. 즉 자기조직화와 비슷한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이것은 마치 하나의 연극의 연속체 같은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파편화된 양상들을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아래의 스샷과 같이 표현하게 된다. 흩날리는 저 종이들 말이다.
결국 이 영화는 외부적으로는 정치 풍자의 형태를 띄면서 내부적으로는 권력관계의 본질과 그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주체성의 문제에 대한 고찰이라고 볼 수 있겠다.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가질 수 없는 자유의지와 완전히 존재한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나로선 알 수 없는 관계에 의해서 존재하는 거짓된 존재까지.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을 최고의 영화로 만들어주는거 아닌겠는가? 괜히 베를린 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게 아니라는 것이다.
마무리
뒷얘기가 조금 있는 영화인데 이 영화는 베를린에서 은곰상 즉 감독상을 수상하게 된다. 문제는 작년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스위스에 공로상을 수상하러 가던 도중 77년 당시 성추행 문제로 스위스 공항에서 체포되었다는 점이다. 77년 당시 미국에서 그는 잭 니콜슨의 집에서 어느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 미성년자가 성폭행 당했다고 고소하면서 재판이 벌어지게 되고 그때 그는 유럽으로 도망가버린다. 그 이후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재미있는건 그 문제의 미성년자가 현재는 45세인데 그냥 선처해주라고 말한다는 점. 일단 잡힌지라 미국으로 송환될 것인데 어찌될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나저나 이 영화 개봉한지 한 1주일 된 것 같은데 철저하게 망해가고 있다. 난 사실 이 영화가 엄청나게 흥행할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참 바보같은 생각이었나보다. 이런 영화가 이렇게 순식간에 막을 내려야 하는건지도 정말 이해 안가고 전반적으로 왜 이렇게 저렴한 평가에 그치는건지도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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