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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에이터(2004), 어머니를 향한 욕망과 강박증 그리고 그 벗어남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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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에이터(The Aviator)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20번째 장편영화이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두번째 작업물이다. 하워드 휴즈라는 사람의 전기적 영화인데 사실 한국사람 입장에선 하워드 휴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알리 만무한 것이 현실이고 그나마 이 작품을 통해서 그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게된 정도라고나 할까? 그렇기에 이 영화를 바라봄에 있어서 약간의 문제가 생기게 된다. 영화가 그의 삶 중 어느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애매해지는 문제라고나 할까? 이것이 바로 전기적 영화의 어떤 한계점 같은 것이다. 단 2~3시간에 한 인생을 집어넣어야 하니 말이다.
그렇기에 전기적 영화는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설픈 연출가가 손대면 백이면 백 졸작이 되어버린다. 어설픈 연출가들은 영화안에 한 인물의 삶을 최대한 집약적으로 요약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럼 무조건 망할 수 밖에 없다. 왜냐? 관객들이 그 인물에 대해서 보고 싶은 부분을 영화가 다 만족시켜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선택과 집중이 중요해지는 것이고 그 핵심을 스콜세지 감독은 정확히 포착하여 이 작품에 녹여내게 된다.
이 작품은 시작부터가 심상치 않다. 어린시절의 하워드 휴즈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목욕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목욕을 하면서 휴즈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에게 끊임없이 하나의 단어를 되새긴다. Quarantine. 이 장면과 영화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결벽증이 인상 깊으며, 영화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우유를 즐겨마시는 하워드 휴즈의 모습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또 한가지 유심히 관찰할부분은 영화와 비행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다. 물론 자신이 좋아해서 한것이겠지만 그 좋아함의 이유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다.
즉 방금 언급한 세가지 정도의 양상은 하나로 결합되어 하워드 휴즈의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한부분을 표현하게 된다. 뭐 혹자는 이를 두고 우연의 일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럴까? 마틴 스콜세지는 실존인물을 영화화할때는 결코 대충 만들지 않는다. 생존인물이라면 그와 함께 붙어서 몇년간 생활을 해버릴 정도로 지독하게 조사하고 이해한 뒤에서야 영화를 제작하니 말이다.
하워드 휴즈의 강박증 - 우유와 큰 가슴의 분석을 통해
이 영화는 하워드 휴즈의 강박증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는 남들과 악수를 하지 못한다. 악수하는것도 정말 싫어하지만 자신의 음식에 타인의 손길이 닿는건 더 못견뎌한다. 그것은 이런시절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주입되었던 검역이라는 단어가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즉 병균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이라고나 할까. 영화 중반에는 이런 장면도 등장한다. 어떤 사람과 악수를 한것이 너무 불결하여 손을 씻는데 너무 열심히 씻다보니 피가 나기에 이른다. 그 뒤 화장실을 나갈려고 하니 화장실 문이 불결해 만질 수가 없어 누군가 들어올때까지 기다리는 장면이다. 아래의 스샷 첫번째 두번째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그와 동시에 확인할 부분은 유제품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다. 단순히 우유를 먹는 장면만이 나오는게 아니다. 영화 중반에 하워드 휴즈와 그의 연인이 다투는 장면이 나오는데 위의 스샷 5~6번째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휴즈의 연인은 이런말을 하게 된다. 그런식으로 밖에 음식을 못먹느냐고 말이다. 또 한가지 눈여겨볼부분은 여성 가슴에 대한 집착이다. 여성을 만날때마다 가슴크기가 큰 것을 좋아하고 그 가슴문제로 인해 어떤 청문회 같은 것이 열리기도 한다.
왜 이러한 양상들을 스콜세지 감독은 지속적으로 영화속에서 내보이는 걸까? 그것은 휴즈가 가지고 있는 강박증의 원인과 그의 내부에 존재하는 억압적 요소를 제시하기 위해서이다. 영화에서는 그의 어린시절을 완벽하게 거세해버렸지만 자신의 모친과의 관계가 아주 독특했을거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아마 휴즈의 어머니는 아주 지나칠정도의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졌을 것이다. 모든 물건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하고 몸에 더러운 것이 묻는건 절대로 용납이 안되는 그런 성격말이다. 그러한 어머니의 성향때문에 휴즈는 어린시절 마땅히 누렸어야 할 어머니와의 이자관계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하워드 휴즈는 자신의 어머니가 욕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하였을 것이고 그러한 어머니의 욕망의 대상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그러한 어머니와 동일한 강박증적 상황으로 몰아넣게 된다. 바로 이것이 그가 가지는 강박증의 실체이다. 어머니가 욕망하는 팔루스가 되고자 하는 욕망. 하지만 팔루스는 절대로 가질수도 없는 것이며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렇기에 팔루스는 이중적이다. 결국 팔루스의 욕망에의 포기는 하나의 치환의 과정으로서 그를 상징적 기표로 밀어넣게 된다. 그런데 하워드 휴즈는 그런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팔루스를 욕망하고 있는 중이다. 왜일까?
그는 어린시절 즉 6세 이전의 시점에 어머니와 완전한 이자관계를 이룬적이 없을 것이다.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강박증적 성향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그 욕망을 포기할 수도 치환할 수도 없게 된다. 가질 수도 없고 가져본적도 없기에 항상 불안하고 쫓기는듯한 양상 그것이 바로 하워드 휴즈인 것이다. 이러한 강박증적 양상은 아래의 스샷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비행기가 추락한 경험을 한 이후 그의 정신병적 강박증은 더욱 심해진다.
아무튼 이러한 문제점으로 인해 그는 끊임없이 우유와 가슴에 집착하게 된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우유라는 것은 유아기에 먹는 음식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큰 가슴에 대한 집착과 우유를 결합시키면 결국 어머니의 젖에 대한 갈망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아래의 스샷 6번째 장면이 정말 아름답다. 쭈욱 나열해있는 빈 우유병들과 그 끝에 나신으로 서있는 하워드 휴즈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그의 어린시절이 어떠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강박증에서의 벗어남
하워드 휴즈에게 있어 영화와 비행은 어떠한 의미일까? 먼저 영화를 살펴보자. 영화는 그 자체로서 본질의 현시에 불과하다. 즉 모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방이라는 것이 대단히 재미있는 양상을 보여주는바 모방을 통해 자신이 원하고 보고 싶은 것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영화는 대단히 상상적이며 이러한 양상으로 인해 수많은 철학자들이 영화의 특징에 집중하게 된다. 즉 영화를 감상한다는 것은 직접적으로 스크린을 바라본다는 것이고 그 스크린 자체를 거울이라고 생각해본다면 관객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게 된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다는 것은 자신이 꿈꾸는 완전한 이미지로서의 자신의 확인이며 이는 나르시즘을 불러오게 된다. 그렇기에 수많은 영화들이 상상계적 양상 즉 예쁘고 아주 행복한 결말을 가져오는 스토리를 가지게 되고 가끔씩 등장하는 상징계적 영화들 즉 너무 지독하게 현실을 있는 그대로 투영한 작품들을 볼때에는 불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하워드 휴즈가 영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과거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이루지 못한 어떤 관계성을 영화를 통해 만족시키고자는 것이다.
그럼 비행은 어떠한 것일까? 비행이라고 하는 것은 공간의 분리를 의미하게 된다. 즉 지상을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라고 바라보았을때 비행은 그 지상에서 벗어남을 상징하게 된다. 한번 생각해보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 욕망으로 비행을 향한 욕망은 어떤 의미인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아주 큰 사회로의 나아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이다. 즉 상징계적 기표의 외부에 서고자 하는 욕망인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영화에서는 지속적으로 드러내게 된다. 아래의 스샷에서 볼 수 있듯 그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을 아주 불편해한다. 그는 유명인이기에 항상 기자들의 취재와 수많은 후레쉬 터짐을 받게 되는데 이를 아주 불편해하게 된다. 특히 마지막 청문회 씬에서는 의자에 착석한 이후 그가 다리를 떠는 모습을 잠시 보여줌으로써 그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수많은 후레쉬들이 터지는 장면에서는 이미지 자체를 아주 균열적이면서 파편화시킴으로써 하워드 휴즈가 가지는 내면의 불안심리를 정확히 이미지화 제시하게 된다. 결국 하워드 휴즈는 이런 불편한 지상에서의 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에서 그렇게 비행에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마무리
모든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예술은 그 이야기를 제시하면서 정보의 범위를 조절하게 된다.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이야기를 드러난 정보라고 하며 그 드러난 정보가 플롯의 핵심을 이룬다면 우리는 드러난 정보 이외에도 드러나지 않은 정보를 유추할 수 있고 그 유추로 인해 하나의 내러티브를 구성하게 된다. 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하워드 휴즈의 일대기를 담고 있지만 많은 부분을 거세한채 그의 강박증적 요소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서 제일 첫장면과 마지막 장면에서 그의 어머니를 딱 두번 등장시키게 되는데 그 두개의 장면으로 인해 모든 실마리가 풀려버리게 되는 것이다.
즉 플롯이 제시하지 않고 있는 비제한적 정보의 유추를 통해 하워드 휴즈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설명해버린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3시간정도에 불과하지만 그의 삶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담아낼 수있게 된다. 만약 어설픈 연출가였다면 어린시절부터 모든걸 다 요약하려고 달려들었을텐데 그런식으로 접근을 해버리면 영화 러닝타임의 심각하게 부족해지고 극 자체로 늘어지게 된다. 그럼 영화는 재미도 없어지고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도 없게 된다. 이미지의 예술성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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