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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티드(2006), 이민자와 경찰 그리고 미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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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파티드(The Departed)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20번째 장편영화이다. 스콜세지 감독은 아주 격조 높은 갱스터 영화가 자신의 영화적 기반이 되는 것이고 디파티드는 95년 카지노 이후에 10년만에 내놓은 범죄영화이다. 꽤나 좋은 평가를 받게 되는 작품으로 07년 아카데미에서 상이라는 상은 다 쓸어담게 된다. 이게 참 재미있는 현상인데 그의 수많은 대표 작품들은 전부 아카데미 감독상과는 인연이 없다가 디파티드가 받게 되었다는 점.
결국 최고의 거장을 계속 무시할 수 없었기에 줬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래서 난 아카데미 상이란걸 그다지 높게 평가하지 않는다. 아카데미상 받은 작품들? 쭉 한번 살펴보시라. 뻔하디 뻔한 유치한 패턴이 보일테니. 아 하긴 헐리웃이 원래 그런 곳이었지. 그런 헐리웃의 상 장난질에 한국사람들은 우와 해대며 낚여주시는거고. 위대한 아카데미 상을 받은 작품이니 반드시 봐줘야지 라는 마인드.
얘기를 들어보니 홍콩 영화인 무간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라고 하였기에 무간도까지 챙겨보게 되었다. 두 작품을 비교해보자면 무간도의 얘기 구조만 가져왔을뿐 모든부분에서 그 작품과 비슷함을 느끼긴 힘들 것 같다. 아무래도 홍콩 느와르와 스콜세지식 범죄영화는 180도 다른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홍콩느와르는 전반적으로 너무 낭만적인 성향이 강하다. 따라하고 싶을 정도의 멋이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스콜세지의 갱스터는 낭만 따위와는 아주 거리가 먼 극사실주의 묘사에 기반을 두게 된다. 지독하게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야 할까?
인상 깊은 편집 기법이 초반에 나타나는데 아래의 스샷 두번째 세번째 장면이 바로 그것인바 대사와 이미지의 연결이 아주 흥미롭다. 예컨대 한 캐릭터의 대사구조가 AB라고 했을때 보통의 영화는 A와 B를 말로 줄줄 읽게 되지만 이 영화에서는 A를 말로 대사한 이후 B를 급작스럽게 이미지화 시켜 제시하는 방법론이다. 그리고 그 B는 아주 폭력적인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편집기법을 어디서 보았던가? 마땅히 떠오르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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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 경찰 - 미국에 이르는 두번의 치환
이 영화도 스콜세지의 작품이기에 기본적으로 이민자 문제를 근간으로 삼게 된다. 등장하는 이민자들은 이탈리아계와 아일랜드계이다. 이탈리아계의 출연은 스콜세지 자신이 이탈리아계이기 때문인데 아일랜드계가 참 흥미롭다. 이미 전작인 갱스 오브 뉴욕에서도 아일랜드계가 출연하게 되는데 아일랜드계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아무래도 아일랜드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경험에 근간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아일랜드인을 아주 독특한 인종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영화 곳곳에서 아일랜드인은 정신분석이 안되는 인종이라는 등의 대사를 통해 그러한 양상을 지속적으로 내비치게 된다. 아마도 서양인의 입장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아일랜드 특유의 무언가가 있는것 같지만 동양인으로선 이해하기 매우 힘든 측면이다.
이 작품은 크게 보아서 두번의 치환이 일어나게 된다. 즉 이민자 사회의 모순이 경찰 내부의 모순으로 치환되게 되고 그 경찰 내부의 모순은 미국 전체의 모순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먼저 이 작품은 초반부터 작정하고 이민자 사회를 들고 나오게 된다. 이탈리아계와 아일랜드계를 전면에 내세워서 말이다. 이러한 이민자 사회는 대단히 모순적인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그들은 분명 미국사회의 외부인으로서 이민자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그 내부에서 스스로 분열적인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그것이 바로 다양한 이민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투쟁적 양상이다.
혹자는 허구헌날 이민자 타령이냐? 라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미국사회에서 이민자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현 미국정부에서 가장 문제시되고 있는 핵심적 사안의 중심에 이민자법 개혁이 들어가있을 정도로 말이다. 이민자법 개혁의 주안점은 현 불법이민자들을 미국국민으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이다. 이것이 문제가 된다는 것은 간단히 생각해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결국 이민자와 토착민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양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 들어온 최초의 개척세력 역시 따지고보면 이방인인 것인데 스스로를 토착민이라 여기며 새로운 이민자를 멸시하게 되고 시간이 조금 흐르게 되어 새로운 이민자들은 또다시 토착민이 되어 다시 들어오는 이민자를 멸시하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경찰내부의 모순으로 치환된다. 이 작품의 핵심이 되는 경찰내부의 스파이와 경찰이 범죄자 조직에 심어놓은 스파이라는 설정은 위의 이민자 사회와 마찬가지의 순환적인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결국 영화는 지속적으로 이민자문제를 후면에 배치하여 파편화시켜 말하면서 경찰 조직내의 순환적 모순을 전면으로 내세워 이 둘의 관계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경찰 조직 내의 모순과 동시에 극중 마피아인 잭 니콜슨의 FBI와의 협력과 배신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러한 경찰과 범죄조직과의 결탁이라는 양상은 또다시 미국사회 전체로 치환되게 된다. 즉 미국 사회의 두가지 존재적 측면 즉 법치와 범죄의 공존과 협조를 통한 미국 사회의 형성을 극중 경찰 조직 내부의 모순을 통해서 치환시켜 가르키게 되는 것이다. 아마 이런 부분은 코폴라 감독의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생각된다.
정리해보자면 영화의 플롯은 전체적으로 경찰조직과 범죄조직간의 결탁과 모순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것이 핵심적 스토리이고 말이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론 영화 곳곳에 몇개의 이미지와 대사들을 통해 이민자문제를 계속 언급하게 된다. 그리고 이민자 문제는 하나의 사건으로 등장하지는 않고 철저하게 파편화시켜 곳곳에 배치시키는 방법론이다. 이러한 영화적 기법을 통해 양자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치환시켜 주제의식을 던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치환은 더 크게는 미국사회 전체로 다시금 치환이 가능해진다.
이지점이 무간도와 가장 큰 차이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무간도는 이런 양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냥 기가막힌 스토리를 가지고 멋진 홍콩 느와르를 만들어냈을뿐이니 말이다. 이는 무간도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바로 홍콩 느와르와 스콜세지 범죄영화의 결정적 차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즉 홍콩 느와르가 가지고 있는 낭만적 성향과 스콜세지가 가지고 있는 극사실주의적 성향의 차이점 말이다. 뭐가 됐든 무간도 역시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스타일의 문제이니 말이다. 아래의 스샷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장면을 보시면 무간도와의 차이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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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시나리오가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낸 사람이 누구인진 모르겠지만 스토리텔링의 귀재가 아닐련지. 완벽한 서사구조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끝없이 긴장속에 몰아넣게되는 아주 멋진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스콜세지가 가져오게 되면서 스콜세지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의 실험적 요소들은 많이 사라지게 된다. 이런말을 하면 이것이 단점인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런 것은 아니고 어느곳에 방점이 찍히냐의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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