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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1968), 성과 속을 가로지르는 문의 경계적 성격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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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문을 두드리는가? (Who's That Knocking At My Door?)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첫번째 공식 데뷔작으로 그의 나이 26세에 만든 작품이다. 국내 개봉은 하지 않은 작품으로 이 작품을 만들때 엄청난 어려움에 처했다고 알려져있는바 주로 금전적인 문제였고 부부사이도 극도로 안좋아졌다고 한다. 간신히 영화를 만들어낸 이후에도 배급에 애로사항을 겪은 마틴 스콜세지는 세미 포르노 장면을 삽입하는 조건으로 포르노 배급사에게서 배급을 허락받게 되고 따라서 이 작품에는 짧은 세미 포르노식의 섹스장면이 존재한다. 이 작품은 상업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했을지언정 몇몇 영화제에서 입상에 성공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마틴 스콜세지는 로저 코먼의 눈에도 띄게 되어 그 이후 그는 로저 코먼에게서 많은 부분을 배우게 된다.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이런 저런 실험적 요소들이 많이 보인다.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여기저기 배치된 상징적 요소들 그리고 약간 이해하기 힘든 편집들에 가끔씩 등장하는 현장음의 배제 즉 아주 긴박한 상황에서 현장음을 지워버린채 로맨틱한 음악만 살짝 깔아주는 방식까지. 어떻게 보면 아직 첫작품일 미숙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과감한 실험성이 돋보인다.
특히 편집이 문제가 되는데 참 애매한 부분인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시퀀스가 바뀔때 너무 급작스럽게 상이한 시퀀스로 넘어가게 된다. 집중하지 않으면 내용연결이 잘안될정도라고나 할까. 시공간을 뛰어넘는 순간의 인과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있다고 볼수 있겠다. 물론 유심히 보면 다 연결되는 내용이긴 하지만 즉각적으로 인식되기는 힘들다. 이러한 편집기법을 두고 엉성하다고 할 수도 있겠도 한편으로는 실험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론 후자가 옳지 않은가 생각된다. 이유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보자면 정확히 뭐하는 인물인지는 알 수 없는 J.R 이라는 이태리 사람이 주인공으로 친구들과 항상 몰려다니며 지내는 인물이다. 어느날 우연히 페리에서 만난 여성과 가까워지게 되면서 둘은 연인관계가 된다. J.R 이라는 인물은 상당히 모순적인 사람인데 일단 기본적으로 아주 신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그는 여자를 크게 둘로 나누게 되는바 창녀와 성녀이다. 그리고 자신은 창녀와 노는건 되지만 결혼은 할 수 없다는 사고관을 가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연인이 과거 성폭행을 당했던 경험을 털어놓게 되고 이에 그는 혼란스러워한다. 급기야 그녀를 용서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하며 어쨌든 용서하고 결혼은 할 수 있다는 발언과 함께 그는 그녀에게서 차이게 된다.
문(Door)과 J.R의 성격적 측면의 관계
이 작품은 그 다음 작품인 비열한 거리와 시리즈로 이어지는 작품인데 내용적으로 이어지는것은 아니고 이탈리안 이민자 세대를 그린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사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이민자라는 부분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다. 주인공이 보여주는 종교관에서 그런 측면을 바라보아야 할까? 아니면 극중에서 짧게 나오는 다른 이민자들과의 충돌에서 그런 측면을 짚어낼 수 있는것인가?
거기다 이탈리아 카톨릭 신자의 사고관이라는 것이 어떠한건지 잘 모르겠고 뭐 그런걸 일반화 하기도 힘들테니 딱히 중요한 문제는 아닌것 같다. 아마 극중에서 나타나는 주인공과 그 친구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들에서 그런 모습을 짚어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딱히 와닿지는 않는다. 아무튼 중요한건 인종이 아니라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종교관과 일상 생활에서의 모순점이 아닐련지.
주인공은 아주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 보인다. 예수상의 발에 입맞추는 등의 행위를 통해 이러한 사실이 들어나게 되고 극의 곳곳에서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들을 멸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심지어 자신의 연인과의 섹스를 거부하기도 한다. 그럼 그렇다고 해서 그런 그가 자신의 삶 전체를 놓고 항상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느냐? 그런건 아니고 필요에 따라선 창녀와 변태적 섹스를 즐기기도 하고 마지막엔 돈을 집어 던지는 등의 일련의 행위를 통해 그녀들을 멸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떠나게 된다. 결국 그가 자신의 연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것은 그녀를 자신의 결혼상대로서 성스럽게 여겼다는 것이 된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성스러운 연인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 그는 그녀를 순식간에 성녀에서 창녀의 수준으로 떨어트리게 된다. 이때부터 나타나는 그의 내면적 갈등이 상당히 재미있다. 이러한 내면적 갈등을 표현하는 방식도 재미있는데 프랑스 누벨바그 특히 에릭 로메르의 경우는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말들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방식이지만 여기서는 말은 자제하고 일련의 행동과 이미지로만 제시하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아래의 5번째 스샷에서 나오는 복도에서의 웅크린 장면이나 위의 스샷에서 나오는 일련의 문의 이미지들이다.
즉 이 영화의 제목에서도 등장하는 문이라는 설정은 남자주인공의 내면에 놓인 하나의 경계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에게 있어 그 경계는 성과 속을 나누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그 경계가 아주 견고하지는 않은지라 문을 달아놓게 되는 것이다. 문이라고 하는 것은 공간을 가로지는 경계에 놓이게 되면서 나뉜 공간을 연결시켜주는 통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건 이 통로로서의 문은 철저하게 자신만 이용가능한 것이라는 점이다. 자신은 자유롭게 속의 영역으로 넘어가 창녀와 관계를 즐길수도 있지만 자신과 결혼할 예정인 여성은 결단코 이 문을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사고관의 핵심이다. 그런데 자신이 성스럽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연인이 알고보니 이 문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갈등이 생겨나는 것이다. 한편으론 사랑하는 연인이면서 또 한편으론 자신의 어줍잖은 가치관과 충돌을 일으키는 존재가 되버린 것이다.
결국 그는 그녀를 용서하고 어쨌거나 결혼은 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게 된다. 그런데 사실 그녀는 그 문을 자의로 넘나든것이 아닌 범죄의 피해자일 뿐이다. 즉 그 사건은 용서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를 하겠다는 식의 사고관이 나오는 것은 자신이 마치 카톨릭에서의 예수와 같은 입장에 놓아 자신을 성의 영역에 놓고 속의 영역인 그녀를 봐주겠다는 것이다. 마치 자신은 예수이고 그녀는 막달리아라는 식의 사고관이라고나 할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관을 내보인 그는 그녀에게서 차이게 된다.
한편으로 젠더정치학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극중 주인공 남성이 보여주는 일련의 태도는 다른 방향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그가 보여주는 일련의 태도는 자신의 남성성의 확인과 과거부터 내려오는 여성성에 대한 보수적 편견에서 비롯되는 현상인데 이러한 보수적 편견은 카톨릭이라는 하나의 장치와 결합되면서 더욱 부각되게 된다. 사실 카톨릭이 가지는 성에 대한 보수성이야 말할 것도 없는 것이고 성녀와 창녀라는 여성을 향한 이분법적 구분 역시 기독교적 사고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니 말이다.
마무리
상당히 재미있는 작품이다. 첫번째 극장용 장편영화에서 이정도의 깊이를 담아낸다는 것이 실로 놀랍다고나 할까.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영화는 매우 구하기 어렵지만 잘 찾아보면 있기는 있다. 이 영화의 주연은 하비 케이텔이 맡게 되는데 그의 젊은 시절의 모습도 볼만한 구경거리이다. 다만 경우에 따라선 상당히 지겹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플롯 구조의 문제인데 전개가 너무 길고 갈등이후의 해결부분도 사실 미지근하다. 결국 길고 긴 전개와 미지근한 해결에서 지겨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아무래도 첫작품이다보니 이런 측면이 부각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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