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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나이트(1977), 연극와 현실의 경계 본문

영 화/70's 영화

오프닝 나이트(1977), 연극와 현실의 경계

유쾌한 인문학 2010. 7. 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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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사베츠(John Cassavetes)
1929년에 태어나 총 9개의 작품을 남긴채 1989년에 사망하게 되는 인물로써 미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독립영화감독이자 배우이며 닉 카사베츠 감독의 아버지이다.  미국인 감독이지만 헐리우드 시스템에 타협하지 않고 작품활동을 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처음엔 티비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였고 나중에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찍어본 첫작품인 그림자들(1959)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미국판 누벨바그라는 엄청난 환호와 더불어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이후 헐리웃과 손잡고 두개의 작품을 내놓게 되지만 헐리웃 시스템과 그는 적잖이 맞지 않았는지 최악의 졸작을 만들어내고 만다. 

결국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헐리웃을 떠나 독립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는데 주로 제작비는 대단히 인기있는 연기자로서의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나오는 그의 작품들은 가히 걸작들의 향연이 이루어지게 되는바 유럽에서는 거의 대가에 반열에 오르게 되고 그의 마지막 두 작품인 글로리아와 사랑의 행로는 베니스와 베를린 양쪽에서 모두 대상을 수여하는 기염을 토해내게 된다. 




오프닝 나이트(Opening Night)
이작품이 아마 존 카사베츠 감독의 7번째 작품인가?  그럴것이다.  존 카사베츠감독의 영화에는 그의 부인과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아무래도 감독이기 이전에 그들 스스로가 상당히 유명한 배우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로 여기선 심지어 카사베츠의 어머니와 장모까지 출연하게 되며, 이 작품에서 지나 롤랜즈의 호연이 아주 빛나 1978년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된다.  영화 자체도 아주 호흡이 길다.  끈적한 느낌.  왠만한 사람들은 영화를 보는거 자체가 고통스러울수도 있다.  워낙 빠르고 자극적인 편집에 익숙해져있다보니 이런 영화를 누가 볼려고 하겠는가?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름이 중요하니 잘 기억해야 한다.  안그럼 햇갈린다.  -  극중 여주인공은 아주 유명한 연극 배우(머틀)이다.  어느정도 나이가 든 배우이고 연극내에서도 자신의 나이와 비슷한 캐릭터(버지니아)를 연기하고 있다.  어느날 리허설을 마친후 집으로 돌아가는길에 자신의 광팬인 17세 여성인 낸시가 머틀에게 열광하다 그만 교통사고로 죽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그녀는 연극 캐릭터인 버지니아에게 뭔가 자신의 실제 모습이 심각하게 투영된다는 점이다.  그러다 급기야 죽은 젊은 여성이 환상으로 보이기에 이른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대본대로 이해하고 연기하라고 하지만 버틀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지게 되게 된다.

사실 그 버지니아라는 영화속 연극 캐릭터는 나이가 많은 여성으로 뒤늦게 사랑에 빠지고 싶지만 너무 시간은 늦어버린 그런 고통을 그려내는 캐릭터인데 머틀은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기 싫다고 해야 할까.  정확히 말하자면 연극 내의 자신과 현실에서의 자신이 거의 차이점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겪게되는 혼란상이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혼란상이라고 보기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지기에 단순하게 볼수도 없는 그런 성격의 것이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는 술을 먹고 무대에 올라 즉흥연기를 하게 되는데 아주 과장된 몸짓과 목소리로 일관하면서 버지니아가 아닌 머틀을 내보이게 된다.

영화속 주인공인 머틀은 남편도 없고 가족도 없고 애도 없는 아주 유명한 배우이다.  오직 자신의 연기만이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이는 들기 마련이고 나이가 든 그 시점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연극의 캐릭터가 왠지 모르게 자신을 얽맨다는 느낌?  인정하기 싫은 그런 현실.  연극을 만든 작가는 지속적으로 머틀에게 나이를 말해보라면서 있는그대로 대본 따라 캐릭터를 연기하기를 원하지만 그 캐릭터 자체가 자신과 동일시 되면서 그녀는 그것을 거부한채 조금씩 조금씩 대사를 바꾸는 행위를 하게 된다.   

번은 아예 대놓고 자신의 상대 역 배우에게 연기자 XXX라는 칭호를 연기 도중에 내뱉어버리면서 관객들에게 연극이라는 사실을 대놓고 까발려버리기도 하고, 뒤의 스탭에게 아예 대놓고 물건을 달라고 말을 걸기도 하며 연기도중 세트 밖으로 갑자기 나가버리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뭐라고 해야 할까?  연극속에 등장하는 다른 사람들은 정말 연기를 하는데 머틀은 정말 자기의 행동을 한다고나 할까.  연극이론으로 말하자면 소격효과라고 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한 관객의 반응은 거의 50대 50으로 볼 수 있다.

이영화에 등장하는 연극이라는 것은 대단히 독특한 양상으로 다가오게 된다.  일단 극중 연극의 제목은 '두번째 여자'로서 여성으로서 나이가 들면서 느끼게 되는 어떤 상실감을 표현하게 되고 그때 두번째 여자로서 자신이 서게 된다는 그런 내용이며, 이 연극하는 장면을 통해서 극중 여주인공인 머틀이 느끼는 감정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즉 영화 초반에 죽게 되는 그 17세의 여자 아이인 낸시가 머틀에게 있어 첫번째 여자로 다가온다면 현재의 자신은 두번째 여자가 되는 것이고 자신의 눈앞에서 그렇게 죽어간 17세의 여자아이가 마치 첫번째 여자로서의 자신의 삶이 죽어버린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연극에서 버지니아를 연기하는 머틀과 실제 현실에서 살아가는 머틀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게 된다.  

바로 이부분에서 이 영화의 아주 독특한 면모가 드러나게 된다.  이 영화는 크게 세가지 시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영화내에서 행해지는 가상의 가상인 연극.  둘째는 가상으로서의 영화.  셋째는 현실.  이 세가지의 관계가 대단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는 가상과 진짜의 어떤 경계선 위에서 느끼게 되는 혼란감이 주요 맥락인데 극중 머틀이 자신의 현실과 연극에서의 현실과 혼란감을 느껴 동일시를 한 것처럼 어떻게 보면 삶 자체가 가지는 허구성과 극의 관계에 대한 통찰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겠으며 이는 둘째와 셋째의 관계적 측면이다.  

그와 동시에 카사베츠 감독 자신이 스스로 가지고 있던 헐리웃 영화의 허구성에 대한 비판적 의식이 첫번째와 두번째의 관계적 측면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즉 가공된 플롯에 푹 빠져들어 멍때리며 이야기에 열광하게 되는 기존의 영화적 도식에서 벗어나 영화속의 연극을 통해서 관객과 극의 일정한 거리두기를 통해 지독한 현실의 제시 그리고 거리둠을 통한 그것의 인지와 이데올로기적 부조리함의 직시.  한마디로 말해 브헤리트의 이론을 영화내의 연극이라는 장치를 통해 기막히게 표현해냈다고 볼 수 있겠다.




마무리
존 카사베츠 감독의 핵심적 생각이 다들어가 있는 영화라고 칭할 수 있겠다.  좋은 영화란 영화를 보았을때 감독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수는 많지만 감독은 보이지 않는 그런 영화 감독들은 그냥 쓰레기를 양상해대는 무가치한 감독들이라고 볼 수 있겠다.  

존 카사베츠 감독의 영화를 가만히 보자면 정말 지독할 정도로 무겁고 끈적하다.  잔기술이 잔뜩 들어간 촬영기술 편집기술따위에는 관심도 없어 보인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독립영화만 찍어대니 돈이 없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는 오직 지독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줄 뿐이다.  사실 그의 작품 활동의 핵심은 헐리웃 영화와의 차별화에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뭐 말이 좋아 헐리웃 영화 비판이지 실상은 관객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즉 헐리웃이 만들어내는 가공의 이야기에 그대로 함몰되어 동일시를 이룬채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종속되어가는 수동적 관객성에 비판이 이면에 숨겨진 진정한 핵심이 된다.

이러한 수동적 관객성은 오직 극과의 거리두기만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고 그것을 영화적으로 행한 작품이 바로 오프닝 나이트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영화라는 것을 통해 그것이 가능할까? 라고 생각해본적도 많았는데 이 작품을 통해서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가능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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