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영 화/한국 영화 (27)
★ image or real
욕망은 그저 돌고 돌 뿐. 화투(花鬪), 꽃을 가지고 하는 싸움이라니? 이보다 낭만적인 말이 또 있을까? 하지만 화려한 화투장 뒤편엔 비수가 되어 꽂히는 싸늘함만이 가득하다. 영화 타짜는 이러한 화려한 싸늘함에 관한 이야기이다. 고니(조승우)는 우연히 화투판에 끼어들어 3년간 모은 자신의 돈과 이혼한 누나의 위자료를 전부 날려버린다. 단지 운이 없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모든 것을 잃어버린 현실이 너무나 비참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고니는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곳은 운이 지배하는 도박판이 아닌 기술과 구라가 함께 상존하는 타짜들의 세계였다. 정 마담(김혜수)의 말마따나 삶이란 정말 알 수가 없다. 하필 그날 고니는 박무봉이라는 타짜를 만났고 고니 누나는 남편한테서 위자료를 받아왔으니 우연..
우리 선희,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우리는 가끔 뜬금없이 거짓말을 할때가 있다. 어떤 질문을 받아 당황하여 할때도 있고 그 자리를 회피하기 위해서 그럴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내가 거짓말을 하는 이유조차 모른채 그냥하는 경우가 많다. 이성적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즉흥적 감정에 의해 나도 모르게 저질러버리는 것이다. 이는 상우(이민우 분)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선희(정유미 분)는 최교수(김상중 분)에게서 미국유학 추천서를 받기 위해 오랜만에 들린 학교에서 우연히 선배인 상우를 만난다. 상우는 최교수가 외국출장을 떠났다고 말하며 우리 잠깐 커피나 한잔 마시자고 말한다. 하지만 최교수는 학교 교정에서 햇볕을 쬐고 있던 참이다. 선희는 선배는 왜 거짓말하냐면서 사과하라고 다그..
변호인, 당신의 소중한 삶을 지켜드립니다.1980년대 부산. 상업 고등학교를 졸업한 송우석(송강호 분)은 독학으로 사법고시를 합격한 이후 판사까지 지낸 독보적 인물이다. 대전지법에서 판사를 하다 돈이나 많이 벌까 해서 부산으로 내려와 변호사를 개업한다. 하지만 그는 돈도 빽도 없는 고졸 변호사에 불과하다. 비빌 곳이 없던 송우석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부동산 등기 업무에 손을 댄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찌라시 명함을 만들어 길거리에서 돌리는 등 세간의 비웃음을 무시한채 최선을 다한 그는 결국 많은 돈을 번 인기 변호사가 된다. 그때 가난한 고시생 시절 돈이 없어 밥만 먹고 도망갔던 식당을 찾아가 주인 아줌마(김영애 분)에게 사죄하고 단골이 된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 아줌마의 아들 진우(임시완 분)가 국가..
하녀, 실존주의와 제2의 성어둠이 내린 번화가 그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노동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음식을 만드는 여성, 쓰레기 청소하는 여성, 전단지 뿌리는 여성 등 그 속에서 잘차려입은 한 여성이 옥상에 뛰어내려 자살을 감행한다. 그녀가 어떠한 삶을 살았는지 왜 자살을 감행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바닥에 그려진 페인트와 핏자욱만이 이곳에서 사람이 죽었다는걸 보여줄 뿐이다. 임상수 감독의 하녀는 이렇듯 수많은 여성들의 삶을 제시하면서 극을 시작한다. 사회 밑바닥을 살아가던 은이(전도연 분)는 최고의 상류층 집안에 가정부로 들어간다. 어쩌다 그곳에 들어간 것인지는 생략된채 면접을 보고 곧바로 최상류층의 집에서 하녀로 일하게 된다. 사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은 최고의 상류층 집안인 훈(이정..
유령1999년에 나온 한국형 잠수함 영화이다. 한국영화에서 잠수함이 등장한건 이영화가 최초인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진 않다. 아무튼 당시 이 영화는 망한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이 영화는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당시에도 너무 지나친 내셔널리즘의 부각으로 그다지 별로였었는데 다시보니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로 지나친 양상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잠수함과 이데올로기잠수함을 가지고 이데올로기를 그려내는 영화적 시도는 상당히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는 내셔널리즘으로 한일대립이 중심에 서게 된다. 물론 갈등요소는 함내에서만 이루어지지만 말이다. 잠수함이라는 장치를 가지고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것은 잠수함이라는 기계적 외피를 이용하여 자신을 둘러싼 바다와 완벽하..
도둑들최동훈 감독의 네번째 영화로 알고 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로 이어지는 작품들의 면면을 보면 어떤 스타일을 추구하는지 대충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사기꾼에서 타짜 그리고 도둑으로 이어지는 범죄 영화 시리즈는 그가 추구하는 오락 영화 세계를 잘 보여준다. 아무튼 앞선 영화들도 괜찮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중 최고의 성공을 거두게 된 이 작품은 아마 감독의 입장에서 굉장히 의미가 깊은 영화일 것이다. 제작이 최동훈 감독의 부인이다. 이 영화를 위해서 아예 회사를 새로 설립했을 정도로 애를 많이 썼고 이번에 대성공을 거두게 된 상황이다. 장르에 대해서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 도둑들은 흔히 오션스 일레븐 스타일로 널리 알려진 케이퍼 영화이다. 하이스트(heist) 영화라고도..
계몽사상어떤 사상이던 그 시대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즉 사상은 시대의 아들이 된다. 18~19세기는 계몽과 낭만의 시대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측면은 독일에서 약간 독특한 형식으로 드러나게 된다. 계몽이란 비이성적인 것의 배제를 말한다. 즉 미신이나 종교 그외 비합리적인 이해할 수 없는 관습따위의 배제를 뜻한다. 당시 독일은 주변 국가인 프랑스나 영국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낙후되고 봉건적인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도이치 사람들은 거대한 도이치 국가라는 것을 가진것이 얼마 되지 않는다. 즉 사회 전반이 이성 중심이 아닌 비합리성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독일의 위대한 철학자인 칸트나 헤겔 역시 이러한 계몽주의를 적극적으로 신봉하고 그에 따른 철학을 전개해 나간다. 결국 도이..
최근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독특한 현상이 하나 보이는데 사회 현상의 영화로의 적극적 차용이다. 대표적인 영화로 도가니 그리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는 일종의 영화와 사회와의 상호관련성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과거의 영화들이 이러한 상호관련성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예술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사회와 연관을 주고 받을 수 받게 없으니 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복적 텍스트나 사회구성원들의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영향에서 벗어나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현상 그 자체를 주제로서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도가니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국의 왜곡된 성문화 그리고 부러진 화살에서 보여지는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 등은 과거에는 영화내에서 곁들여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