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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화녀(1971), 근대화 내면의 남성과 여성의 욕망 본문

영 화/한국 영화

김기영 화녀(1971), 근대화 내면의 남성과 여성의 욕망

유쾌한 인문학 2010. 4. 28.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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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녀
김기영 감독이 하녀 이후에 동일한 내용으로 내놓게 되는 또다른 작품이다.  하녀 이후에 10년이라는 갭을 두고 다시금 똑같은 내용을 약간 보완하여 작품을 내놓게 되는바 그 10년이라는 세월이 살짝 느껴지는 것이 아주 흥미로운 영화이다.  가장 인상 깊은건 10년전만해도 가정부를 하녀라고 부르던 것이 10년후엔 식모라는 표현을 쓰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성 직업 소개소 같은 것이 등장하게 되는바 이 역시 새롭게 생겨난 시대적 변화 양상이라고 볼 수 있을듯하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는 하녀와 완벽하게 동일하다.  심지어 대사마저도 똑같이 재사용하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똑같은 내용이되 분명 세련미는 더해졌다.  하녀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플롯 자체가 약간 비통일적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녀에서는 쓸데 없는 군더더기가 통일성 없이 제시되는 경향이 조금 있으며 캐릭터들의 설정 자체도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작품은 그런 측면이 많이 보완되어서 나타나게 된다.  설득력도 높아지고 구성도 하녀에 비해선 매우 좋아지게 된다.  물론 현대극들에 비해선 여전히 불안한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 작품 역시 하녀 못지 않은 상당한 재미를 보장한다.  묘한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할까?  

필름에 대해서 조금 언급해보자면 완벽하게 유실된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내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는 방법은 프랑스 자막이 씌어진 필름으로 보아야 하는게 유일한 방법이다.  이 작품이 당시 칸 영화제에 출품되었기에 필름이 그곳에 보관되어있게 되고 그것을 다시 국내로 반입해온것으로 파악된다.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나마 가져온 필름도 몇 부분이 소실된 것으로 파악된다.  필름이 소실된것인지 원래 그렇게 편집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몇몇 숏에서 지나치게 생략되어버리는 경향이 있는걸 보아서 소실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하녀와의 차이점
하녀와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첫째로 경찰들이 적극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경찰의 등장은 외부와의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하녀는 철저하게 내부공간에서의 사건을 나열한채 외부와의 관계를 끊어버리게 되는바 그러한 내부와 외부의 단절을 통해서 근대가 가지고 있던 두 가치관의 충돌을 잘 표현하게 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극의 높은 사실성을 위해서 과감하게 외부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는 하녀 캐릭터에 대한 설득력이다.  하녀가 남편과 간통을 하게 되는 과정이 실로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오게 된다.  그외에도 하녀 캐릭터가 보여주는 표현력도 상당히 흥미롭다.  전작과 동일하게 이 작품에서도 아이들을 한명 죽이게 되는데 하녀에서는 다큰 남자아이를 죽였다면 이 작품에서는 갓난애기를 죽이게 된다.  사실 전작인 하녀에서도 갓난애기를 죽이는게 대칭적으로 더 큰 안정감을 주었을텐데 시대상황상 허용이 안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측면은 간통사건과 아이의 죽음 이후 보여주는 부인의 태도이다.  너무 쉽게 포기해버린다고 해야 할까.  이부분에 대해선 따로 언급해보겠다.

세번째는 자잘한 설정의 변화이다.  예컨대 하녀에 비해서 아이들의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사라지게 되고 남편의 직업은 똑같이 피아노를 치지만 단순한 선생에서 작곡가로 변하게 된다.  이 역시 가진다는 설정을 가지게 되지만 화녀에서는 이러한 설정이 가져오는 무게감이 대폭 감소하게 된다.  그리고 하녀에서는 부인이 재봉틀을 돌리게 되지만 화녀에서는 양계를 하게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건 여성이 홀로 양계를 한다는 점이다.  10년 사이에 여성에 대한 경제적 지위가 많이 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 화/김기영] - 김기영 하녀(1960), 한국의 근대성이 내포한 다양한 욕망




70년대의 두 상징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건 오프닝 장면이다.  처음에 시골에서 살아가던 두 처녀중 극중 윤여정이 연기하는 여성이 강간을 당하게 된다.  이에 그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죽이게 되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둘은 도시로 떠나게 된다.  시골과 관련된 부분은 오직 이장면만이 유일하게 제시되는데 유일한 장면이지만 그 인상이 매우 강렬하게 다가오게 된다.  비중은 작으되 그 강렬함으로 각인시켜버린다고나 할까.  이러한 강렬한 이미지로 제시되는 시골과 도시는 정확히 대비되는 두 공간으로 나타나게 된다.

7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보자면 사실 난 그 시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라 과연 어떠했을까?  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다.  뭐 그렇다고 해서 그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은 그 시절을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그들 역시 제대로 모르는건 매한가지이다.  어차피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면서 자기 위주로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뭐가됐든 70년대를 상징하는 딱 두가지를 들라고 한다면 경부고속도로와 전태일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이 두가지가 70년대의 대표적 상징으로 나타나게 되는 이유는 한강의 기적으로서의 경부고속도로와 그 이면에 숨겨진 노동자의 인권유린을 정확히 대비시켜 나타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도 은연중에 이러한 두가지 상징이 잘들어나게 된다.  영화에서는 31층짜리 건물에 대한 이야기가 몇번 나오게 된다.  시골을 떠나온 두 처녀는 31층 빌딩을 놓고 성공이라는 약속을 하게 되는 것이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31층이라고 하는걸 보니 63빌딩은 아직 건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중요한건 몇번에 걸쳐 언급되는 이 31층짜리 건물이 경부고속도로와 정확히 일치하는 측면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31층 건물은 당시 진행되던 도시화에 대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도시화에 대한 반대적 이미지로서 초반에 시골의 풍경을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시골에서 쫓겨나듯 나와 도시로 오게 된 과정도 흥미롭다.  사실 당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었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려왔다는 사실에만 주목할뿐 과연 그 당시 도시 외의 공간에서는 어떠한 가치관을 존재했으며 그 가치관 속에서 여성들의 삶은 어떠했던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찰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부분에 주목하여 시골에서는 여전히 억압당하고 피해자의 위치에 서있게 되는 여성으로서의 면모를 제시하게 된다.  강간이라는 설정을 통해서 말이다.  분명 극중 윤여정은 피해자이지만 억압당하는 여성이기에 되려 도시로 쫓기듯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는 것은 60~70년대 한국사회의 주된 모토인 근대화라는 측면 이면에 존재하는 가치관의 충돌적 양상이다.  사실 근대화라는것 자체가 따지고 보면 서구화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고 서구화는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양성평등에 기반하게 된다.  하지만 서구에서 이러한 것들의 도입과정에서 극심한 부작용이 발생하였듯이 우리나라에서도 압축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부작용과 과거부터 내려오는 뒤틀린 유교적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더욱 복합적인 양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근대화 내면의 남성과 여성의 욕망
이러한 가치관의 충돌적 양상은 영화에서는 다양하게 나타나게 된다.  극중에서는 등장하는 여성 직업 소개소의 존재를 통해 당대에 여성의 경제적 활동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작인 하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즉 여성들이 생산활동의 한 복판에 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론 극중 여성의 모습에서 과거적 가치관인 첩이나 남편에게 순종적인 양상, 남편의 명예의 중시 등이 나타나게 된다.  이 두지점에서 우리가 확인 할 수 있는 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치의 모순과 충돌적 양상은 여성에게 아주 억압적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억압성과 동시에 변화적 양상도 확인할 수 있는바 이는 부인과 하녀가 보여주는 태도에서 발견된다.  전작에 비해서 이 작품은 두 여인이 더욱 지독한 양상으로 등장하게 된다.  표현의 잔인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두 여성이 보여주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한편으론 대단히 순종적이면서 남편에게 목매는듯하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남편을 지배하려는듯한 양상과 서로가 서로를 향해 파놓는 함정들을 통해 여성성의 어떤 변화적 측면을 강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특히 전작인 하녀와 가장 큰 차이점을 드러내는 캐릭터는 바로 부인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캐릭터의 변화상은 지난 10년간의 변화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하지 않을까. 

결국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여성이 한편으론 순종적인 삶의 강요로 인해 이에 따르는듯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한편으론 자신의 욕망에 대단히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을 김기영 감독은 대단히 애로틱하게 표현한다.  특히 극중 윤여정이 연기한 하녀를 보면 이러한 측면은 더욱 강하게 다가오게 된다.  처음에는 주인집 아주머니에게 미안한듯한 모습을 보이다 낙태 이후 그녀를 대하는 집안 식구들의 태도에 화가나 갓난애기를 죽이고 되려 적극적으로 남편을 가지려고 달려들게 된다.  이러한 윤여정 캐릭터의 이중적인 모습이 바로 당대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근대성의 모순과 변화적 양상으로서의 욕망 그 자체를 정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의 입장에선 어떠할까?  자본주의의 극심한 유입으로 여성에게 경제적 능력을 요구함과 동시에 과거적 가치관에서 등장하는 순결과 순종적인 여성상에 대한 요구 그와 동시에 자유주의라는 사조의 유입으로 인해 남자들이 보여주는 방종에 가까운 성에 대한 탐닉.  이것들이 복합적으로 융합되어 남성에게 있어 근대적 가치관의 유입은 과거의 가치관의 장점과 근대적 가치관의 장점을 따와서 새로운 독특한 가치관을 형성하게 되는 주된 원인이 된다.  이러한 양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남궁원이 연기하는 극중 남편이다.  한편으론 가정을 중시하는듯 하면서 또 한편으론 여자를 거느리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에 대한 한탄 그리고 탐닉을 말이다.  

이때 형성된 남성의 새로운 독특한 가치관은 현대 한국사회에서 등장하게 되는 남성문화의 시초가 됨은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왜곡되고 뒤틀린 이상한 문화라는 것은 가치관들의 충돌에서 나타나는 변증법적 융화가 아닌 뒤틀린채로 남겨진 찌꺼기의 잔재에 다름아니다.  물론 최근에 들어서는 이러한 가치관 역시 변화하려는 양상을 조금씩 보여주곤 있지만 우리의 뇌리 곳곳에 박혀있는 저 찌꺼기들을 제거하는 것 역시 쉬운일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건 우리는 이렇듯 몇십년전에 남겨진 영화를 통해서 현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뒤틀린 문화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
이 작품도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솔직히 하녀보다는 못하다는 생각이다.  하녀는 플롯이 뭔가 약간 통일성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되긴하지만 그외에 하녀의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설정이나 공간의 상징성이라는 측면을 생각해본다면 하녀에게 기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김기영의 여자시리즈들은 하나의 전체적 통일성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지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화녀가 별로라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실제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작품 역시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재미도 상당하고 말이다.  이런 영화를 온전한 필름으로 볼 수 없는 것이 대단히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런 작품을 제대로 보관하지 못한채 소실되어 프랑스에서 역수입해와야 하는 상황 역시 우리 나라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치관의 뒤틀림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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