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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1999),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무존재 본문

영 화/한국 영화

유령(1999), 이데올로기와 개인의 무존재

유쾌한 인문학 2010. 6. 2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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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1999년에 나온 한국형 잠수함 영화이다.  한국영화에서 잠수함이 등장한건 이영화가 최초인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확하진 않다.  아무튼 당시 이 영화는 망한 것으로 기억된다.  사실 이 영화는 망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당시에도 너무 지나친 내셔널리즘의 부각으로 그다지 별로였었는데 다시보니 손발이 오그라들정도로 지나친 양상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거기다 연기가 너무 어색하다.  연기의 리얼리즘 문제는 시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수는 없다.  아무리 당대 최고의 연기라도 10년 20년이 지나면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유령은 그 정도가 좀 심한듯하다.  당시에 어땠던가?  기억이 잘 안나지만 10년만에 이렇게 강한 어색함이 느껴지는 영화도 그리 흔친 않다.  또 한가지 각본을 보니 봉준호 감독이 참여한 것이 눈에 띄인다.  




잠수함과 이데올로기
잠수함을 가지고 이데올로기를 그려내는 영화적 시도는 상당히 유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에서 드러나는 이데올로기는 내셔널리즘으로 한일대립이 중심에 서게 된다.  물론 갈등요소는 함내에서만 이루어지지만 말이다.  잠수함이라는 장치를 가지고 이데올로기를 표현하는 것은 잠수함이라는 기계적 외피를 이용하여 자신을 둘러싼 바다와 완벽하게 분리되어 그속에서 살아숨쉬는 완전한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섬과 같은 모습으로 드러내어 거대한 상징으로 표현하게 된다. 

인간의 삶을 설명하고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윤택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데올로기는 그 자체로서 인간을 구속하게 되고 그 구속성은 대단히 폐쇄적인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우리는 바다와 잠수함의 비유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잠수함 너머에 존재하는 바다 전체가 적대적인 이데올로기로 이루어져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바다는 그 어떤 성향도 나타내지 않는 텅빈 공간일뿐이다.  다만 인간이 그 텅빈 공간에서 하나의 공간을 창출해내 그 속에서 자신을 가둔채 살아가는 것에 다름아니다.  마치 잠수함처럼 말이다.

이러한 잠수함이라는 섬은 잠수함이 가지고 있는 외피라는 경계에서 발생하는 철저한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단순한 도식은 잠수함 내부의 사람들을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인간으로 길러내게 되고 그러한 길러진 인간들로 잠수함이 채워지면서 이데올로기 그 자체가 살아숨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진실은 잠수함 너머의 공간은 그냥 텅빈 공간일 뿐이다.  




존재치 않는 개인과 잠수함내의 갈등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개인의 무존재라는 측면이다.  유령의 승무원은 존재치 않는 사람들이다.  극중 주인공인 정우성도 미국과의 연합 훈련도중 갑자기 미쳐버린 함장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그를 살해하게 되어 사형을 언도받아 죽게 되는데 그런 그를 다시 살려내어 유령에 탑승시키게 된다.  모르긴 몰라도 다른 승무원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서 지워버린 후 유령에 탑승시켰을 것이다.  

아무튼 잠수함내의 지워져버린 개인이라는게 정말 재미있는 설정이다.  잠수함이라는 것이 외부와 격리된 하나의 이데올로기적 섬과 같은 존재라면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들은 어떠한 존재일까?  잠수함 내에 존재하는 인간이 그 잠수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이데올로기적 섬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그 섬이 제시하는 이데올로기에 철저하게 길들여지고 그것에 의해 가치관이 설정되게 된다.  

중요한건 그 정도성인데 보통 사회에서는 그 가치관의 지배를 받되 그 정도가 어느정도 완화되어 나타나게 되지만 극중 잠수함 내부의 승무원들은 그 정도가 극대화되어 나타나게 된다.  즉 일가치관에 완벽하게 지배되어 나타나게 되는바 이러한 일가치적 지배현상으로 인해 개인의 주체가 완벽하게 사라지는 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영화속에서는 승무원들의 무존재로서 표현되는 것이다.  

사실 이데올로기가 극대화되어 개인의 주체를 사라져버리게 하는 현상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중요한건 어떤 측면에서 그러한 것들이 부각되느냐 아니겠는가?  완벽하게 일가치관에 함몰된 인간형을 사회에서 확인하는 것은 어려운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비슷한 예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가지 경우를 찾아볼 수 있으니 2차대전 당시의 일본과 독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에 미친 집단이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는가를 잘보여준 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고 우리는 그 직접적 피해자이기에 더욱 크게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2차 대전 당시의 일본과 독일이라고 한들 모든 사람들이 미쳐 날뛴것은 아니다.  미친 이데올로기의 지배에 저항한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이러한 측면은 영화에서 잠수함 내의 갈등이라는 측면으로 표현된다.  이데올로기가 지향하는 광기에 미친 최민수와 합리적인 사고관을 가지고 있는 정우성의 대립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뭐 결론은 잠수함의 침몰로 이어지게 된다.  


마무리
아마 잠수함을 가지고 내셔널리즘을 표현한건 이 영화가 처음일 것이다.  사실 뭐 이데올로기를 그려내는 영화들은 미국과 소련의 양진영으로 대표되는 정도에서 한계점이 그어지는데 역시 한국이니깐 가능한걸까?  뭐가됐든 99년도에 이런 특이한 잠수함 장르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당시 기술력과 자금으로 이정도 표현해낸것만으로도 상당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장르영화들이 많이 좀 나와줬으면 좋겠는데 위험부담이 커서일까?  우리나라는 이런쪽으로는 시도가 자주 이루어지지 않으니 대단히 안타깝다.  하긴 뭐 우리나라에도 아주 발달한 장르영화가 한가지 있긴 하다.  조폭영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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