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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 집에서의 하룻밤(1969), 도덕 이야기와 moral의 문제 본문

영 화/프랑스 영화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1969), 도덕 이야기와 moral의 문제

유쾌한 인문학 2010. 2. 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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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Eric Rohmer)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중 한명으로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관찰하여 묘사하여 독특한 영화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의 영화의 특징이라면 대부분의 누벨바그 감독과 마찬가지로 제작비가 아예 안들었을것 같은 정도로 아주 간결한 구성을 보여주는바 주로 주변의 사물이나 자연을 이용하는 촬영기법이 돋보인다.

에릭 로메르는 아주 엄청난 다작을 행한 감독인데 그중에서도 눈에 띄이는 부분은 연작을 좋아했다는 점이다.  그는 도덕이야기 6부작, 계절이야기 4부작, 희극과 격언 6부작이라는 각 시리즈물을 기획하여 연작하게 된다.  각시리즈가 담고 있는 영화들의 특징은 기본 구성이 동일하다는 점이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상황에 적용시키는 방식이다.

이 작품은 도덕이야기에서 3번째 작품이고 69년도에 개봉한 영화이다.  그말의 의미는 프랑스 68혁명 바로 그 직후에 나온 영화라는 것이 된다.  하지만 영화 전반적으로 보았을때 그런 혁명의 양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작품에서 선보이는 중요한 포인트는 선택과 그 선택의 합리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내면의 외침이다.  본작품은 제5회 전미 비평가 협회 각복상, 뉴욕비평가협회 각본상을 수상하게 된다.  


도덕 이야기와 moral
작품속으로 들어가기전에 먼저 살펴봐야할 부분은 도덕이야기라는 부분에서 도덕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관해서이다.  프랑스어로 moral이라는 말은 흔히 생각하는 도덕이라는 말과는 다르다.  불어에서 모럴이란 인간 내부에서 벌어지는 내면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바 도덕이야기라는 시리즈를 바라볼때는 흔히 생각하는 도덕관념으로 작품을 바라보면 안되고 주요인물이 보여주는 내면의 사고흐름에 중점을 둬야 한다.  즉 도덕이야기 시리즈의 영화에서는 무언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것 같은 상황을 제시하고 그 상황에서 나타나는 선택과 그 선택속에서 나타나는 인물의 내면이 핵심이 된다.  결국 도덕이야기라는 시리즈의 제목은 중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Ma Nuit Chez Maud, My Night At Maud's)
인물은 크게 네명이 존재한다.  루이라는 사람과 그의 친구인 비달.  그리고 비달이 사랑하는 여자인 모드와 루이가 좋아하는 여성인 프랑수아즈이다.  등장인물은 네명이지만 핵심은 두 여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루이라는 사람이 보여주는 내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선 작품들과의 차이점이라면 앞선 작품은 나레이터의 나레이션이 인물의 내면을 말하는 식이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인물의 대사 그 자체를 통해 내면을 표현하게 된다. 

그리고 관객은 루이라는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을 보고 답답함을 넘어선 갑갑함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공감을 못한다는 것인데 이는 루이의 선택이 가지고 있는 주관성과 관객이 보유하고 있는 객관성의 충돌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또 한가지 특징을 더 들어보자면 에릭 로메르 영화의 전반적 특징인데 상황만 던져질뿐 사건은 발생하지 않는다.  어떤 상황이 제시되면 오직 대화만 주구장창 해대는 식이다. 

내용을 간단히 언급해보자면 루이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이다.  성당에서 프랑소아 라는 여성에게 반하게 되어 뒤를 밟는 등의 행위를 하다 우연히 친구인 비달을 만나게 된다.  14년만에 만난 비달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비달이 사랑하는 여성인 모드를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한다.  세명은 같이 만나게 되고 비달은 일찍 집에 가버리게 되고 모드는 루이를 대놓고 유혹하지만 루이는 손만잡고 자는 선택을 하게 된다. 

모드의 집에서 나온 그는 우연히 프랑수아즈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말을 걸며 다음에 점심이라도 같이 하자고 한다.  그날 오후 그는 다시 모드를 만나 산장에 놀러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에 대한 진한 애정표현을 하지만 그건 친구로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늘어놓게 되고 그날밤 다시 모드의 집으로 가게 되고 둘은 꽤나 잘맞는다는 사실을 서로 확인하지만 그는 뒤돌아서나오게 된다. 

모드의 집에서 나온후 그는 다시 프랑수아즈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게 되고 그는 다시 프랑수아즈의 집으로 초대받게 된다.  이런 저런 대화를 하고 그집에서 자게 되지만 역시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는다.  프랑수아즈가 루이를 유혹을 하지 않았음은 말할 것도 없다.  둘은 데이트를 즐기다 프랑수아즈는 충격적인 사실을 루이에게 말하게 된다.  즉 자신은 애인이 있었다는 얘기이고 그 애인은 유부남이라는 사실이다.  그말을 들은 루이가 하는 말은 자신도 사실 부정을 행했다고 하고 심지어 모드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거짓을 고하게 된다.  아무튼 그는 프랑수아즈와 결혼을 하게 되고 몇년이 지난후 아이도 한명 있는 상태이다.  루이 가족은 해변으로 놀러를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모드를 만나게 된다.  그곳에서 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바 프랑수아즈가 만났던 유부남이 모드의 전남편이라는 사실이다.


영화의 초반에 파스칼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떠한 자신의 생각을 놓고 A와 B라는 선택 가능성이 있을때 B의 실현가능성이 10%이고 A의 실현가능성이 90%라고 했을때 실현 가능성이 낮더라도 자신의 삶을 정당화시켜주는 B에 배팅을 하는것이 옳다는 얘기가 나온다.  B를 선택하면 그 자체로서 자신의 삶이 정당화되지만 만약 가능성의 퍼센테이지만 본채 A를 선택하였다가 B가 진실이 되어버린다면 자신의 삶은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영화속에서 루이는 다양한 선택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루이가 가지는 캐릭터는 뭐라고 할까.  정말 보통의 인간상 딱 그대로인것 같다.  카톨릭 신자이고 나름 카톨릭적인 어떤 도덕성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심각하게 금욕주의적(얀세니스트)이지는 않다.  따라서 파스칼에게 은근히 반대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파스칼에게 반대하기 위해서 그가 내세우는 논리는 상당히 궤변스럽다고나 할까.  간단히 말해 카톨릭이지만 지나치게 금욕적인 삶을 원하지도 않고 하지만 또 한편으론 도덕성을 지키면서 안정된 삶을 살고 싶기도 한 그런 내면의 복잡성을 드러내고 있다.  

루이는 모드와 잘 것인가 말 것인가 라는 선택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정당화시켜 줄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자기합리화 과정이 나타나게 된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루이의 내면이 순수하게 모드를 거부하는건 아니다.  미칠 듯이 원하고 있지만 다양한 합리화 과정을 통해 하나의 선택이 이루어지게 된다.  그는 분명 자신이 모드와 아주 잘맞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파스칼의 예를 들어보자면 실현가능성 90%의 A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삶의 정당성을 부여하기엔 이혼녀에 애까지 딸린 A보단 B의 선택지가 낫다고 판단하여 그녀를 선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루이에게 모드가 B의 선택지라면 프랑수아즈는 B의 선택지가 된다.  10%의 성공확률.  하지만 루이가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자신의 삶의 태도인 적절한 도덕적 삶과 정확히 매치된다.  결국 모드를 선택하기 위해 온갖 궤변을 늘어놓은 것이 다 이런 이유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프랑수아즈가 갑자기 충격적인 말을 해온다.  유부남을 만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생각해왔던 카톨릭적 도덕성과 거리가 먼 행위이다.  결국 그는 자신의 선택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을 고하게 된다.  자신도 모드와 섹스를 하였고 부정을 하였다고 말이다.  이때 그의 선택은 자신이 행한 급작스러운 거짓으로 인해 다시금 생명을 얻게 된다. 

아무튼 루이는 프랑수아즈와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가지게 된다.  몇년이 지난 후 바닷가에 놀러를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그는 모드를 만나게 된다.  이때 프랑수아즈가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자 그는 자신과 모드와의 관계때문에 그녀가 그런가보다 라고 생각을 하는 찰나에 깨닫게 된다.  "아..   그녀가 안절부절 못하는 이유는 자신과 모드때문이 아니라 그녀와 모드때문이구나.  프랑수아즈가 만났던 유부남은 모드의 남편이었구나."

이때 그는 다시금 선택의 순간에 돌입하게 된다.  원래는 사실 모드와 아무일도 없었다고 말할려고 했지만 그말을 하는 것을 포기 하게 된다.  이때 나타난 그의 선택은 두가지 의미를 가지게 된다.  만약 자신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했더라면 자신이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도덕성으로의 회복은 가능했을지언정 가정이 위태로워지게 된다.  결국 그는 모든 진실을 알았지만 자신을 여전히 부도덕성의 상태로 눈을 가린채 가정을 지키는 선택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알았지만 눈감아 버린 남자라고나 할까. 




마무리

정말 재미있는 영화이다.  아무런 사건도 생기지 않고 상황만 주어지지만 그 자체로 상당한 재미를 보장한다.  혹자는 주궁장창 말만하는 영화라고 지겨워할 수도 있겠지만 인물이 보여주는 내면이 대단히 흥미롭다.  한편으론 답답하면서 한편으론 대단히 공감된다고나 할까? 

루이는 자신이 설정한 자기 나름의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많은 논리를 펼치게 되고 그 논리가 궤변으로 변할때도 있게 된다.  하지만 그 원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그 원칙에 따라서 주어진 상황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선택은 항상 자신을 배신하게 된다.  그 배신앞에 당황해하며 나름의 궤변과 논리를 또 세우게 되고 다시금 선택이 이루어지고 뭐 그런식이다.  이러한 루이의 모습은 사실 우리의 그것과 크게 다를게 없다고 할 수 있다.  나 역시도 내 나름의 삶의 원칙을 가지고 있고 그것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지지만 항상 그 선택은 날 배신했고 그 배신에 난 나름의 논리와 궤변으로 눈을 가리게 된다.  극중의 루이와 다를바가 없다고나 할까?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저런게 아닐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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