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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 아래 있는 여자(1974), 여성이 느끼는 존재의 공허감 본문

영 화/70's 영화

영향 아래 있는 여자(1974), 여성이 느끼는 존재의 공허감

유쾌한 인문학 2010. 6. 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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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사베츠(John Cassavetes)
1929년에 태어나 총 9개의 작품을 남긴채 1989년에 사망하게 되는 인물로써 미국을 대표하는 뛰어난 독립영화감독이자 배우이며 닉 카사베츠 감독의 아버지이다.  미국인 감독이지만 헐리우드 시스템에 타협하지 않고 작품활동을 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처음엔 티비 배우로 활동을 시작하였고 나중에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찍어본 첫작품인 그림자들(1959)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하면서  미국판 누벨바그라는 엄청난 환호와 더불어 큰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이후 헐리웃과 손잡고 두개의 작품을 내놓게 되지만 헐리웃 시스템과 그는 적잖이 맞지 않았는지 최악의 졸작을 만들어내고 만다. 

결국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영화를 만드는 헐리웃을 떠나 독립영화감독으로서의 길을 걷게 되는데 주로 제작비는 대단히 인기있는 연기자로서의 자신이 벌어들인 돈으로 충당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 나오는 그의 작품들은 가히 걸작들의 향연이 이루어지게 되는바 유럽에서는 거의 대가에 반열에 오르게 되고 그의 마지막 두 작품인 글로리아와 사랑의 행로는 베니스와 베를린 양쪽에서 모두 대상을 수여하는 기염을 토해내게 된다. 




영향 아래 있는 여자(A Woman Under The Influence)
존 카사베츠 감독의 다섯번째 작품으로 카사베츠의 친구인 피터 포크(형사 콜롬보)와 자신의 아내인 지나 롤랜즈가 주연을 맡게 되며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어머니와 장모 그리고 극중 아들에는 자신의 아들인 닉 카사베츠까지 출연하여 극중 가족을 전원 자신의 가족으로 매꿔넣어 연기를 하게 한다.  작품을 보고 있자면 지나 롤랜즈의 연기력이 실로 놀랍다는 말밖에는 딱히 할말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데 결국 이 작품으로 지나 롤랜즈는 75년 골든 글로브 여우 주연상을 시상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다.

내용은 대단히 간단하다.  수도수리공인 남편과 가정주부인 아내 그리고 세명의 아이가 있는데 아내가 신경쇠약에 걸려있는 상태로서 지나치게 흥분하다가 갑자기 살짝 우울해지기도 하고 우울해있다가 갑자기 다시 또 급흥분하다 공격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때문에 결국 남편은 아내를 병원으로 요양을 보내게 되고 6개월뒤 그녀가 돌아오고 나서 끝나게 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부인 역할을 보고있자면 정말 감정이 극단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나치게 흥분하여 오바하다가 갑자기 막 화를 내고 그러다 좀 우울해지다 욕을 하는 등.  아이를 세명이나 낳은 어머니의 모습은 사실상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사실 남자인 그것도 총각인 내입장에서 저 마음을 백프로 이해하긴 대단히 힘들것 같지만 그래도 굳이 적어보자면 가정내에서의 자신의 부존재감에서 생기는 현상이 아닐련지.  젊은 시절에는 자기 나름의 꿈과 삶의 목표가 있었겠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세명이나 낳고 보니 자신의 존재감 자체가 사라져버리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남편과의 대화도 조금씩 부족해지니 더욱 증상은 심화된다.  이러한 측면은 영화의 극 초반에 전화씬에서 잘 드러나는데 극단적으로 시끄러운 남편의 작업환경에서의 전화 쇼트와 극히 고요한 집안에서의 부인의 전화 쇼트를 번갈아 제시하여 부인이 가지고 있는 내적 적막감을 잘 표현하게 된다.

자신의 존재감의 상실이 가져오는 문제점은 극단적인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속에서 나혼자 버려진듯한 느낌.  아무도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 지지해주지 않으리라는 생각.  이러한 생각은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끄려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고 이러한 일련의 행동들은 일종의 공격적 양상을 보이게 되니 결국 타인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측면은 영화의 곳곳에서 드러나게 된다.  남편의 친구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지나치게 오바하여 분위기를 망친다던지 아이들의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곳에서 도로 한가운데까지 나가는 위험한 행동을 하는등으로 말이다.

결국 자신은 끊임없이 타인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다른 한편으론 남편과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성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완전히 이해를 하지만 자신의 내면에 텅빈듯한 공허감을 이겨내지 못한채 지독한 외로움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존재의 무의미성이라는 것은 사실 이 시대의 많은 어머니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 아닐련지.




마무리
영화 자체는 큰 사건도 없고 큰 이야기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하나의 가족이 가지고 있는 위기를 잘 드러내고 그 위기의 중심에 서있는 부인.  그리고 그 부인이 느끼는 존재의 공허감과 그를 원인으로 한 분노와 고통, 절망 등이 은은하게 잘 들어난 작품이다. 

사실 영화라는 매체는 크게 상상계적, 상징계적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상상계적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어떤 것일까?  그건 마치 원하는건 다 이루어지는 예쁜 이야기.  부족할 것도 없고 딱히 결핍도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스토리를 통해 만족을 얻게 된다.  이는 자신이 회귀하고 싶은 욕망의 대리충족으로서 영화가 역할을 정확히 수행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하지만 세상이라는게 어디 그런가?  온갖 부조리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점철된 것이 실제 세상의 모습이고 이러한 실제 세상을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를 상징계적 영화라고 본다면 이러한 영화를 통해 비록 우리의 회귀적 욕망의 대리충족은 만족시킬 수 없을지언정 우리의 삶 그 자체를 객관적 입장에서 바라보아 많은 성찰을 이루게 해준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운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존 카사베츠 감독은 이런 류의 영화의 천재가 아닐련지.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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