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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잉(2009), 현대과학의 결정론과 자유의지 본문

영 화/00's 영화

노잉(2009), 현대과학의 결정론과 자유의지

유쾌한 인문학 2010. 5. 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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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잉(Knowing)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5번째 작품이다.  아이로봇의 대성공 이후 5년만에 내놓게 되는 신작인데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가서 영화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그가 들고나온 작품이 상당히 애매하다.  아주 독특한 재난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 재난영화로 시작하더니 점차 SF 스릴러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보면 유치하다고 할 수 있는 영화를 들고 나오게 됨으로써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리게 된다.  어떻게 보면 나이트 샤말란 같은 느낌도 강하게 받기도 한다.  사실 이영화를 향해 쏟아지는 비난은 나이트 샤말란이 받게 되는 비난과 비슷한 성격의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내용은 대단히 간단하다.  어느날 이상한 숫자들의 묶음을 발견한 니콜라스 케이지는 그 숫자들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즉 그 숫자들은 과거 발생한 사고들의 날짜와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었고 실제로 그 숫자들이 제시하는대로 사고들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게 된다.  이를 니콜라스 케이지는 막을려고 노력하지만 그는 이를 막을 수가 없다.  그러다 그 숫자의 마지막 부분에 집중을 하게 되는바 그 마지막이 제시하는 것은 인류의 멸망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그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니콜라스의 아들을 납치하려고 드는데 알고보니 그들은 외계인이었다.  이미 지구의 종말을 알고 있는 그들은 몇몇 인간들을 선별하여 구해낸 뒤 또 다른 지구와 같은 행성으로 그들을 데리고가 인류를 유지시킨다는 사고방식인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떠나고 인류는 멸망하게 된다.



Copyright (c) Summit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결정론과 자유의지
극중 주인공인 니콜라스 케이지가 영화 초반 수업시간에 하는 말이 인상 깊다.  위의 스샷중 세번째 장면이 바로 그 씬인데 천체물리학자인 수업시간 도중에 존재에 대한 두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수업을 하게 된다.  첫번째는 모든 존재는 그 존재의 목적이 정해져있다는 결정론적 사고관이다.  이는 과거의 결과가 미래의 원인이 되며 이 세상의 모든 사건은 이미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때에 이루어지게 되어 있었다는 이론이다.  결정론에 따르면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운동은 이미 그 전부터 결정되어 있으며, 어떤 법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관은 양자역학의 발달에 의해서 약간 변화가 생겨나게 된다.  이른바 결정론에 대한 의문이며 이는 확률론적 결정론이라는 사고관으로 나아가게 된다.  초기 아인슈타인은 대표적인 결정론자로서 그가 남긴 유명한 말인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라는 말에서 그런 사고관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아주 싫어하게 된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의 향연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이성적으로만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측면을 영화에서 니콜라스 케이즈는 학생들에게 존재에게 있어 의미나 목적은 없다는 식으로 강의하게 된다.  우리로선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한 총체적 복잡성이라는 시스템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은 화학작용과 생물학적 작용의 산물일뿐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러한 초반의 강의 내용은 그 이후 니콜라스가 발견하게 되는 숫자들의 나열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게 된다.  그 숫자들의 나열을 분석해보니 과거부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부다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인간의 생명을 놓고 말이다. 

이렇듯 영화는 작정하고 모든 것은 정해져있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라는 전제를 깔아놓은채 그것을 하나하나 진행시켜 나간다.  정해진대로 비행기는 추락하고 정해진대로 지하철도 탈선한다.  그리고 그 정해짐의 마지막에는 인류 멸망이 예고되어 있으며 현대 과학은 그것의 증거로 태양의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하게 된다.  이 얼마나 무서운 사고관인가?  자신도 모르게 이미 나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니.  정말 두려운 사고관이다.  아무튼 극중에서 모두가 죽고 만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이후에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행보가 상당히 흥미롭다. 

살아보겠다며 동굴로 들어가려고 하는 여자주인공과 그런 행위는 별 의미 없다면서 숫자가 가리키는 마지막 장소로 가보자고 말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에 이르기까지.  여기에 혼란이 가중되자 인간들이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전반적 행동 양상도 흥미롭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존재의 무의미함을 못이겨내 극단적인 폭력적 양상을 보여주는 사람들에서부터 마지막을 가족과 함께 조용히 보내려는 사람들까지.  모든 것이 결정된 상황에서 나타나게 되는 인간의 자유의지가 매우 흥미롭다고나 할까?  사실 결정론의 입장에서도 자유의지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게 된다.  자유의지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마저도 결정되어있다는 사고방식과 모든 것이 결정되어있더라도 그 안에서의 자유의지는 존재한다는 의견으로 말이다.  

사실 자유의지가 정말 존재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해서 현대과학은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맥이 닿아있는 연구분야가 바로 진화심리학이다.  암튼 그래도 사고를 전개시켜보자면 멸망이 결정된 상황에서도 분명 우리에게는 주어진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극단적 허무의 상황에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양상은 크게 두가지라는 점이다.  허무 자체에 함몰되어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는 양상과 허무 그 자체를 초월하여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양상으로 나뉘게 된다.  이러한 양상을 나뉘어 다양하게 제시하는 이유는 감독이 결정론적 사고관에 이어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는 인간형을 지지한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극중 니콜라스 케이지는 허무의 상황에서 이를 이겨내어 끝내 자식들은 살려내니 말이다. 


Copyright (c) Summit Entertainment. All rights reserved.


마무리
사실 이 영화를 보기전만해도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이 이렇듯 지독한 결정론자인지 몰랐었고 그런 생각조차 해본적 없었다.  나는 앞선 영화들인 다크시티에서는 정신분석을 통해서 영화를 바라보았었고 아이로봇에서는 인공생명과 관련된 현대과학 이론을 통해서 영화를 바라보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정말 작정하고 드러내버리는 결정론적 사고관을 바라보면서 앞선 작품들도 역시 같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다크시티가 가지고 있는 이미 어떻게 할 수 없는 외계인에 의해 정해져버린 것이라는 결론과 아이로봇이 던져주고 있는 로봇이 자유의지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결론은 노잉이 던져주고 있는 결론과 동일한 것이라고 바라볼 수 있다.  결국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도 하나의 주제로 모든 작품들을 풀어낼 수 있는 감독이라는 결론이 내려지게 된다.  아무튼 참 재미있는 영화이다.  온갖 장르들을 잡탕으로 섞어내면서 감독 자신이 가지고 있던 사고관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버린다.  그러면서 영화 자체가 상당히 재미가 있다.  아무래도 재난영화가 섞인 외계인 SF영화이니 어찌 재미가 없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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