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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2008), 가상의 레슬링과 실제적 상처 본문

영 화/00's 영화

더 레슬러(2008), 가상의 레슬링과 실제적 상처

유쾌한 인문학 2010. 8. 2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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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레슬러(The Wrestler)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4번째 영화이다.  이 감독도 유심히 보면 상당히 소작을 하는 감독임을 알 수 있다.  소작을 하는 것에 비하여 작품들의 질적 수준이 상당하다.  특히 이 영화같은 경우는 대런 감독에게 큰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일단 베니스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게 되고 그 외 다양한 수상을 자랑하게 되는 작품이다.  아카데미에서도 받아을까 싶어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후보에도 못오르게 된 작품이다.  주인공이 미키 루크라는 배우인데 난 이사람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바가 없다.  사실 난 이런 작품이 존재하는 것도 처음 알았다.  대런 감독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차기 작품이 블랙 스완이라는 발레 영화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관심을 가지고 영화를 찾아보았는데 "천년을 흐르는 사랑"만 보았을뿐 그외 작품들은 전부 처음보는 것들이다.  별 생각 없이 첫작품으로 선택한 것이 레슬러인데 정말 이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 아닌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숨도 못쉴정도의 흡입력이다. 




가상의 레슬링과 실제적 상처
미국의 프로 레슬러와 스트립 댄서라는 직업 선택이 가히 압권이라고 생각된다.  다들 알다시피 미국의 프로 레슬링은 전부다 짜고 치는 그런 성격의 것이다.  즉 두명의 선수가 기술을 연마한 이후 서로가 가지는 믿음에서 비롯된 적절한 연기가 행해질때 가장 완벽한 무대가 펼쳐지게 된다.  결국 레슬링 무대 자체가 허구의 가상의 것이라는 점이다.  중요한건 무대 자체는 가상인데 그 안에서 행위하는 레슬러들이 느끼는 고통은 진짜라는 점이고 바로 이부분에서 이 영화의 핵심이 도출된다. 

80년대에 최고의 레슬링 선수로서의 삶을 보낸 주인공은 지금은 늙다리 레슬러일뿐이다.  물론 여전히 인기 많고 무대에 오를 수도 있지만 몸은 점점 망가지고 딱히 가진 것도 하나 없는 그런 빈곤한 서민일뿐이다.  근근히 경기를 하고 평일엔 마트에서 일하며 살아가지만 그의 심장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결국 그는 은퇴를 결심하게 된다.  문제는 은퇴를 결심하고 모든 사람들이 환호하던 그 가상의 링에서 내려오니 지독한 현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좋아하는 스트립 댄서 여성과 자신의 딸과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싶지만 링위에서 상처입은 자신의 몸과 같이 이 모든 관계들이 자기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 딸과의 관계는 가히 회복 불능의 상태에 놓여있어 딸이 마치 자신을 벌레보듯 쳐다보고 있는 형국이다.  겉보기엔 멀쩡해보이는 학생처럼 보일지라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립 댄서는 어떠한가?  그녀도 주인공에게 호감은 가지고 있지만 손님과는 일정한 관계를 맺지 않는다는 원칙 앞에서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이다.  그녀도 나름대로 상처가 많은 인물로서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힘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즉 겉보기에는 나체로 춤이나 추는 여성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9살짜리 아이의 어머니로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사라는 것이 대단히 희극적이면서 가짜같은 면이 많이 존재한다.  이말을 단번에 이해하시는 분도 계실테고 쉽게 와닿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간단한 예를 들어 한라산 사진을 본다고 해보자.  그 한라산 사진은 정말 아름답고 멋지게 찍혀있을 것이다.  정말 최고의 순간과 위치를 선택하여 촬영을 할테니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한라산에 직접 가면 그 사진과 같은 모습을 본다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라산을 보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을 못보는 사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른바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같은 현상이다. 

인간사 희극이라는 것도 이런 측면이 정확히 반영된 말이다.  겉으로는 듣기 좋은 온갖 포장지들로 둘러쌓여 나타나게 되지만 한꺼풀 살짝 벗겨보면 프로 레슬링과 다를바 하나 없다.  대단히 허구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껍데기는 허구적일지라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은 진실인 것이고 그 속에서 정작 상처받는건 인간 그 자신이 된다.  그리고 인간이 그 허구적인 세상에서 마저 쫓겨나게 되었을때 모든 상처들은 지독하게 현실화되어 한번에 다가오게 된다.  그 시점에선 자신의 존재 자체도 허구적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느낌과 감정은 누구라도 한번쯤은 경험해보았을 것이고 중장년층들은 저런 현상이 더욱 크게 다가오지 않을까 생각된다.  은퇴를 앞둔 아버지들이 흔히 느끼는 자신의 존재의 무의미성 같은것 말이다.  영화속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서 자신을 느끼게 된 주인공은 결국 다시 레슬링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신의 심장에 무리가 있더라도 최소한 존재하지 않는 자신보단 죽더라도 존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돌아간 그를 두고 마지막 열정이니 뭐니 하는것도 참 우스운 일이다. 

과연 그가 자신의 딸과 좋아했던 스트립 댄서와의 관계가 잘 풀려나갔다면 돌아갔을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돌아갈 하등의 이유가 없다.  상처입은 자신의 허구성을 사랑하는 이들이 매꿔줄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고 결국 레슬링장에서 자신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게 된다.  바로 그 가상의 링에서 말이다.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마무리
난 이런 영화가 좋다.  가식적이고 허구적인 영화들 보단 정말 지독할 정도로 현실을 직접적으로 제시해버리는 영화들에서 되려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걸 보면 왠지 힘이 난다고 할까?  허구적인 이야기는 보고나면 허탈하지만 대단히 현실적인 영화는 보고나면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비록 그 내용이 지독하게 슬프더라도 말이다.  다음 영화에 가면 단돈 이천원에 다운받아 볼 수 있으니 꼭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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