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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문/인 문

재개발 경험해보셨나요?

유쾌한 인문학 2009. 8. 16.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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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시스사에서 나온 심시티라는 게임이 있다.   자신이 시장이 되어 도시를 운영하고 도시를 발전시켜나가는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게임 중 하나이다.  

게임을 진행하는 유저는 자신의 도시가 아름다워지길 바란다.  부촌만 많았으면 하고 첨단 과학산업단지만 들어서기를 바라지만 이는 게임에서도 쉽지 않은 문제이며 과격하게 밀어붙이면 심각한 시위에 봉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게임은 게임인지라 해결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을 철거키를 누른 채 쭈우욱 드래그 하여 다 부셔버리고 환경을 정비하고 시간을 빠르게 돌려 부유층을 들어오게 하여 도시를 이쁘게 만든다.   이명박식 속도전 해결방식이다.




직접 경험해본 재개발

본인은 부산에서 살고 있다.  요즘 재개발로 정말 말들이 많지만 거기에서 나도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우리집이 바로 재개발 예정지구이다.

부산 XX구 일대엔 근10년동안 재개발 사업이 엄청나다.  특히 내가 사는 곳은 주택자체도 20년이 넘은 노후화된 집들이 많으며 부산의 모든 지역이 그렇듯 지대도 심하게 높고 난개발이라 골목길이 너무 좁고 복잡해 외부인은 해매기 일쑤인 곳이다.



사라져간 내 기억들

재개발은 기억을 없앤다.  이미 본인의 첫키스의 추억 어린 장소는 재개발의 이름하에 사라졌다.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으며 그곳엔 단지 높디 높은 아파트만이 내 기억을 대신해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내가 사는 지역의 재개발은 꽤 넓은 범위로 이루어지기에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나면 우리집의 위치가 어느쯤이었는지도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 다망구, 고무치기, 매뚜기 잡기 등 여러가지 놀이를 하던 기억들도 사라질 것며 아버지와 함께 우리가 살던 집을 망치로 고치고 수정하고 하던 모든 기억들이 사라질 것이다. 




끝도 없는 분쟁들

사실 내 기억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여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이 동네 역시 토박이가 많다.  떠나는 사람은 많지만 유입되는 사람은 없다.  애기 울음소리는 사라진지 오래이며 나 역시도 재개발 여부와 무관하게 이제 올해 안으로 이곳을 떠나게 될 예정이니 말이다.  우리 어머니 역시 이동네에서 40여년을 살아온 토박이 중에 토박이다.  모르는 사람이 없고 모두와 친하게 지냈다.  그런 어머니에게 재개발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한가지 변화가 생겼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조합측과 조합측에 반대하는 무리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고소 고발 재판은 끝도없이 이어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난다.  초반엔 그림이라도 그려지던데 이젠 무엇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난장판이 되었다.  그리고 서로가 우리 어머니를 끌어들이려고 허구헌날 찾아오는 싸움이 시작됐었다.  동네는 크게 두패로 나눠졌다.  조합측과 반대측.   우리집은 어느측에 서야 하는 것일까???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사람들

재개발이 이루어지면 돈이 없어서 떠나야 한다는 것은 서울에서나 그리고 세입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인줄 알았다.  실제로 언론 역시 세입자들 그리고 서울에서 이루어지는 재개발에 한정하여 기사를 쓰니 말이다.  하지만 직접 경험을 해보면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집은 그리 못사는 집이 아니다.  


하지만 우린 여기에 들어설 아파트에서 살 수가 없다.  사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우리 식구들은 아파트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게 정확한 정답이겠지만 웃돈을 1억원 가까이 투자할 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집이 이정도라면 다른 집들의 사정은 어떠하겠는가??   전부 다 떠나야 할 것이다.  내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우리보다 못살면 못살았지 잘사는 집은 흔치않다.  어디로 가야 하나??  어딜 가던 부산도 재개발 열풍이다.  조금만 오래됐다 싶으면 재개발 얘기가 오가고 있으며 그곳에서도 안정을 찾긴 힘들 것이다.


더욱이 세입자들의 삶은 더욱 고달플 것이다.  이들 세입자들은 다들 어디로 떠날지 의문이다.  특히 이런 세입자들의 절대 다수가 노인들이라는 점이다.  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이들이 과연 어디로 내몰릴지 상상도 못하겠다.


그렇다면 이분들이 저위에서 말한 반대파측에 속하는가?  아니다.  이들은 저들의 힘싸움엔 끼지도 못하는 약자중의 약자일 뿐이다.  그 어떤 발언권도 없으며 망루에 오를 힘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다.   망루에 오르는 것도 어느 정도 되는 지역에서나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것도 안되는 지역은 망루조차도 세워지지 않는다.





심시티 공화국
이 나라의 위정자들은 대한민국을 자신들의 심시티 놀이판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경쟁력이라는 이름하에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모를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판의 거한 심시티 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서울, 세계 속의 서울을 위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과감하게 철거키를 눌러 쭉우욱 당겨 다 부셔버린다.  그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중요치 않다.  
비싼 아파트와 이쁜 공원들을 마구 세워 겉보기의 찬란함을 유도한다.  오세훈 시장이 외치는 디자인 서울은 이런 식으로 완성되고 있는 것이다.  

심시티게임을 하다 강이나 바다가 만들고 싶으면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파면된다.  삽자루 버튼을 클릭한채 강길을 내고 싶은 부분을 누르고 있으면 강이 만들어진다.  물론 게임내에서도 비용은 엄청나다.  하지만 역시 대부분 유저들은 이런 삽질은 하지 않는다.  애초에 강이 있는 맵에서 시작을 하는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맨땅에 강을 만드는 그 비용이라는게 정말 엄청난데다가 억지로 강을 만들어봐야 별로 효용도 없는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심시티 게임을 열심히 해보신분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실거라 생각한다.



종부세 강남과 재개발 철거민 너무나도 닮은 너무 다른 그들
지난 종부세로 인해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던 종부세 대상 강남 지역의 주민들이 생각난다.   핵심은 똑같다.  세금폭탄으로 내가 왜 평생 살아온 정든 곳을 떠나야 하냐고 외치던 강남주민과 쥐꼬리만한 보상금만 쥐어준 채 나가라 하여 내가 왜 평생 살아온 정든 곳을 이 돈 받고 떠나야 하느냐고 외치는 재개발 철거민이 도대체 뭐가 다른가??

그들이 외치는 처지는 같았지만 대한민국이 그들에게 보인 모습은 너무나 달랐다.   이쁘고 아름다운 디자인적인 강남구역에서 살던 주민들은 정부의 비호아래 엄청난 비난을 무릎쓰고도 지켜주었지만, 더럽고 극히 반디자인적인 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아름다운 서울 세계속의 서울이라는 구호아래 철저하게 버림받았다.

마치 게임하듯이.  철거키 누른채..  주우우욱 드래그...  



현대판 체인지링 용산
체인지링이라는 영화를 보면 아이를 잃어버린 어머니에게 다른 아이를 데려다주곤 그 아이가 진짜 그녀의 아이라고 우긴다.  그녀는 절대 아니라고 외치지만 경찰, 언론 모든 주요 권력들이 그녀가 미쳤다고 하며 그녀를 몰아세운다.  

바로 
피해자가 가해자 또는 이상한 사람으로 되어버리는 현실이다.  체인지링에서의 경찰과 언론이 대한민국경찰과 조중동과 다른게 무엇인가??   수억 원을 투자해 만든 가게에 대한 보상은 단돈 이천여만원 정도  이 돈을 주고 나가라한 사실은 외면한 채 용역깡패들이 설치고 다닌 사실은 철저히 외면한 채 그들이 살기 위해 올라간 그 망루위에서의 폭력만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외치고 있다.  

괴벨스가 뭐라 했던가??   거짓을 말하면 처음엔 대중은 믿지 않으나 지속적으로 외치면 결국엔 믿는다 하였다.  이게 그 꼴이 아니면 무엇인가??   또 그는 뭐라 했던가??   자신에게 단 한 줄만 주면 어떤 사람도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망루위에서의 폭력 이 한 줄만으로 그들은 철저하게 이 사회의 사회악이 되어버렸다.  괴벨스와 대한민국이 도대체 뭐가 다른가??

그들을 망루위로 올려 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적 모순과 용역깡패와의 인과관계는 안중에도 없이   "폭력"  "화염병"  "경제위기의 발목을 잡는자들" 이라는 세가지 용어로 그들을 간단히 일반화 규정하고 담론을 확대 재생산하여 이 사회 전체를 선동질 하는 이 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곳에 인간은 없었다
다들 알다시피 이천만원가지고 서울시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그 돈으로는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부산에서도 제대로 된 전셋방도 얻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천박한 자본주의는 그런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서울시 전체를 뉴타운이라는 미명하에 재개발 광풍에 몰아넣은 채 그 속에 살아있는 인간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다.  이곳에서 밀려나 다른곳으로 가도 그곳은 또 재개발 구역이다.   언젠가 그곳에서 밀려나 다른 곳으로 가면 그곳 또한 재개발 구역이다.  

쓸데 없이 운하 팔돈으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을 마련해주면 안될까??  그돈이 그렇게 아까운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이 어떻게 공동체를 유지한다는 건가??   위정자들에게 그리고 이땅의 상류층은 알아야 할 것이다.  당신들의 고상한 삶은 누군가가 똥을 치우고 쓰레기를 치워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면 국가와 이 사회를 같이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다면 그 다음에 뭐가 기다리겠는가?  그때도 당신들의 고상한 삶이 유지될꺼라 여겨지는가??

세계 속의 서울을 위해 지방을 식민지화 하다 못해 이젠 그 속에 살아가는 서민들마저 노예로 삼으려는 한국식 천민자본주의는 속도전이라는 미명아래 그 천박함이 정말로 점입가경이다.  하긴 이사회 전체가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누가 누굴 원망하겠는가??   나 역시도 이 사회의 자식인 것을...   이 사회를 만든 것은 바로 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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