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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휘파람을 불고 싶다(2009), 담장너머 안과 바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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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휘파람을 불고 싶다(2009), 담장너머 안과 바깥

유쾌한 인문학 2010. 10. 12.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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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불고 싶다(If I Want To Whistle, I Whistle)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품이다.  루마니아 영화인데 아주 독특한 작품이다.  감독은 플로린 세르반.  이작품은 감독의 첫번째 영화가 된다. 
수상이력이 인상 깊은데 베르린 영화제 은곰상과 알프레드바우어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실 루마니아 사람의 영화라는 것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은곰까지 받았다고 한데다 시놉시스도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을 품고 있는 작품이었다.  하다못해 포스터만 봐도 얼마나 강렬한가?  하지만 막상 보고난 이시점에서 아주 짧은 감상평을 적어보라면 이제껏 본 영화중에 가장 어이 없는 인질극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영화 자체도 정말 희안한데 일단 음악이 없다.  영화 진행 도중 그 어떤 임의적으로 삽입된 음악도 존재하지 않는다.  또 한가지 특징이라면 숏을 짜르지 않는다.  정말 한도 끝도 없이 쭉쭉 한숏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타르코프스키 특유의 미학을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막찍은 느낌?  하여튼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영상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내용을 간단히 언급해보겠다.  소년원같은 곳에서 모든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곳에 수감된 실비우라는 남자가 주인공이다.  출소하기 5일정도를 앞둔 상황인데 갑자기 동생이 면회를 온다.  이유인즉슨 오랫동안 자신들을 버린 어머니가 갑자기 나타나 동생을 데려갈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실비우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출소는 5일 남았는데 동생을 빼앗기기 일보진적이니 말이다.  실비우가 이렇게 불안해 하는 이유는 어머니의 성격때문인데 새로운 남자가 생기면 자식을 내팽겨치고 그 남자가 떠나면 다시 외로워서 자식을 찾고 이런 패턴을 계속 반복하였었고 이에 실비우가 망가져버린 것이다.  그렇기에 실비우는 동생을 거의 혼자서 키우다시피 했고 자신의 고통을 동생에게 물려줄 수 없기에 안절부절 못하게 되는 것이다.

5일밖에 안남았는데 바로 떠날듯이 달려드는 어머니를 두고 실비우는 조급해진다.  감방동료를 통해 전화를 해보기도 하고 소장에게 잠시 외박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하지만 역시 무시당한다.  설상가상으로 소년원내에 동료 제소자가 함부로 물의를 일으킬 수 없는 실비우의 입장을 이용하여 그를 괴롭히기에 이른다.  상황이 이쯤되자 실비우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바 자신을 상담하던 여성을 인질로 잡고 어머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어머니를 불러와 데려가지 않기로 다짐받고 납치한 여성과 어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그뒤 스스로 사로 잡히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담장 너머 안과 바깥
영화 상영 당시 많은 관람객들이 상당히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나가던 영화가 갑자기 인질극에서부터 엽기 블랙코미디로 흐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질극을 생각하시면 안된다.  대단히 비합리적인 어처구니 없는 인질극이 벌어지게 된다.  상상을 해보시라.  인질극 상황에서 어머니를 불러 들여보내라고 난리치고 갑자기 차를 타고 커피를 마시러 가는 등 인질극부터 영화는 급작스럽게 블랙코미디로 전환하게 된다.  이러한 전환을 통해 영화는 크게 봐서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즉 전반과 후반의 어떤 관계적 측면을 유심히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일단 영화 전체를 보자면 철저하게 감옥내에서 이루어지게 된다.  이 감옥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감옥이 아니다.  철창만 쳐놓은채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감옥이다.  감방에 하루종일 갇혀야할 필요도 없고 부과된 역만 행하면 철조망 안에서는 자유로운 외부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감옥 형태는 기존의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형태인데 이러한 특이한 형태의 감옥구조로 인해서 인간을 둘러싼 공간 자체를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게 조금 확장시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다. 

실비우의 입장에서는 출소 5일 남은 상황이다.  몇일만 더있으면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이제 정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며 꿈꾸고 있는 상황인데 너무나도 작은 어떤 일이 툭 던져지듯 다가오게 된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거 아닌 일일수도 있다.  그러한 별거 아닌 일을 집어던지는 인물이 가족 그중에서도 어머니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렇게 던져진 일은 자잘한 일들과 만나면서 조금씩 실비우의 안에서 확대되어 들어간다.  실비우 바깥에서 바라본다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실비우의 안에서는 점차 커져나가는 병증같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실비우는 감옥으로 실비우의 외부는 감옥 바깥으로 연결되는 포착점이 발견된다.

실비우 안에서 점점 커져나가는 병증은 5일 뒤면 다가올 출소로 인한 안과 바깥의 역전을 점차 불가능하게 만들어간다.  그여져있는 선을 넘어 안과 바깥이 뒤집힐때 즉 바깥에 선채 되려 안이 바깥이 될때 선은 무너지게 된다.  이른바 변증적 주체성의 발전이다.  그런데 병증으로 인해 실비우는 내부로 침몰하게 되고 그때 그의 선택이 바로 인질극이다.  이러한 인질극을 블랙코미디로 과장시켜 웃기게 만들어버리는 것은 이러한 상황 자체가 만들어내는 어처구니없는 결말을 과감하게 비웃고 비판하기 위함이라 볼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면 인질극을 벌이다 인질녀와 함께 커피를 마시러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영상들이 대단히 자유로운 마치 바람을 맞는 듯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을 강하게 준다.  그렇다고 음악같은게 쫙 깔리면서 분위기를 잡는 것도 아니다.  이미지 하나만으로 그 느낌을 완전히 부여하게 된다.  그런데 이 느낌은 뭔가 자유로운듯하면서 대단히 가짜 같은 자유로움이라고 해야 할까?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  지속적으로 재형성되는 주체의 어떤 허상 같은 느낌을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겠다.


마무리
영화가 인질극에 이르러 살짝 당황스럽게 진행되자 몇몇 관객들이 대놓고 떠들기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어처구니 없다고 판단되니 갑자기 긴장이 풀리게 되고 그로 인해 떠들어도 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 같은데 무식한 행동은 제발 당신 집안에서만 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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