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복제와 주체의 죽음

Posted 2011. 3. 1. 00:37



우리는 매일 아침 일어나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옷을 입은채 어디론가 떠나게 된다.  항상 거울을 바라보며 거울아 거울아 나 오늘 이쁘니? 를 물어보며 이런 저런 준비를 하지만 과연 거울속에 비친 우리의 모습이 실제로 우리라고 할만한 것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행하는 머리스타일, 화장법, 얼굴 표정들까지.  이 모든 것들은 타인에게서 가져온 하나의 인용 기호에 불과하다.  즉 타인이 아름답다고 하니 따라하는 것이고 타인이 인상 좋다고 하니 따라하는 것이다.

오늘날에는 이런 현상이 더욱 심해지는데 소위 말하는 성형기술의 발전때문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느끼게 된 한가지 사실이 있는데 길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미녀라고 하는 여자들의 생김새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히 비슷하다는 점이다.  소녀시대가 가장 처음 데뷔했을때 난 정말 단 한명도 얼굴을 구분하지 못했었다.  그들은 너무나도 똑같이 생긴 것처럼 보였을뿐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다들 아시다시피 얼굴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는 기술과 결합된 기호 혁신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진짜인가?  가짜인가?  나의 본질적인 것과 인용된 기호를 정확히 구분할 수 있는가?  원본과 복제를 과연 구분해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질문은 과거 플라톤의 이데아론으로 까지 거슬로 올라갈 수 있지만 현대에 와서 발전하게 된 기호론과 만나게 되면서 아주 독특한 방향으로 흘러나가게 된다.  사실 오늘날 인간은 수많은 기호들의 복제들의 총합물로서 존재하게 된다.  인간이 하나의 고기덩어리로서 태어나게 된 이후 가장 먼저 부여받게 되는 이름.  이 이름 자체도 하나의 기호가 되는 것이고 그 기호안에 존재하는 기의가 나라는 인간의 선입견을 강요하게 된다.  그뿐일까?  이름을 넘어서 어느 순간이 되면 학교라는 것에 들어가게 되고 여러분은 그 학교라는 기호에 의해 또다른 주체성이 형성되게 된다.  당신은 당신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주민번호와 주소와 이름과 출신 학교로 구성되는 만들어진 복제기호의 총합물일뿐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그 사회의 구조에서 결단코 벗어날 수 없다.  그 사회의 경제구조, 정치구조, 문화형태 등 다양한 형태의 구조로 인해 구성되게 되고 이때 핵심이 되는 것은 그 구조속에 떠돌아 다니는 기호들 그 자체이다.  태어나면서 지속적으로 행하게 되는 끊임없이 구성되는 주체성이라는 것.  주체는 단 한번도 완성된적이 없다.  끊임없이 구성되어 가고 있는 중인 것이고 그 과정에서 기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해진다.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여러분들의 삶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사회가 좋다고 하는 것. 나쁘다고 하는 것.  이 모든것들은 하나의 기호로서 제시된다.  그리고 그 사회의 구성원은 그 기호를 자신에게 받아들여 그것이 나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다못해 연예인 좋아하시는분들.  여러분들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 있는바 여러분이 소비하는 것은 연예인 그 자체가 아니라 특정 연예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이다.  중요한건 그 연예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자신은 존재하지 않는 인물이 된다.  즉 자신은 사라진채 이미지만 남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주체의 죽음이라고 칭하게 된다.

  1. 아엠대빵

    | 2011.03.01 06:51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삶과 죽음에 대해 잠시 생각하게 하네요.
    삼일절 경건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2.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7 신고 | PERMALINK | EDIT |

    경건하게 덕수궁에 잠시 다녀왔답니다.

  3. 耽讀

    | 2011.03.01 07:01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엄마 뱃속이 아닌 공장에서 만들어낸 공산품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삼일절입니다. 건강하세요

  4.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7 신고 | PERMALINK | EDIT |

    사실 다들 그런걸 좀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5. 생각하는 돼지

    | 2011.03.01 07:10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이미 현대사회는 이미지만 소비되는 사회로 넘어가고있는 것 같습니다...
    제일 극단적인 예가 바로 다이어트 열풍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구요...

  6.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7 신고 | PERMALINK | EDIT |

    그렇죠.

  7. garden0817

    | 2011.03.01 07:15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글을 남기고 싶은데 머릿속에서 정리가 안되네요 아무튼 좋은글 잘보고갑니다

  8.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7 신고 | PERMALINK | EDIT |

    그냥 쉽게 말해서 기호의 총합이다. 뭐 그런 말이에요.

  9. 아빠소

    | 2011.03.01 07:17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딸아이 방에 조립된 레고시리즈가 생각나네요. 제가 그 레고속 인물이
    되어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10.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7 신고 | PERMALINK | EDIT |

    적절한 비유세요!!

  11. 언알파

    | 2011.03.01 07:59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기호학이라는 학문이 생각납니다.
    건축물부터 시작해서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들이
    기호와 연관된다고 하지요.
    잠시 머물렀다갑니다.

  12.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8 신고 | PERMALINK | EDIT |

    기호학 맞습니다.

  13. | 2011.03.01 08:07 | PERMALINK | EDIT | REPLY |

    비밀댓글입니다

  14.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8 신고 | PERMALINK | EDIT |

    ㅋㅋ ㅈ제가좀..ㅋㅋㅋㅋ

  15. Lipp

    | 2011.03.01 08:27 | PERMALINK | EDIT | REPLY |

    요즘은 이미지가 중요하다못해 집착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는데
    그렇게 집착해서 만들어진 이미지는 자신의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 걸까요? 궁금해서 그냥 ,,^^

  16.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8 신고 | PERMALINK | EDIT |

    이미지가 무너지는 순간 관계망이 어떻게 되는가를 확인해본다면 그것의 실체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17. 티런

    | 2011.03.01 08:48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주체의죽음,,,
    생각하게 하는 표현입니다.
    용짱님! 즐건 휴일되세요~

  18.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1.03.02 20:48 신고 | PERMALINK | EDIT |

    ㅎㅎㅎㅎ

  19. 굄돌

    | 2011.03.01 09:13 | PERMALINK | EDIT | REPLY |

    주체의 죽음.
    문득 무서워지네요.
    이미지만 남을까봐~

  20. ★안다★

    | 2011.03.01 09:54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아...주체의 죽음...이라...
    주체...안 죽으면 안 되나요...주체도 오래 살고 싶을 텐데...흑...
    불쌍한 주체...ㅠ.ㅠ~^^
    즐겁고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용짱님^^

  21. 시크릿

    | 2011.03.01 10:08 | PERMALINK | EDIT | REPLY |

    좀 다른 이야기긴 하지만
    블랙스완을 보고
    본인도 모르는 또다른 실체를 느끼고.
    때론 의식하면서까지 본인을 어떠한 모양새로 만들어가는 모습들..
    그게 자신이든 아니든간에 보여지는 실체는 맞는것 같은데 말입니다.

  22. Phoebe Chung

    | 2011.03.01 10:32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영화 하나 생각 나네요. 그 마술하는 두남자 나왔던 영화...둘다 잘생겼었는데...ㅎㅎㅎ

  23. HJ's story

    | 2011.03.01 12:25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나는 기호입니다.
    숫자가 나를 표현하는..
    이게 666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 잘 보고갑니다.

  24. 테리우스원

    | 2011.03.01 17:04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오늘은 즐거운 날 승리하시길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25. 빈배

    | 2011.03.02 08:21 | PERMALINK | EDIT | REPLY |

    세상에 태어난 순간 기호화되지 않을 순 없겠죠. 기호에 매몰되지 않는 길을 생각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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