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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란 무엇인가? 본문

영 화/영화 이론

좀비 영화란 무엇인가?

유쾌한 인문학 2011. 6. 1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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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  
어떤이는 별볼일 없는 상업 영화로 치부하기도 하고 어떤이는 잔인한 공포 영화 정도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좀비만큼 영화적 깊이와 B급 정서를 잘 담아내는 소재도 드물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당한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장르 영화로서 초창기에 성립된 장르적 공식을 조금씩 수정하여 21세기 현대에도 그 특유의 맛을 이어나가고 있다. 

장르영화로서의 좀비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왜 좀비가 되었는가? 라는 사실의 배제이다.  일단 밑도 끝도 없이 전부다 좀비가 되었다는 설정이 주어지고 이러한 묵시론적 상황하에서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내게 된다.  좀비영화가 항상 이런식으로 전개되는 이유는 논리적 이해를 거세시킴으로써 극중 주인공들이 느끼는 당황스러움을 관객들도 동일하게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논리적 이유와 이해가 제거되었을때 인간이 느끼는 공포는 극대화된다.  인간이 공포라는걸 느끼는 주된 이유는 그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특징이라면 걸어다니는 좀비에 대한 인간의 상대적 우위이다.  최근에는 좀비들이 열심히 뛰어다니면서 인간이 절대적 열세에 놓이는 형국이지만 초창기의 좀비는 절대적으로 느리다.  특별히 둘러쌓이지만 않는다면 항상 헤드샷이나 당하는 그런 존재이다.  되려 세상이 망했다는 식의 묵시론적 시각을 배제한다면 인간이 좀비를 학살하는 것에 다름아닐 정도이다.  인간이 좀비들로 뒤덮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주된 이유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함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바 스스로 그 가치를 무너뜨리는 일련의 행위들을 제시함으로 인해 좀비라는 객체를 통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내밀한 파괴적 본능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좀비는 우리 내면에 숨겨진 잔악한 면모들이 투사된 것에 다름아니다.


조지 로메로
좀비 장르 영화의 사실상 확립자는 조지 로메로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좀비 영화의 아버지 조지 로메로의 데뷔작품이자 좀비 장르 영화의 공식이 만들어진 영화라고 볼 수 있는 대단히 교과서적인 영화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작품이다.이 작품 이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시리즈를 내놓게 되는바 2탄은 시체들의 새벽이며 3탄은 시체들의 낮이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는 위에서 언급한 좀비 영화의 가장 큰 두가지 특징을 그대로 정형화 하게 된다.

그와 동시에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작품에서만 확인 할 수 있는 좀 더 정확히는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시리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된 특징이 있는바 이는 바로 공간의 활용이다.  이 시리즈에서 공간은 크게 봐서 바깥과 안의 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바깥의 공간에는 좀비들이 우글거리며 다니는 상황이고 안의 공간은 인간들이 숨어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바깥의 좀비와 안의 인간.  이 모든 상황이 공간이라고 하는 경계선을 사이에 둔채 안의 안정과 바깥의 불안, 혼란 등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러한 바깥의 불안과 혼란은 결국 배타성이라는 측면으로 다가오게 된다.  즉 좀비들이 정확히 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맹목적인 공포와 증오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시체들의 새벽에서는 공간으로서 쇼핑몰을 선택하게 된다.  이러한 쇼핑몰이라는 공간의 활용을 통해 자본의 발달과 그로 인한 소비성의 증대로 인해 우리가 매일 같이 가지고 싶어하는 물질적 가치에 대한 맹목적 욕망이 과연 좀비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좀비는 이성이 배제된채 철저하게 본능만으로 살아가는 존재인바 사실상 현대인이 보여주는 소비를 향한 맹목적 욕망 역시 좀비의 그것고 뭐가 다르겠는가?  사실상 쇼핑몰 안에서 상징되는 절대적 부의 총량과 그 남음은 쇼핑몰 안에서의 싸움을 통해 결국 모든걸 잃어버리는 상황과 대비 된다. 

시리즈의 마지막인 시체들의 날에서는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계급 투쟁을 잘 보여준다.  하나의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지극히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투쟁으로 이는 내부의 계급 모순에서 비롯되는 현상이다.  결국 그들은 큰 무리없이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을 스스로의 계급 모순과 투쟁으로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자신들이 살아가는 공간 자체의 붕괴이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면 모든 공간을 좀비들에게 내주니 말이다.  

이렇듯 조지 로메로 감독의 명성은 좀비 장르 영화가 가지는 두가지 큰 특징과 공간의 활용을 통한 현대 사회에 대한 맹렬한 비판에 근거한다.  그렇기에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작품은 대부분 액션과는 거리가 멀다.  요즘 사고 방식으로는 지겹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좀비 영화의 진정한 힘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다. 


최근의 좀비 영화
최근의 좀비 영화들은 대부분 액션씬이 강조된 전형적인 헐리웃의 공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인간이 좀비보다 열등한 위치에 내려앉게 되고 도망가다가 볼일 다보게 되니 메세지를 전달할 수도 없다.  새벽의 저주 같은 경우는 그래도 뛰어다니는 좀비로서 액션신이 가미되었지만 그래도 좀 나은편이지만 그외 당시 나왔던 수많은 좀비 영화들은 대부분 스크림류의 공포 영화와 딱히 다를바 없는 형태를 보여준다.  즉 살인마가 좀비로 바꼈을뿐 다른게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좀비 영화의 범람 속에서도 좀비 영화의 맥은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눈여겨 볼 작품은 대니 보일의 28일 후이다.  이 작품은 분노 바이러스라는 형태를 가져오긴 했지만 결국 좀비 영화의 범주로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본능으로서의 분노를 하나의 바이러스화 하여 퍼트린다는 설정은 그 바이러스로 인해 좀비가 되어버린 자들이 보여주는 폭력성과 살아남은 인간들이 보여주는 광기와 기막히게 대비된다.  좀비들이 보여주는 이성이 사라진 본능 그 자체로서의 폭력성이야 좀비 영화의 주된 특징인 것이고 좀비영화에서 더 중요한건 이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위들이다. 

즉 살아남은 군인들이 보여주는 광기 그리고 극중 주인공이 극의 마지막에 보여주는 광기들의 대비는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인간이 어떠한 광기와 폭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해서 보여준다.  흥미로운 부분은 그 광기를 행사하는 집단이 군인들이라는 점이다.  군대라고 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그 특유의 폭력성과 그 내부 사람들이 보여주는 광기는 아주 절묘하게 잘 어우러진다고 볼 수 있겠다.

영국에서 나온 새벽의 황당한 저주도 눈여겨 볼 작품이다.  코미디와 좀비의 결합이라는 형태로 등장한 이 작품은 단순한 스토리, 간결한 메세지, 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자극적인 선혈과 고어적인 특성들을 활용한 풍자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고품격 블랙 코미디이다.영화가 시작하면 많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똑같은 옷을 입은채 멍하니 계산을 하는 카운터 직원들과 버스를 기다리면서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시계를 확인하는 사람들 그리고 버스안에선 아무런 표정도 없이 멍하게 앉아 마치 좀비처럼 앉아가는 사람들 심지어 극중 주인공과 애인이 다투어 헤어지게 되는데 그 이유는 너무 똑같은 데이트 패턴에 질려버렸다는 것.  더 웃긴건 좀비를 피해 도망가는 장소가 그렇게 질려하던 데이트 장소라는 상황.  이러한 일련의 장면을 통해 영화는 우리에게 기본적인 메세지를 다 던져놓고 시작한다.  과연 현대인의 일상적인 생활 모습이 좀비의 그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이다


마무리
이외에도 수많은 좀비 영화들이 존재하지만 전부 다보았노라 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고 인상 깊었던 작품들을 위주로 하여 좀비 영화의 특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최근 들어서는 액션만이 부각되는 좀비들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이다.  워낙 자극적인 것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보니 좀비를 통해서 어떤 형태의 공포영화를 만드는 것이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대니 보일의 예고된 영화 외엔 딱히 기대될만한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조지 로메로 감독이 살아 숨쉬는 한 메세지가 담긴 좀비 영화는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고 현재 나오고 있다.  언젠간 좀비 영화 자체가 예술 영화로 치부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긴 하지만 미디어의 본질을 생각해본다면 그 맥이 쉽게 끊기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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