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관리 메뉴

★ image or real

쉘로우 그레이브(1994), 충격적 경험과 내면의 짓이겨짐 본문

영 화/90's 영화

쉘로우 그레이브(1994), 충격적 경험과 내면의 짓이겨짐

유쾌한 인문학 2010. 7. 18. 01:07
반응형





쉘로우 그레이브(Shallow Grave)
대니 보일 감독의 첫번째 영화이다.  이 작품부터 이완 맥그리거가 출연하게 되는데 주로 티비 드라마에 출연하던 그는 대니 보일과 연달아 3개의 작업을 수행하면서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나게 된다.  대니보일 감독은 단 두개의 작품 즉 쉘로우 그레이브와 트레인스포팅으로 영국 뉴웨이브 즉 프리시네마의 총아로 자리잡으면서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다.  프리시네마는 1950년대의 영국에서 생겨난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하나의 운동이라기 보단 일련의 경향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사실 공통된 스타일이나 주제의식따위를 공유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실제로 일련의 작품들을 보면 그어떤 공통점도 찾아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들이 내세운 공통적 주장은 자본의 압력에서의 벗어남과 일상 생활과 사람들에 대한 가감없는 진실된 표현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노동계층의 삶속으로 뛰어들어간 작품들이 많이 보이는바 이러한 일련의 경향성을 잘 살펴본다면 대니 보일의 초기작품들이 지향하는 바를 쉽게 짚어낼 수 있게 된다.  비록 지속적으로 이어나간 운동은 아니지만 그로 인한 영향은 대단하여 펑크 등으로 대표되는 영국 대중문화에 기여한바가 아주 크다. 
이 작품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단 카메라 워크가 아주 독특하다.  즉 빠르게 도로 밑바닥을 훑어 지나간다거나 계단에서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보는 아주 독특한 시각 그리고 사운드와 함께 제시되는 전혀 상상치 못한 시각의 제시 등을 보자면 대니 보일 감독의 초기작품들이 얼마나 스타일을 중시했는지를 잘 확인할 수 있 수 있다.

내용은 아주 간다하다.  영국의 어느 도시에서 친구 세명이 동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집이 아주 넓고 방 네칸에 그외 부분은 공유하는 아파트형태인지라 동거인을 한명 더 구하려고 하게 된다.  들어오려는 세입자에게 이상한 질문을 던지면서 장난도 치고 하다 결국 한명을 구하게 되는데 그는 그다음날 자살하게 된다.  경찰에 신고하려고 하니 엄청난걸 발견하게 되는데 그 세입자 소유의 엄청난 돈가방을 보게 된다.  이에 그들은 신고하지 않고 사체를 토막내서 유기하고 땅에 파묻은 다음 돈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사체를 토막낼때 제비뽑기를 하게 되는데 그때 걸린 회계사 친구가 점점 이상해진다.  원래는 약간 소심하고 성실한 친구였는데 그 경험이 그를 변화시키게된 것이다.  한편 그 문제의 자살 세입자를 쫓던 정체불명의 남자 두명이 있는데 그들은 결국 주인공들의 집에까지 찾아오게 된다.  이에 회계사친구는 그 둘을 죽이게 되고 다시 파묻어버린다.  그런데 너무 얇게 땅을 파서 그만 경찰에 들키게 되고 수사가 이루어진다.  사실 그들은 손발을 다 자르고 얼굴을 망치고 뭉게버렸기에 시체들의 신상을 알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셋은 불안에 떨다 결국 서로서로 죽이려 들게 되는 뭐 그런 내용이다. 





충격적 경험과 내면의 짓이겨짐
이 영화가 대단히 흥미로운건 저 회계사 친구가 보여주는 태도들의 변화때문이다.  영화의 제목 그대로 얇게 판 무덤 덕에 그들의 우정은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혹자는 이 작품을 보고 돈때문에 그들의 우정이 변했다고 하면서 얇은 무덤과 얇은 우정 이런식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 작품에서 돈은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점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돈을 가지고 분열하는듯 보이지만 중요한건 이들이 시체를 유기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경험 그 자체에 존재하게 된다. 

제비뽑기에서 그만 져버려 성실하고 약간은 소심하기도 한 그는 톱으로 사체의 손발을 자르고 망치고 사체의 얼굴을 뭉개버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사실 그런 경험이 어떠할지는 쉽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쇠톱을 앞뒤로 자르는 과정에서 손끝으로 느껴지는 그 뼈의 감촉과 문들어지는 살점 그리고 피들.  망치로 사체의 얼굴을 뭉개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짓이겨짐.  손끝에서 느껴지는 어떤 둔탁한 느낌과 물컹한 느낌.  결국 회계사친구는 사체를 훼손하는 과정에서 그만 자신의 내면을 훼손하게 되버린다.  잘려나가는 팔다리에서 자신의 자아가 찢겨나가고 사체의 얼굴을 뭉개는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은 철저하게 짓이겨진다.  이쯤되면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정신이 황폐해지고 이상하게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때 중요한건 이러한 일련의 감정 변화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라고 볼 수 있겠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연기자의 연기력에 기대어 그의 광기를 극단적으로 표출하는 방법론일텐데 이런 방법으로 가장 유명한 영화가 조나단 드미의 91년도 작품인 양들의 침묵을 들 수 있겠다.  그 작품은 지금봐도 어떤 장치나 극 구조를 이용하여 광기를 표현하기보다는 오직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력 하나에 모든걸 승부봐버리는 영화이다.  정말 그 눈빛은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닐련지.  두번째 방법은 치밀한 시나리오 또는 상징적 장치를 이용하여 드러내는 방법이다.  이런건 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고 세번째 방법이 대니 보일 감독이 선택한 것인데 캐릭터 내면을 이미지 자체를 통해 드러내는 방법론이다. 

아래의 스샷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는 어느순간 다락방에 쳐박힌채 점점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내면의 광기와 그 변화적 양상을 아래의 스샷 세개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단 1번 이미지를 먼저 보자.  저장면은 손바닥으로 빛을 가리는 장면인데 손을 치우면 2번 이미지가 나오게 되는 씬이다.  즉 저 씬은 1번과 2번 이미지가 번갈아 나온다고 보면된다.  이는 짓이겨진 내면에서 끊임없이 솟구쳐오르는 광기의 표출을 억누르고자 하는 이성에 발악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기에 손바닥을 치우면 2번 이미지가 등자하면서 광기가 표출되는 것이다.  특히 인상 깊은건 3번 스샷이다.  다락방에서 바닥에 구멍을 뚫어 아래를 관찰할 수 있게 한 것인데 그 과정에서 저렇게 빛이 들어오게 된다.  정말 멋진 장면이 아닐련지.  저 장면이야 말로 다락방에 숨어든 회계사 케릭터의 내면과 그 짓이겨짐을 잘 표현하고 있는 이미지라고 볼 수 있겠다. 




마무리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다.  대니 보일 감독의 초기작품들은 이렇게 이미지를 다루는 능력이 상당하다.  사실 대부분의 거장들은 초기작품에서 온갖 상징들을 나열하는 경향이 강한데 대니 보일은 되려 아주 수준 높은 이미지를 제시하여 자신의 독특한 스타일을 창시해낸다.  오죽하면 뉴웨이브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겠는가?  역시 항상 느끼는거지만 영화의 핵심은 이미지이고 그 이미지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인듯하다.  어쨌든 이작품을 통해 돈과 우정 뭐 이런것도 좋지만 한번쯤 우리도 저 회계사가 경험한 저것이 어떠한 느낌일지를 생각을 해보는것도 괜찮을 것 같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