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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 근방, 이탈리아의 군인이었던 프로코 룻소는 전쟁의 기억을 잊고자 스스로 마법을 걸어 돼지가 되어버린다.  그 이후 그는 공적 즉 하늘의 해적들을 소탕하며 살아가는 돼지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탈리아 정부는 파시스트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태로 전직 군인들을 몰아붙여 다시 군대로 돌아오기를 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붉은 돼지를 가로지는 단 하나의 핵심적 주제는 바로 파시즘이다.  절대 주체의 관념 하에서 파시즘 역시 자유로울수는 없다.  데카르트에서 시작된 자아명증성은 인간을 중심에 놓은채 그 외 객체에 대해 폭력적인 개념짓기 양상을 보여주게 되며 이러한 중심에선 주체라는 것에 반드시 일개인이 올 필요는 없다.  그 자리에 국가와 민족이라는 인간 집단이 자리하게 되면 국가와 민족 중심의 주체개념이 형성되며 그것이 사회의 개인들에게 주입되는 식이다.  이러한 논리하에서 형성된 국가이데올로기는 주변의 국가 및 타민족들에 대해서도 폭력적인 개념짓기 시도를 하게 되며 그것이 제국주의의 핵심을 이루게 된다.  인간의 입장에서 자연이 도구에 불과하듯 민족의 입장에서 열등하다고 개념지은 타민족 역시 도구에 불과하게 된다.  즉 타민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것이 경제적 정치적으로 합리적이고 큰 이득을 가져온다면 정당화되는 식이다.

이러한 국가이데올로기는 국가나 민족이 위기에 처했을때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독일의 경우는 위대한 아리아인이라는 명목하에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려 시도하게 되고 독일 사람들 역시 절망 속에서 그런 생각에 동조하게 된다.  이것이 파시즘이다.  결국 핵심은 근대이성의 도구적 이성으로의 변질이다.  이 이론이 여전히 유효할 수 밖에 없는 주된 이유는 현대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이 근대와 딱히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목적을 위해 자연파괴는 여전히 자행되고 있고 인간에 대한 억압적 태도 역시 변한 것이 없다.  파시즘 역시 마찬가지로 과거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는 사라졌지만 그와 비슷한 행태 예컨대 일본의 극우인사들이나 유럽의 스킨헤드 등을 통해 여전히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이 보여주는 행태는 지나친 자국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차별적 사고관에 불과하며, 저러한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동조하는 사람이 늘어간다면 이는 또 다른 파시즘의 시작이 될 것이다.

첫번째 상처

프로코 룻소는 1차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나름 전투 중에 추락한 적군을 구해주기도 하는 등 정말 멋있는 군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던 어느날 이제 막 결혼한 친구 베를리니와 함께 정찰비행을 나가게 되는데 그 비행에서 엄청난 전투가 벌어지게 되고 대패를 하게 된다.  아군은 전원 사망.  전쟁이 끝나는 마지막 해에 모든 전우를 잃어버린채 프로코 룻소 혼자 살아남게된다.  혼자 살아남은 그는 적기 3대의 추격을 받으며 도망을 가다 우연히 구름의 평원을 발견하게 되어 구름 위를 고요하게 날아가게 된다.  그때 그는 저 멀리 하늘 높은 곳에서 흘러가는 이상한 구름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자세히 살펴보니 그 구름은 죽은 파일럿들의 비행정이 구름처럼 모여 흘러가는 것이었다.  그때 프로코 룻소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분노? 허무?  무엇이 되었든 그때의 경험은 프로코 룻소에게 첫번째 상처로 다가오게 된다.  전쟁이 낳은 상흔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저 구름속에서는 아군과 적 따위의 구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비행을 사랑하던 인간들만 남아있을뿐이다.  비행을 사랑하던 한명의 인간으로서 과연 자신들은 무엇이었던가?  이성의 미친 광기 속에서 과연 자신은 한명의 인간이었던가? 하나의 도구였던가?  결국 프로코 룻소는 파시즘이 가장 경멸하고 쓸모없는 존재로 바라보는 돼지로 변하여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된다.  나태하고 목적도 없는 그냥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가는 쓸모 없는 존재인 돼지보다 인간이 과연 나은점이 있는지 이것이 바로 프로코 룻소와 미야자키 하야오가 던지는 질문이다.

두번째 상처

지나와 프로코 룻소 그리고 베를리니는 어린시절부터 친구였다.  그리고 지나는 베를리니와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베를리니는 결혼 후 바로 전사하게 되고 지나는 홀로 남아 아드리해의 가수로서 살아가는 중이다.  이런 지나는 프로코 룻소와 한가지 약속을 하게 된다.  낮에 지나가 테라스에 있을때 프로코 룻소가 찾아온다면 그와 사랑을 하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는 절대로 낮에 오지 않는다.  오직 밤에만 들릴뿐이다.  프로코 룻소는 지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우정과 사랑이 혼재하는 어린 시절의 친구이면서 자신과 가장 친했던 전우의 부인이며 그와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  거기에 자신 또한 어느 순간 전사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그때 지나가 받을 수 있는 상처.  이런 복잡한 감정의 응어리 때문에 룻소는 지나에게 다가갈 수 없는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로 여성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들 수 있다.  전형적인 여성상에 함몰되지 않은 자주적이면서 주체적인 여성상을 많이 보여주게 되고 특히 주인공의 위치에 서게 되는 여성은 전체의 대립구도를 해결해주는 역할을 자주 맡게 된다.  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상징적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립이다.  즉 파괴적 남성문화의 상징성과 치유적 여성의 상징성의 대립인 것이다.  붉은 돼지에서는 피오라는 순수한 여자아이가 그 역할을 맡게 된다.  이 아이와 함께 지내면서 프로코 룻소는 점점 변해간다.  순수한 열정에 영향을 받기도 했을테고 피오가 자신을 신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인간에 대한 의구심 역시 점점 사라져 갔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피오가 프로코 룻소에게 키스했을때 붉은 돼지의 마법은 풀리게 된다. 프로코 룻소가 가지고 있던 두가지 상처의 핵심적 내용인 인간에 대한 의문과 분노가 피오라는 여자아이를 통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 뒤 프로코 룻소는 지나를 만나러 갔을까?  그에 대한 대답은 돼지라는 마법에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 파시즘의 세상에서 돼지만큼 쓸모 없는 존재가 어디에 있을까?  국가의 입장에서 보았을때 저렇게 실력있는 파일럿이 밖을 배회하는건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그에게는 얼토당토 안한 많은 죄목이 붙어 국가의 추적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돌아가지 않는다.  돼지가 된채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닐뿐이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건 꽤나 많은 인간이 가지고 있을 근원적 욕망이며 그 욕망의 해결을 통해서 진정한 자유를 맛보게 된다.  파시즘이든 제국이든 뭐가 되었건 그러한 억압과 속박에서 벗어난채 한마리의 돼지가 될지언정 진정 자유롭고 싶은 프로코 룻소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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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emke

    | 2009.09.09 18:19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용짱님 글보고 이건 절대봐야 되는거구나 생각하고 있읍니다.
    좋은 글 잘 읽었읍니다.

  3.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09.09.09 19:23 신고 | PERMALINK | EDIT |

    일단 보셔야 얘기가 되는데..ㅠㅠ

  4. 털보작가

    | 2009.09.09 18:21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붉은 돼지라~~ 재미있는 이야기군요.
    잘 보고 갑니다.

  5.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09.09.09 19:22 신고 | PERMALINK | EDIT |

    ㅎㅎ 한번 보세요. 잼있어요.ㄷㄷ

  6. 무량수won

    | 2009.09.09 20:13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처음에 이 만화를 봤을 당시에는 이탈리아의 상황에 대해서 전혀 생각하고 못하고 보아서, 그저 주인공의 고뇌에만 초점을 맞춰서 보았었는데요.

    나중에 이놈의 공부가 깊어지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가 섞이면서 역사적인 의미도 있었던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었답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쪽의 역사는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꽤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 곳들이지요.

    오랜만에 이 애니 보고 싶어지네요 . ㅋㅋ

  7. 빛으로™

    | 2009.09.09 21:37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용짱님 편안함 밤되시구요 근데 알라딘 창작 블로그는 어떤 이점이 있어서 하시는건지 ...
    추천 버튼 달려 있는 분이 많더군요 명록이에 좀 알려 주시와용...

  8. 분홍별장미

    | 2009.09.09 23:57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나디아도 포스팅 해주세요 ㅠ.ㅠ 나디아~~~~~~ 너의 눈에는 희망찬~~미래가 보이네... 나디아의 짱이 되주세요 ㅋㅋ

  9. 아이미슈

    | 2009.09.10 01:51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만화에서 이런 심오한 리뷰가..
    난 제목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흑

  10. mami5

    | 2009.09.10 07:15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앗~아주 꼴찌로 장식을 하는군요..ㅎ
    이 만화를 본것같은데 어찌 생각이 안나니..^^
    아마 잠깐보고 다른걸 본 모양입니다..^^*
    나두 나디아를 포스팅 해주면 좋겠는데요..
    그건 정말 재미있게 봤으니..^^*ㅋㅋㅋ

  11. mami5

    | 2010.05.07 08:38 신고 | PERMALINK | EDIT |

    용짱님 다시 보고갑니다..^^
    좋은 하루가 되세요..^^

  12. 딴지

    | 2009.09.10 14:12 | PERMALINK | EDIT | REPLY |

    딴지 아닌 딴지를 걸자면요...ㅎㅎ 프로크 룻소가 아니라... 이탈리아식 발음 그래도 하면 뽀르꼬 롯쏘(PORCO ROSSO) 입니다. 말그대로.... 붉은돼지 라는 뜻이죠.... PORCO 는 돼지를 조금은 속되게 말하는 거구요... 보통은 마얄레라고 합니다. ㅎㅎ 좋은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제가 어릴적에 이탈리아에서 산적이 있어서... 그냥 적어보고 갑니다.....
    이탈리아에서 제일 심한 욕중 하나가... PORCO DIO 입니다....ㅎㅎ 돼지 + 기독교의 하나님 의 뜻이죠....신성모독이죠....^^

  13. 쏠트[S.S]

    | 2009.09.11 09:36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이 영화 아직 못 봤는데..
    꼭 보러 가야겠네요~^^

  14.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09.09.11 11:02 신고 | PERMALINK | EDIT |

    ㅇㅇ dvd 빌려봐요~~ㅎ

  15. 아홉살인생

    | 2009.09.25 05:47 | PERMALINK | EDIT | REPLY |

    사실 치킨헤드 따위는 아무것도 아닐겁니다. 그냥 양아치 집단으로 치부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그보다 무서운건 그런 사상을 가지고 권력층(정계,재계,관계,문화계 등의...)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런 세력들이죠. 그런 점에서 일본의 극우는 닭대가리들 보다 무서운 존재란 생각이 드네요.

  16. 머 걍

    | 2010.05.07 07:09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우와...이건 저 블로그 시작하기도 전에 쓰신거네요.
    붉은돼지라니까.....뜬금없이 생각나는 똘이장군^^

  17. 몸짱의사

    | 2010.05.07 07:20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돼지야그 말고 야한 발레 어딨소? 못찾겠어요............ㅜㅜ

  18. ★입질의추억★

    | 2010.05.07 08:51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그러고보니 붉은돼지를 못봤던거 같아요~
    내용도 거의 몰랐는데 어느정도 짐작할 순 있을거 같습니다
    용짱님~ 좋은 하루 되세요 ^^

  19. 도꾸리

    | 2010.05.07 09:11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일본에서도 무슨 기념일만 되면 붉은돼지 상여해주더군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20. killerich

    | 2010.05.07 10:46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그러고보니..정말 모든작품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이
    나오는 것 같네요^^?.. 붉은돼지 저도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예요^^

  21. 88mm

    | 2010.07.09 12:59 | PERMALINK | EDIT | REPLY |

    붉은돼지의 시작은
    항공사의 주문으로 시작한 짧은 15분짜리
    단편영화였죠.
    나중에 애착을 가진 그분(그분 ㅋㅋ)이 그것과는 별개로
    비행정시대라는 책을 참고로해서 만든게 붉은돼지.

  22. 야채조아

    | 2010.07.09 14:50 | PERMALINK | EDIT | REPLY |

    우연히 들렀다가 좋은 글 보구 댓글 남김니다..
    '붉은돼지(홍돈)'은 저도 개인적으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중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입니다..
    비행정시대 등 독특하면서 향수를 자극하는 세계관과
    미워할 수 없고 정이 가는 악당 캐릭터들이 마음에 들더군요..
    20여년전에 봤던 그 느낌이
    새롭게 떠올라 적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구독신청했답니다..자주 들릴께요^^)

  23. 케이치

    | 2011.01.27 03:53 | PERMALINK | EDIT | REPLY |

    ^^ 처음 들른건데 며칠전에 본거라 그런지 리뷰가 확 와닿네요
    요새 하야오작품을 다시 보려고 준비중이거든요..
    잘보고갑니다^^

  24. carrot1st

    | 2012.06.30 13:16 | PERMALINK | EDIT | REPLY |

    이런 심오함이 ㅋㅋ 잘 보고 갑니다

  25. 가위바위보

    | 2012.07.01 22:52 | PERMALINK | EDIT | REPLY |

    어렸을때 무심결에 보고나서 지금껏 여운이 가시지 않는 애니메이션중 하나입니다.. 어른을 위한 지브리의 결정판이랄까..ㅎ
    수많은 지브리출신 애니메이션중 하야오의 가치관과 사상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요.. 위에 어떤분께서 말씀하셨는데.. 원시적 공산주의(??) 이름이야 어쨌든 그것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이런거 저런거 다 떠나서.. 진정 어른만이 느낄 수 있는..진짜 어른스러운 로망이나 멋스러움이 애니 전편에 흐른다는거..ㅎㅎ
    지나가 그랬던가요? 미국출신 조종사에게 "우리는 당신들보다 조금 복잡한 인생을 살고 있다.."라고 한거요..
    그장면에서 저도모르게 아~~!!! 하고 말았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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