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썸니아(Insomnia)
메멘토 그다음에 나온 작품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3번째 장편 영화이다.  전형적인 범죄스릴러 영화이고 인썸니아는 불명증이라는 뜻이다.  일반의 평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 아마 전작인 메멘토만큼의 충격적 무언가를 기대했기 때문에 벌어진 현상인 것 같다.  마치 샤말란 감독이 식스 센스 이후로 모든 작품들이 일반의 악평에 시달리듯이 말이다.  아무튼 제목이 불면증이라 그런지 실제로 극중 주인공인 알 파치노는 6일가까이 잠을 못잔채 수사를 하게 된다.  6일동안 잠을 안자면 어떤 상태에 이르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3일 정도 잠을 못잔적이 있었다. 

그때의 경험을 생각해보자면 참 애매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난 분명 3일동안 잠을 안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보면 잔 것 같기도 하고 뭐랄까 기억이 모호해진다고 해야 할까?  깨어 있으되 깨어있는것 같지 않고 뭔가 얼핏 얼핏 이미지들이 지나가지만 그것이 꿈인 것인지 현실인 것인지.  분명 지금 내가 서있는 위치적 공간에서 보일 수 없는 이미지들이 스치고 지나가게 되면서 이건 나의 상상인 것인지 실제인것인지 상당히 모호해지는 그런 경험을 겪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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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모호성
사실 이 작품은 메멘토와의 연장선에서 생각해야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다음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 역시 마찬가지이다.  즉 세 작품이 사실상 하나의 시리즈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비슷한 주제의식을 보여주게 된다.  그것은 바로 기억과 주체성이라는 부분인데 기억의 훼손이라는 부분을 세작품이 각각 다른 측면에서 접근하여 존재에 대해서 언급을 하게 되는 형식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서 우리에게 제시하는 기억은 어떠한 형태로 다가오게 될까?  그건 위에서 이미 언급한바와 같이 불면의 상태에서 다가오는 기억의 모호함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극중 주인공인 알 파치노는 아주 유능한 LA의 형사로서 그가 해결한 사건들은 경찰대학에서 강의로 이루어질 정도로 대단한 형사이다.  그런데 현재 그에게는 내사가 진행중이고 그 내사의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면 그 이유가 밝혀지는데 알파치노는 증거 조작을 한적이 있었고 그것을 내사과에서 포착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동료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내사과에 협조하겠다고 알 파치노에게 대놓고 말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아무튼 그런 그에게 알래스카에서 수사 협조가 들어오게 되고 그는 알래스카에 가게 된다.  알래스카에 도착해보니 일단 밤이 없이 낮만 계속되는 백야현상으로 접어든 상태이고 안개가 많이 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수사는 진행이 되고 유능한 형사인 만큼 순식간에 범인을 좁혀내고 검거 직전까지 가게되는데 안개가 너무 짙어 그를 놓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동료를 사고로 살해하게 된다. 

영화의 진정한 시작은 바로 이시점부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때부터 알 파치노는 대단히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일단 사고는 생겼지만 자신이 행하지 않은 것처럼 조작을 하기 시작하는데 그 현장을 살인범인 로빈 윌리엄스가 목격을 하게 되었고 윌리엄스는 알 파치노에게 서로 돕자고 접근을 하게 된다.  이에 둘은 실제로 만나게 되고 이에 상황은 점점더 묘하게 흘러가게 된다.  왜냐하면 알 파치노가 죽인 자신의 동료는 내사과에 협조하기로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 사고는 과연 사고인 것인지 의도된 것인지 알 수 없게 흘러가게 된다.  사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냥 전형적인 사고로 보인다.  안개가 자욱했고 거리서 상당히 먼 상태에서 언듯 사람이 나타났기에 총을 쏘았는데 알고보니 자신의 동료인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건 극이 진행되면 될 수록 알 파치노 스스로가 행동을 이상하게 취한다는 것이다.  마치 자기가 일부로 죽인 것처럼 말이다. 

그의 불면이 하루하루 지속될수록 그의 행동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로빈 윌리엄스와 만나게 되면서 알 파치노 스스로도 햇갈리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바 자신이 정말 의도적으로 살해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사고였던 것인지 스스로도 결론을 못내리게 된다.  한마디로 불면이 기억을 뒤섞어 버린 것이다.  바로 이지점에서 알 파치노의 주체성에 경계가 세워진다.  자신의 과거의 흔적들.  능력있고 어려운 사건을 척척 처리해던 기억들로 이루어진 과거의 알파치노는 불면으로 인해 현재의 기억들이 모호해지면서 현재의 알파치노와 단절이 생겨나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의 자신이 행했었던 증거조작의 기억과 압박해들어오는 내사로 인해 불면은 더욱 심해지고 그로인해 기억은 더욱 흐릿해지고 자신의 눈앞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분간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의 머리속에 끊임없이 동료가 죽어가던 순간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시간이 진행되면 될 수록 그 이미지에 대한 확신 즉 사고에 대한 우연성과 고의성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이것이 꿈인 것인지 현실인 것인지 모호해지는 그런 경험처럼 말이다. 

이러한 그의 기억의 모호성은 극중에서 나타나는 안개라는 것으로 잘 표현된다.  아주 심한 안개속에서는 모든 사물들이 흐릿해지고 그 정체가 모호해진다.  즉 눈앞에 나타나는 이미지들의 외적 경계가 흐릿해지면 저것이 정말 저곳에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외적 경계의 흐릿함이 바로 기억의 모호함과 연결되는 지점이 된다.  이러한 모호함은 로빈 윌리엄스와의 만남 그 자체로 또 다시 상징되는데 아주 뛰어난 형사인 그가 자신이 체포해야 하는 범인과 만나게 되고 심지어 작당까지 하게 되면서 두 주인공의 경계가 흐려지게 된다.  이지점이 재미있는 부분인데 형사와 범인은 쫓고 쫓기는 자로서 뚜렷하게 구분되는 자들이다.  그런 그들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은 마치 알파치노가 가지고 있는 기억이 흐려져 사고냐? 의도된 것이냐? 처럼 뚜렷하게 경계 지어질 수 밖에 없는 그것이 흐려지는것고 일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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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결국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은 어떠한 상황에 의해 기억이 모호해질때 그 주체의 본질이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되는지.  그리고 그 바뀐 주체의 본질은 과연 과거의 주체의 본질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가? 라는 지점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선 작품인 메멘토에서는 기억이 생겨나지 않는 자의 주체성과 관련된 문제이고 이 영화는 기억의 모호성에서 나타나는 주체성의 문제 그리고 다음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는 억압된 기억의 해결과 관련된 문제로 나아가게 된다. 

이러니 어찌 놀란 감독을 천재라고 칭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억을 이렇게까지 해부하여 제시하되 메멘토 이외의 영화들은 일반 대중이 접근하기도 좋게 만들어져있으니 말이다.  올해 개봉한다고 예정된 인셉션의 경우도 비슷한 주제의식을 가지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상당히 기대가 된다.


  1. 좋은사람들

    | 2010.02.27 07:00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본것 같기도 하고, 음..
    혹시 작가와 경찰 스토리인가요~?
    살인.. 뭐 이런거?

  2.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38 신고 | PERMALINK | EDIT |

    오 맞아요 맞아.. 정확히 보신거임!!

    기억속에서 사라졌을뿐...ㅎㅎㅎ

  3. 초록누리

    | 2010.02.27 07:06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인썸니아..저는 휘성의 노래 밖에 생각이 안난다는.ㅎㅎ
    그런데 어인 일로 저를 찾으셨나요?
    지금에서야 댓글 봤어요.....

  4.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38 신고 | PERMALINK | EDIT |

    휘성노래.. 도대체 그게 뭘까요..ㅠㅠ

  5. ♡ 아로마 ♡

    | 2010.02.27 07:10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3일씩이나 ^^;;

    전 심야 영화 보고 들어오면 한두시간 정도 잠을 자거든요
    멍....해진다는...;;;
    용짱님처럼 그렇게 실험해 본건 아니고 ;;
    며칠씩은 힘들것 같아요 ;;;

  6.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39 신고 | PERMALINK | EDIT |

    에이.. 실험한건 아니구..

    하도 공부를 열심히 하다보니!!!
    밤샌거에요!!!

    절대로 놀다가 그랬다거니.. 오락에 미쳐서 그랬따거나..

    절대아님!! ㅋㅋㅋㅋㅋㅋ

  7. killerich

    | 2010.02.27 07:16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저도 보면서 메멘토 생각했는데^^..
    메멘토 참 재미있게 봤는데.. 같이 본 사람은 이런 영화가 다 있냐고
    화를 내더군요-,.-;;

  8.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41 신고 | PERMALINK | EDIT |

    전 상당히 잼있게 봤었어요.

    와 충격적이다 하면서...

    과거 영화가 제일 처음 나왔을때... 관람자들이.,.
    영화를 보면서 했던 주된 생각들이 '잔인하다'였다고 하더라구요. 얼굴을 클로즈업 같은거 하면 인제 왜 사람 몸을 절단하느냐? 머 이런식인거죠.

    전 그정도의 충격과 공포를 느꼈어요.
    머 이런 하면서.!!!!

  9. 바람나그네

    | 2010.02.27 07:41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음 함 찾아서 다시 봐야겠는데요 ㅎ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되세요 ^^

  10.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41 신고 | PERMALINK | EDIT |

    네 좋은하루되세요~~

  11. 티런

    | 2010.02.27 08:02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기억이 모호해요...제가 이걸 봤던가...안봤던가...ㅎㅎ
    용짱님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12.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42 신고 | PERMALINK | EDIT |

    ㅋㅋㅋㅋㅋ 이건 뭐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으니깐..

  13. 국민건강보험공단

    | 2010.02.27 08:37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ㅋㅋ 초록누리님 댓글보고 웃었어요
    저도 노래만....생각나더라구요 풉;
    근데 영화메니아님들의 영화분석글은 언제나 신기합니다.
    영화 보는 시간 내도록 생각하면서 볼 수가 있다니! 이렇게요 . 덕분에 올해 크리스토퍼 놀란감독의 영화가 기다려지내요.
    용짱님의 더 많은 볼거리 소개도 기대하구요. 즐거운 주말되세요

  14.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44 신고 | PERMALINK | EDIT |

    흑 전 노래가 생각 안나요..ㅠㅠ

    도대체 그게 뭘까요.ㅠㅠ

    아 방금 검색해보니 나오네요. ㄷㄷㄷ

    첨들어봐요!!!

  15. 너돌양

    | 2010.02.27 08:55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전 누리님처럼 휘성노래도 생각안나는 1인

    먼산

    아 2002년 우리나라 올림픽 때 오노한테 금메달 날강도당하고 올해도 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6.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37 신고 | PERMALINK | EDIT |

    저도 지금 휘성노래가 왜 생각나는건지..

    이해 안가는 ....

    결국 우린..... 같은 사람...ㅋㅋㅋ

  17. 걸어서 하늘까지

    | 2010.02.27 13:22 신고 | PERMALINK | EDIT | REPLY |

    놀란 감독 정말 천재네요^^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사람인지 모호해 질수도 있는군요~~

  18.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7 20:37 신고 | PERMALINK | EDIT |

    그냥 뭐.. 간단히 치매 환자들 보면..

    저사람은 누구일까.. 자기가 자기 기억을 잃어버렸으니.. 자기가 자기인지도 모르고 그러면 주체성이 사라지는것이고..

    상황이 이렇게 되면 주변사람들만 과거의 기억을 붙잡고 애달아하게 되는.. 이부분에서 과거와 현재의 충돌이 생기니깐 인제 가족들이 힘든거죠.

    제가 좀 경험자... ㅠㅠ

  19. 뀨우

    | 2010.02.27 23:25 | PERMALINK | EDIT | REPLY |

    오오 덧글이 많아서 한참 내려왔습니다! ㅋㅋㅋㅋㅋ
    들어올 때마다 새삼 느끼지만 용짱님 영화 참 많이 보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썸니아 제목 보고
    노래 이름이나 생각한 저와는차원이...ㅠㅜㅠㅜ

  20.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2.28 21:12 신고 | PERMALINK | EDIT |

    아 전 그 문제의 노래.. 검색해서 찾아봤어요..

    아.. 노래를 몰랐어요.ㅠㅠ

  21. | 2010.03.02 16:02 | PERMALINK | EDIT | REPLY |

    비밀댓글입니다

  22. 안용태의 유쾌한 인문학

    | 2010.03.02 19:03 신고 | PERMALINK | EDIT |

    알고보면 바보임..ㅋㅋㅋ

  23. | 2010.05.28 23:26 | PERMALINK | EDIT | REPLY |

    아...

    저도 요즘 놀런 감독 영화에 빠져있어요.ㅠ

    더불어 베일형님까지...ㅎㅎ

  24. 처음왔어요.

    | 2010.07.12 21:01 | PERMALINK | EDIT | REPLY |

    놀란의 작품중에 최고라는..보는 순간 들었습니다.

  25. 디킨스

    | 2010.10.14 02:08 | PERMALINK | EDIT | REPLY |

    오늘 이영화를 접했네요.

    정말 놀란 감독 대단한듯...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네요..

    후기 쓰신 것도 대단하시네요~!

    전 그저 선과 악 사이의 경계의 모호함 정도로만 해석햇는데..ㅋ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26. 디킨스

    | 2010.10.14 02:08 | PERMALINK | EDIT | REPLY |

    오늘 이영화를 접했네요.

    정말 놀란 감독 대단한듯...

    팬이 되지 않을 수 없네요..

    후기 쓰신 것도 대단하시네요~!

    전 그저 선과 악 사이의 경계의 모호함 정도로만 해석햇는데..ㅋ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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