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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씨(1968), 현대속의 공포와 소외 본문

영 화/60's 영화

악마의 씨(1968), 현대속의 공포와 소외

유쾌한 인문학 2010. 9. 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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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씨(Rosemary's Baby)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5번째 장편영화이다.  우리나라에는 악마의 씨로 소개되었지만 진짜 제목은 Rosemary's Baby 이다.  이 작품은 오컬트 영화의 효시가 되는 작품이다.  오컬트 영화란 공포영화의 한 장르로, 실제로 벌어졌던 초자연적인 사건이나 악령·악마를 소재로 다루었다. 오컬트(occult)는 '신비스러운' 혹은 '초자연적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 대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다른 오컬트 영화의 예로 오멘이나 엑소시스트 같은 것을 들 수 있겠다. 

이 영화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이작품 바로 전작인 박쥐성의 무도회에서 로만 감독은 당시 출연 배우였던 샤론 테이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이 개봉한 이후 그녀는 만삭의 몸으로 26세에 살해당하게 된다.  악마 추종이라는 소재를 가지게 되는 이 영화는 많은 악마 추종 광신도들의 지지를 얻게 된다.  그중에서 찰스 맨슨 패밀리라는 집단이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데 그들은 어느날 아무집에 들어가서 살해하게 되는데 그게 하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집이었고 임신 8개월차인 샤론 테이트와 그외 여럿을 잔인하게 살해하게 된다.  우연히 자신이 살해한 사람이 로만 감독의 처임을 알게된 그들은 이를 더욱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고 그로 인해 유명세를 치르게 된다.

어쨌든 그 잔인성의 정도가 너무 끔찍하여 사형을 언도받지만 집행되지 않고 현재까지 형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세한 내용은 찰스 맨슨 패밀리로 검색해보면 사진들과 함께 볼 수 있다.  현재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수많은 성추행 사건들의 주된 원인이 바로 이사건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이 존재한다.  로만 폴란스키가 어린시절 경험했던 2차대전 당시 유태인 수용소에 갇혀 어머니가 죽은 기억과 자신의 탈출기억 그리고 독일군에게 잡혀 살아있는 사격 연습 표적으로 사용되었던 기억에 이런 기억이 더해지니 어찌 멀쩡한 정신으로 버틸 수 있겠는가.  참으로 기막힌 비극이다.

내용을 간단히 언급해보자면 부부가 맨하튼의 고급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된다.  남편(존 카사베츠 분)은 유망한 배우이고 그의 부인인 로즈마리(미아 패로우 분)는 아주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여성이다.  딱히 부족할것도 없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남편에 고급 아파트에 뭐가 아쉽겠는가?  이사간 그 아파트에서 만난 이웃들은 그녀에게 너무 친절하다.  지나칠정도로.  그러다 아기를 갖게 되는데 알고보니 주변의 이웃들과 남편은 악마 추종자였고 그녀가 낳은 아기는 악마가 된다.




현대속의 공포와 소외
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아파트라는 공간을 이용하여 3개의 작품을 만들게 되는데 그중 첫번째가 혐오이고 두번째가 이 작품이다.  오컬트 영화의 효시니 뭐니 하면 뭔가 대단히 잔인하고 끔찍할거라 생각하지만 그런건 전혀 없다.  오직 사람들과의 관계만이 등장하게 되고 마지막에 악마의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  오직 경악할만한 표정만 보여줄뿐이다.  이 영화는 아무래도 지금보면 크게 재미를 못느낄 수도 있다.  온갖 자극들에 노출된 2010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40년전 영화에 얼마나 자극을 받을지도 의문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오컬트 영화의 창시이자 교과서적인 영화로 칭송받는 고전으로 남게된 이유는 로즈메리라는 여자주인공을 중심에 세운채 조금씩 조금씩 그녀를 압박해들어가는 영화적 기법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기를 악마로 만들어버리는 방법론은 이작품이 처음일 것이다.  아기나 아이들 그리고 모체와 같은 존재는 흔히 순수하고 성스러운 존재로 정의되기 마련이며 이들을 악마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것은 금기시 되는 행위중 하나인데 그것을 과감하게 시도한 첫작품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시도는 오멘과 엑소시스트로 이어지게 된다.

이 영화는 여러가지 층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일단 뉴욕이라는 초거대 도시와 그 속에 존재하는 아파트라는 두개의 공간에 집중할 수 있으며 극중 주인공인 로즈메리와 그외의 사람들로 구분할 수 있겠다.  아파트라는 공간을 가지고 공포영화를 만든건 이작품이 처음인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아파트가 공포나 소외를 표현함에 있어서 아주 적합한 상징물이라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파트라는 건물은 오직 대도시에서만 볼 수 있는 건축형태이다.  높은 인구밀도를 해결하기 위해 하늘로 솟아올려 지은 건물이며 그 내부는 또다시 세부 공간으로 철저하게 차단되어 판매된다. 

대도시라는 것이 수많은 인간들이 모여사는 형태의 것이라면 그 속의 아파트라는 건축물은 그러한 대도시성을 하나의 건물로 축소시킨 압축판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살고 있지만 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떤 유대감을 찾아보기는 힘들고 소통불가능성에서 비롯되는 철저한 파편화된 개인의 양상만 보일뿐이다.  재미있는건 하나하나의 개인은 철저하게 파편화되어 스스로 고립되어있다고 느끼면서 자신을 둘러싼 그외의 사람들의 집단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성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린 똑같은 바보일뿐인데 타인들은 그렇지 않을꺼라고 생각하는 동일한 경향성 말이다.

이러한 측면을 영화는 지독하리만큼 예리하게 제시하게 된다.  바로 이것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주특기중 하나이다.  인간 내면의 아주 어두운 부분을 끄집어내어 우리에게 제시하는 방법론이다.  극중 로즈메리가 살아가는 아파트의 공간이 아주 흥미롭다.  어둡고 지독하게 폐쇄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수많은 이웃들이 자신에게 친절을 배풀며 접근하지만 왠지 그들과 나는 다른듯한 큰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때부터 웃는 것도 섬뜩하고 남편조차도 이상하게 느껴지게 시작한다.  이러한 감정의 뒤틀림이 시작되면서 점차 그녀는 메말라간다.  물론 이것의 직접적 원인은 악마추종자들이 자꾸 이상한걸 먹이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철저하게 메말라가는 그녀의 모습이 마치 현대성과 도시성 안에서 메말라가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가장 친절한 이웃들이 가장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그런 현실이랄까.

이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공포의 핵심 아니겠는가.  일상적인 관계속에 내포된 혐오와 소외에 대한 직시.  그것이 무엇인지는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마치 영화속의 악마 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듯이 말이다.  하지만 직시할 수 없으되 그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을 보는 순간 혐오스러운 얼굴로 놀라게 되지만 결국 그것을 애정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것.  그것이 바로 일상속에 우리의 곁에서 계속 살아 숨쉬며 속삭이는 공포와 소외라는 감정아니겠는가.  이 영화는 바로 이런 측면을 정확히 짚어내어 표현한 최고의 고전이자 명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무리
이 영화에 나오는 아파트가 뉴욕에서 대단히 유명한 건축물이라고 들었다.  현재에도 실존하는 건물인데 존레논이 살았던 건물이라고 얼핏 들은것 같기도 하다.  이 건물은 심시티 게임을 열심히 하신분들은 익숙히 보아온 건물형태일 것이다.  오락에도 나오는거보면 확실히 유명한건 확실한듯하다. 

아무튼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 직설적인 메세지.  공포스러운 친절한 이웃.  이런 메세지와 감독이 직접 경험한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기억은 정확히 일치하는 측면이 있다.  안그런가?  영화속에서 주인공은 친절한 이웃인 악마추종자들에 의해 저지경에 이르게 되고 현실에서의 로만감독 역시 악마추종자들에 의해서 가족들이 살해당하니 말이다.  흥미로운건 그 문제의 살해자들이 지독하게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속 이야기가 로만 감독 개인에게 그대로 이어졌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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